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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마망> : 당신의 내부로 떠나는 모험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10. 25.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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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 마망>

당신의 내부로 떠나는 모험

 

<쁘띠 마망>은 일종의 모험 영화다. 모험 영화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시각적으로 스펙타클한 면모가 없어 의문을 표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모험 영화다. 8살 주인공 넬리(조세핀 산스)는 돌아가신 할머니 집이라는 낯선 환경에 떨어졌다. 엄마 마리옹은 집으로 먼저 돌아가고 아빠는 혼자 바쁜 탓에 홀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할머니의 집이면서 어린 시절 엄마의 집이었던 이곳에는 엄마의 개인적인 역사가 남아있고, 넬리는 그 흔적을 따라가며 탐색한다. 이 탐색의 방식이 범상치는 않은데, 그 탐색을 마친 후 (흔히 모험 영화의 최종 목적인 보물 같은) 보상으로 넬리는 자기 물음에 대한 답을 얻게 된다.

 

넬리는 항상 진짜 중요한 것을 알고 싶어 한다. 엄마와 아빠가 어렸을 때 단순히 무슨 놀이를 했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냥 하는 말이다. 넬리는 진짜 핵심적인 것, 늘 약간 슬퍼 보이는 엄마가 어렸을 적 오두막은 있었는지, 무서운 것은 뭐였는지, 꿈은 무엇이었는지가 궁금하다. 하지만 넬리의 직접적인 물음에도 엄마와 아빠는 좀처럼 그에 맞는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 아예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를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도 보인다. 결국, 넬리는 직접 엄마의 어린 시절로 떠난다.

 

넬리와 어린 마리옹(가브리엘 산스)은 우연히 숲에서 마주한다. 둘은 금세 친해져서 함께 오두막을 꾸미고, 비를 맞고, 연극을 하고, 팬케이크를 만든다. 넬리는 어린 마리옹이 자신의 엄마라는 걸 깨닫지만, 함께 무언가를 할 때 그다지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그들은 여느 또래 아이들처럼 서로를 좋아하면서 무슨 일이든 즐거이 한다. 그 과정에서 넬리는 어린 마리옹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고, 엄마 마리옹에게서 듣지 못한 대답들을 하나둘씩 듣게 된다. 어린 마리옹이 해주는 대답은 어른이 된 엄마 마리옹의 지금 생각과는 다소 다를 수 있겠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지금의 엄마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인물의 대화 외에도 이 영화가 한 사람의 내면을 탐색하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점은, 영화가 이들의 모험을 어디서 어떻게 보여주는지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넬리가 탁 트인 공간이 아닌 늘 내부에 있다는 것은 꽤 중요한 지점이다. 카메라는 외부에서 인물의 좌표를 확인할 수 있는 식의 화면을 잡지 않는다. 넬리와 어린 마리옹은 집이나 숲에 있다. 여기서 지리적으로 알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다. 어느 요양원에서 어느 시골 할머니 집에 갔고,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숲에 도착하며, 거울 세계와 같은 마리옹의 집에 당도한다. 특히 마지막 모험, 보트를 타고 호수의 피라미드로 향하는 여정이 그 점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두 소녀는 함께 겉에서 봐서는 절대 그 실체를 알 수 없는 피라미드의 내부를 살핀다.

 

결과적으로 돌아서면 한 소녀의 모험은 두 소녀의 모험이 되었다. 한 소녀의 역사가 두 소녀의 역사가 되었고, 아마도 이런 식으로 소녀와 여성들의 역사가 이어질 것이다. 넬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마리옹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마리옹이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그저 모녀 관계가 아닌 한 인간 대 인간 혹은 한 여성 대 여성으로서의 함께 궤적을 그려온 연대와 사랑이 담겨 있다. 마지막에 진정으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웃는 모녀의 모습은 그래서 따뜻하다.

 

-송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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