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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 리뷰 : 시작(試作)의 시작(始作)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10. 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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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베 얀손>

시작(試作)의 시작(始作)

 

난 인생이란 멋진 모험이라고 믿어요

 

<토베 얀손>은 세계적인 캐릭터 무민의 창시자라는 타이틀에 가려졌던 자유로운 예술가 토베 얀손(알마 포위스티) 삶을 조명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느끼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간 여성의 이야기는 그다지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그러나 감독 자이다 베리로트는 토베 얀손의 성취를 표면에 내세우지 않음으로써 관객에게 ()’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토베의 일생은 열정과 생기로 가득하다. 토베는 그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열렬한 연애를 한다. 그리고 상처받은 마음을 작품으로 표출하며 자신의 존재를 작품 안에 투영시킨다. 토베가 삶을 멋진 모험이라고 말한 이유는 결말을 알 수 없고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을 제안하기 위함으로 느껴진다. 그렇기에 영화는 토베가 일과 사랑에서 우선 시도하고 보는 시작의 순간에 집중하고 있다.

 

영화는 토베가 아토스(샨티 로니)와 비비카(크리스타 코소넨)에게 사랑을 느끼는 두 번의 장면을 매우 유사하게 연출한다. 파티에 초대된 토베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연인이 될 아토스와 비비카를 만난다. 그리고 군중에서 벗어나 두 사람만의 장소(사우나와 발코니)로 향한다. 카메라는 토베와 상대(아토스와 비비카)의 얼굴을 연달아 클로즈업하여 서로를 바라보는 정열적인 시선을 화면에 비춘다. 화면 속의 두 사람이 서서히 가까워지면서 입을 맞추고 껴안는 장면으로 토베가 사랑에 빠졌음을 확신하게 만든다.

 

토베의 두 연인은 모두 배우자가 있는 기혼자이다. 그리고 토베는 아토스와 연인관계를 유지하면서 비비카와도 연인이 된다. 토베의 연애는 세상의 관습에서 인정받기 어렵다. 심지어 비비카가 다른 여인과 사랑을 나누는 것을 목격한 토베가 아토스에게 청혼을 요구하는 장면에서는 토베가 이기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세간의 시선을 향해 토베를 변호하거나 변명하지 않는다. 그저 토베가 아토스를 유혹하고 비비카에게 유혹당하고, 아토스에게 사랑을 받고 비비카에게 사랑을 주는 과정을 찬찬히 비출 뿐이다.

 

토베는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아토스에게 비비카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고백하며 사과한다. 연인에게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게 될지라도 토베는 마음이 향하는 대로 사랑할 수밖에 없다. 그런 그녀를 보며 관객은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 토베는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감정의 급류를 그녀의 작품으로 흘려보낸다.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서 그녀의 번뇌와 고민을 이야기를 엮어내어 해소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표출하여 세상에 그녀를 표현한다.

 

토베는 상상의 세계에서 현실의 돌파구를 찾는다. 파리에서 비비카와 재회한 토베는 용을 야생으로 보내줄 때가 되었다는 말로 비비카에게 이별을 고한다. 현실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무민이 살고 있을 세계에서 찾았을 토베이기에 그녀가 말한 이별의 말은 은유적이나 매우 확실한 결의를 담고 있다. 이어진 장면에서 토베의 집에 바람이 불어와 책상 위에 있던 종이를 흐트러뜨린다. 허공 위를 날아가는 종이와 함께 바람을 맞는 토베의 얼굴은 어딘지 후련해 보인다. 툴리키(요안나 하르티)를 기다리며 그린 그림의 제목이 시작하는 사람인 까닭은 그동안 자신을 휘두른 감정으로부터 벗어난 토베 자신을 대변하는지도 모르겠다.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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