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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북> 리뷰 : 심연을 너머 마주하는 비극의 얼굴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12. 8.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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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북>

심연을 너머 마주하는 비극의 얼굴

 

로그북이란 잠수사들이 다이빙 전후, 그 일체의 내용을 기록하는 일지를 말한다. 시간, 장비, 장소, 조류상태까지. 잠수사들은 이 기록으로 그날을 정리하고 이다음에 있을 상황을 예측한다.

 

영화 <로그북>2014416,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비극인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수색과 수습에 참여했던 민간인 잠수사들의 이야기이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입수!”라고 외치는 다급한 음성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이들의 로그북', 잠수일지를 시간순으로 따라가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구조 현장의 긴박함을 전하는 한편, 그 후 이어지는 그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기록까지 담으며 세월호 침몰이라는 사건을 오롯이 잠수사들의 시선으로 이어나간다.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한 잠수사가 자신의 까만 가방 속에서 아주 조심스레 꺼내는 그의 빨간 로그북이다. 몸이 지쳐 기록하지 못한 날들은 기억에 확신이 없어 공백으로 비워두었다는 그 페이지들을 넘기며 이어지는 잠수사들의 이야기는, 영화가 담고 있는 것이 세월호 참사를 가장 가까이서 경험했던 사람들의 가장 개인적이고, 분명한 기록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이렇듯 영화는 잠수사들의 잠수일지와 당시 현장의 모습들이라는 대비된 구조로 촘촘히 엮여있다. ‘탑승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전하는 캐스터의 목소리, 그 후에는 현장의 시커먼 파도에 오버랩되는 자필로 눌러 쓴 잠수사들의 일기가 낭독된다. 마지막 한 명의 희생자까지 수습하겠다는 정부의 발표 그 후에는 해경의 체계 부족으로 선뜻 구조에 나설 수 없이 흘러가 버린 시간들이 그려진다. 민간 잠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말과 언론의 움직임에 주춤하고 맞서던 당시를 총소리만 없는 전쟁터라고 회고하는 그들의 인터뷰에는 아직도 회한이 서려 있는 듯하다.

 

이 극명한 대비는 우리에게 하여금, 당시부터 지금까지 전해진 정보들이 얼마나 혼란스럽고 뒤엉켜있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특히 민간잠수부 문제는 세월호를 둘러싼 논란 중 가장 강력하고 날선 것이었다. 그러나 영화는 이 논란에 직접적으로 손을 뻗기보다는, 잠수일지와, 거기에 담긴 그들 자체에만 집중한다. 그동안 다루어지지 않았던, 하지만 사고 가장 중심에 있었던 민간인 잠수사들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우리에게는 미처 몰랐던 이야기가 있음을 전한다. 가장 개인적인 기록으로 온전하게 전해지는 비극의 진짜 모습.

 

사고 1,091일 만에 지상으로 인양된 세월호. 그 현장에 다시 찾아간 잠수사는 펄럭이는 노란 리본 앞에서 세월호를 보며, “깨끗이 닦아주세요" 하고 읊조린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이나 세월이 흐르며 그 상처는 조금씩 잊히는 듯하다. 사고 후, 세월호 참사를 다룬 이야기는 영화, 문학, 음악 등의 다양한 매체로 우리에게 전해졌기에 우리들에게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이제 돌아보지 않아도 된다고 한숨짓는 목소리 역시 있다. 그러나 영화는 현장 가장 가까이 있었던 잠수사들의 목소리를 빌려 우리에게, 잊고 사는 게 아니라 묻고 사는 거라고. 그래서 이렇게 가끔은 꺼내어 정확히 보고, 다시 보듬어야 한다고 말해 주는 듯하다.

 

-관객 리뷰단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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