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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 리뷰 : 깊은 심연 속 마주보는 진실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11. 1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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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

깊은 심연 속 마주보는 진실

 

본격적인 쇼가 시작되기 전 레오 카락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곧 영화가 시작되니 숨도 쉬지 말고 온전히 이 영화에 집중하라.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한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레오 카락스 감독과 그의 딸 나타샤의 모습이 비춰지며 영화의 막이 오른다. 이어서 이 뮤지컬을 구상해 감독에게 제안한 스파크스(Sparks)가 오프닝곡 <So May We Start?>의 연주와 노래를 시작한다. 아담 드라이버와 마리옹 꼬띠아르, 사이먼 헬버그 같은 배우들이 등장하고 거리로 뛰쳐나온 그들은 본격적인 쇼의 시작을 알린다. 이런 영화의 오프닝은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경계를 선명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완벽히 지워낸다. 이는 이 영화가 완벽한 판타지임과 동시에 현실 속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의 오프닝과 결말에 카락스와 나타샤가 등장하는 것처럼 <아네트>는 카락스 자신의 개인사가 적극 반영된 작품이기도 하다. 아내와 사별한 후 딸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진 카락스가 <아네트>를 통해 자신의 딸에게 바치는 영화임과 동시에 아주 나쁜 아빠, 그리고 그 심연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아네트>는 스타 부부 헨리(아담 드라이버)와 안(마리옹 꼬띠아르)의 연애와 결혼을 다루면서 헨리와 아네트의 부녀관계, 그들의 심연에 대해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죽여주는 무대로 인기가 절정에 다른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와 무대에서 사람들을 구원하는 존재로 매번 그들 대신에 신성하게 죽어주는 오페라 가수 안. 죽여주고 죽어주는, 그 스타성이 절정에 오른 두 사람은 대중의 관심 속에서 불꽃 같은 사랑에 빠진다.

 

그들 사이에 딸 아네트가 태어나고 헨리와 안의 성공이 엇갈리면서 점차 비극의 기운이 그들 곁에 드리운다. 점점 더 사람들에게 박수 받고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는 안과 달리 헨리의 인기는 차갑게 식어간다. 헨리는 자신의 또 다른 폭력성으로 추락하고 안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승승장구한다. 죽지 않고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 사람들의 적개심 대신 웃음을, 웃음 보단 박수를 원했던 헨리에게 박수 받는 안의 성공은 그를 더 깊은 심연 아래로 잠식시킨다. 폭풍우가 치던 날, 점점 드리우던 이 어둠이 가장 짙어진 순간 바다 한가운데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의 물결이 결국 이들을 집어삼킨다.

 

이 사건 이후 헨리와 아네트 두 부녀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다뤄지게 된다. 여기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꼭두각시로 등장하는 아기 아네트의 존재이다. 이 둘의 관계가 다뤄질수록 이 관점은 헨리가 아네트를 바라보는 시선과 같이 느껴진다. 사랑하고 교감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바라볼 뿐 진실을 보지 못하는 아버지의 눈과 같다. 이는 나타샤를 바라보는 카락스의 눈과도 같을 것이라 여겨진다. 카락스는 안의 저주 같은 재능을 물려받은 아기 아네트를 착취함과 동시에 아네트를 사랑하는 심연에 빠진 헨리의 그 기이함을 솔직하게 동정하면서 스스로를 성찰하여 담아낸다. 이는 깊은 심연에 빠져본 자만이 자신의 진실을 담아내 구축해낸 영화의 세계로 여겨진다.

 

-관객리뷰단 안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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