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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여름!> 리뷰 : 현실의 미묘한 균열 속 아이러니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10. 2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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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여름!>

현실의 미묘한 균열 속 아이러니

 

평범한 일상의 면들을 이어 붙이고 그 속에 자리한 인물들을 통해 삶의 아이러니함을 과장된 기교 없이 자연스럽게 포착해내고 탁월하게 영화로 엮어내는 감독들이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표자 에릭 로메르나 자크 로지, 한국에는 홍상수 감독이 떠오른다. <다함께 여름!>의 기욤 브락 역시 프랑스 누벨 바그의 전통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이어가며 현재 자신의 작품 세계가 절정에 무르익은 감독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다함께 여름!>을 통해 기욤 브락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현실의 미묘한 균열 속 아이러니를 우아한 유머로 포착해내고 여름과 청춘을 함께 담아낸다.

 

영화는 주인공 펠릭스(에릭 낭트슈앙)가 파리에서 우연히 만난 알마(아스마 메사우덴)를 잊지 못하고 절친 셰리프(살리프 시세)와 함께 알마가 있는 남프랑스 휴양지로 무작정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가벼운 소동극을 다룬다. 알마가 있는 곳에 도착한 펠릭스가 설레는 표정으로 수풀 속에서 그에게 전화를 건다. 펠릭스의 뒤편에 자리한 계곡에서 사람들은 웃고 수영을 하며 휴양지의 여유를 한껏 즐긴다. 주변의 분위기와 자연스러운 여름의 햇살이 그의 상기된 표정과 조화를 이루며 퍽 싱그럽게 여겨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토록 바라던 알마와 통화를 하던 펠릭스는 그의 예상치 못한 까칠한 반응에 급격한 실망감과 상실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여름의 햇살은 거둬지고 순간적으로 화면은 푸른 색감을 띄었다 다시 일상의 여유로운 톤으로 돌아온다. 이러한 톤의 변주는 펠릭스가 한껏 더 안타까움과 동시에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게 되는 지점이다. 톤을 활용한 유머와 일상으로 다시 복귀하는 영화의 그 리듬감이 꽤나 유머러스하게 여겨진다. 특히 영화는 빨간 오프닝 화면으로 시작해서 파란 엔딩 화면으로 끝이 나는데, 첫 시작의 색인 빨강은 알마를 향한 펠릭스의 열정과 타오르는 여름을 상징하는 듯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펠릭스의 타오르는 순간은 딱 그뿐, 그는 계속해서 알마와의 관계에서 자잘한 위기의 순간을 맞이한다.

 

오히려 얼떨결에 합류하게 된 셰리프와 에두아르(에두아르 술피스)가 도리어 이 바캉스를 통해 여름의 절정을 맞이하게 되는 점 또한 아이러니다. 이 바캉스와는 가장 관계가 멀었던 에두아르는 누구보다도 이 여름휴가를 가장 즐기게 된다. 평소의 자신과는 다르게 소동도 일으키고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그는 가장 많이 변화한다. 또한 모태 솔로에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본 적 없던 셰리프는 휴양지에서 우연히 만난 엘레나와 함께 누구보다 평화롭고 여유로운 여름휴가를 보낸다. 펠릭스가 알마를 만나기 위해 떠났던 바캉스에서 되려 펠릭스는 알마와의 관계에서 미끄러졌고, 오히려 에두아르는 변화했고 셰리프는 엘레나와 사랑에 빠졌다.

 

셰리프와 엘레나의 사랑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파랑으로 끝을 맺는다. 타올랐던 둘의 관계도 결국 불륜이라는 모순이 있기에 영화의 마지막 푸른 톤에선 이전에 느껴졌던 안타까움과 웃음보다는 애틋함과 불길함이 더해져 느껴지기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현실의 미묘한 균열 속 발견한 아이러니를 단순하지만 명확한 색채를 통해 담아내고, 이들의 아름다웠던 순간만을 가둬두듯 맺어버리는 결말은 혼란스럽지만 싱그러운 젊은 날의 여름을 영원히 남겨둔다.

 

-관객 리뷰단 안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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