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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리뷰 : 당신이라는 기적을 만나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11. 1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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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당신이라는 기적을 만나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은 생애 가장 어두웠던 순간, 다시 빛날 수 있도록 힘을 건네는 만남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츠요시(이케마츠 소스케)와 솔(최희서)은 절망이 몰아붙이는 힘에 저항하지 못하고 삶의 끝자락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두 남녀는 우연으로 포장된 만남을 반복한다. 이를 계기로 츠요시와 솔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은 함께 여정에 나선다.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엮어가는 이 로드무비에는 낯설지만 어딘지 아스라이 그리운 분위기가 감돈다. 이는 영화가 한국과 일본이라는 가깝고도 먼 사람들의 관계를 소재로 하기에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거기에 더해 일본의 이시이 유야 감독과 한국의 제작진들 사이에서 벌어졌을 수많은 오해와 이해로 쌓아 올린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영화 속 인물들의 상황과 상당 부분 닮아있기에 낯선 그리움이 더욱 진하게 묻어나는 듯 보인다.

 

영화는 츠요시와 솔의 관계가 쌓여가는 과정을 그리며 다름속에도 분명 교감할 수 있는 같음이 존재한다는 감독의 믿음과 확신을 표현한다. 솔과 츠요시가 나누는 첫 대화 장면에서 감독의 이러한 메시지가 가장 강렬하게 느껴진다. 상가 식당에서 홀로 소주를 들이켜는 솔을 발견했을 때, 츠요시는 물끄러미 그녀를 관찰한다. 굴욕적인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솔은 술로 상한 마음을 달래보고 있다. 새카만 선글라스 아래로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다가 솔은 자신을 응시하는 츠요시를 발견한다. 츠요시가 건네는 미소를 솔은 비웃음으로 치부한다. 츠요시가 건네는 위로를 솔을 알아들을 수 없다. 하지만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으려고 애써 웃어 보이는 츠요시와 그를 바라보는 솔에게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동감하고 있음을 느낀다.

 

츠요시와 솔의 만남은 절망으로부터 시작된다. 영화는 두 사람에게 닥쳐온 좌절의 순간을 담은 장면에 그것과 어울리지 않는 배경음악을 조합하여 표현한다. 형 토오루(오다기리 죠)의 동업자가 사업용 상품을 모두 들고 잠적한 상황에서 허망한 토오루와 츠요시를 담을 화면 위로 성가곡 <천사들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상가 한편의 무대 위에서 솔이 경쾌한 템포의 트로트 <찰랑찰랑>을 부르던 중에 안내방송이 흐르며 반주용 음악이 재생을 멈춘다. 안내방송 위로 소리를 내지 않고 노래를 부르는 솔의 입술이 화면 가득 비친다. 카메라가 츠요시와 솔의 불행의 순간을 담고 있을 때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소리는 밝고 신나는 분위기를 내뿜는다. 이러한 어긋남을 통해 영화는 상황의 비극을 조명함과 동시에 불행의 순간 너머에 희망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하게 만든다.

 

츠요시와 솔은 서로 다른 시기에 같은 천사(로 추정되는 존재)와 조우한다. 영화의 말미, 카메라는 바다를 거닐고 있는 솔 앞에 나타난 천사를 화면 앞에 드러낸다. 화면 속에 나타난 천사는 작고 볼품없는 아시아계 중년 남성의 모습을 하고, 그 형상과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날개를 달고 있다. 츠요시와 솔이 만난 나타난 천사는 그것이 지닌 대중적인 이미지(젊고 아리따운 미모의 서양인)의 대척점에 서 있다. 기대하던 것과 한참 어긋난 모습의 천사이지만, 기적과도 같은 만남임에는 분명하다.

 

"나의 천사는 당신이에요."

 

츠요시가 솔에게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것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츠요시가 솔에게 건네는 이 한 마디에서 운명을 알아본 기적의 순간을 감지한다. 영화는 두 사람의 만남으로부터 초라하고 별 볼 일 없는 현실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행복으로 빛나게 될 것을 기대하게 한다.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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