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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고양이> 리뷰 : 모든 생명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9. 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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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고양이> 리뷰

모든 생명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영화는 사람들이 떠나고 흉물스러운 건물들과 쓰레기만 남은 재개발 예정지에서 여전히 삶을 이어가고 있는 고양이들과 그들을 살리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고양이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대체로 그들의 개성 넘치는 매력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이 영화는 생존의 기로에 몰린 고양이들과 그들을 살리고자 분투하는 활동가들의 모습에 집중한다.

 

재개발하면, 대개는 강제로 떠밀려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의 절규를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수많은 사연과 우여곡절 끝에 모든 사람이 떠나고 난 후, 버려진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을 두는 시선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도 오로지 사람만을 세상의 전부로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때문이리라. 하지만, 바로 그곳에 인간들의 세상을 알 리 없는 많은 고양이들이 살아있는 내일을 꿈꾸며 살고 있다.

 

전국 3,000여 곳의 재개발 지역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을 찾아 새로운 곳으로 떠나지만 영역 동물인 고양이들은 그곳을 떠날 수 없다. 그런 고양이들을 돌봐주다가 결국 활동가가 되어버린 사람들. 그들은 고양이의 습성을 잘 이해하며 배려한다. 상인들을 설득시켜 길고양이 급식소를 차리고, 밥자리를 아주 조금씩 옮겨서 안전하게 재개발 지역을 벗어날 수 있게 이동시키는 모습에서 그들의 진심 어린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치료를 위해 포획된 고양이들을 쉼터에 수용할 때도 포획지 별로 분리하여 조금이라도 심리적 안정을 갖도록 하고, 방사가 불가능한 아픈 아이들은 결국 자신들이 품기로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잔잔한 감동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재개발 공사는 계속된다. 어지럽게 낙서가 적힌 벽과 깨진 유리창으로 을씨년스럽던 건물과 골목들마저 삼켜버려 남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그곳에, 여전히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는 고양이들을 살리기 위한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활동가들의 초조함이 스크린 너머로 다가온다. 그 아이들을 한 마리라도 더 살리려 분주히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에, ‘사람들의 추억이 남아있는 이곳은 이 아이의 무덤이 될 수도 있다는 내레이션이 무겁게 다가온다.

 

얼마 전 유엔무역개발회의가 대한민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으로 격상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낸 성취감은 우리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할 소중한 결실이다. 하지만, 선진국이란 단순히 경제적인 부유함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물론이고, 사람들 곁에 있는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는 일에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 진정한 선진국으로 대우받을 자격이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편하게 살고자 사라지는 생명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그래서 더 깊이 와 닿는다.

 

영화는 각각의 개성과 매력을 가진 고양이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느긋하게 관찰한다. 스크린 가득히 채워지는 그들의 예쁜 눈과 자태를 바라보고 있자면, 그들이 무너지는 건물들과 함께 사라지는 것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살리고자 애쓰는 평범한 활동가들의 지극한 정성이 부디 헛되지 않기를 소망하게 된다.

 

영화는 마지막에 눈을 깜빡이는 고양이들을 차례로 보여준다. 내일을 보장할 수 없는 저 수많은 고양이들의 깜빡이는 눈은,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그들의 깜빡이는 눈을 내일도, 그 다음날도 계속 볼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현관문을 여는 정도의 용기를 내어야 한다. ‘나보다 약한 생명을 지키는 게 사회적 의무라는 어느 활동가의 말처럼,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에 동참하기를 꿈꿔본다.

 

-관객 리뷰단 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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