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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 리뷰 : 태도가 위로가 될 때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9. 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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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

태도가 위로가 될 때

 

영화 <최선의 삶>은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10대 시절을 18살의 강이(방민아), 아람(심달기), 소영(한성민)을 통해서 그려낸다.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대화가 통하는 단짝 친구인 세 친구가 어느 날 소영의 주도하에 가출을 한다. 집과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은 강이, 아빠의 폭력을 견디며 버려진 것들에 마음을 주는 아람, 구질구질한 지방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영. 각자의 다른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더 나은 곳으로 가기 위해 자꾸 다른 곳으로, 모르는 곳으로 가기를 선택한다. 하지만 가출을 해도 별다른 해방감은 얻지 못하고 오히려 좌절하거나 사회의 어두운 면에 쉽게 노출된다. 탈출구가 될 수 없었던 가출 생활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아이들의 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이후 가출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의 관계는 다시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향해 달려간다.

 

영화에서 눈에 띄었던 점은 폭력이나 불행의 상황을 전시하지 않는다는 영화의 태도였다. 임솔아 작가의 동명의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서 소설의 문체가 영상 언어로 옮겨졌을 때 우발할 수 있는 실수에 대해 깊게 고민한 감독의 배려가 돋보인다. 감독은 10대의 방황과 가출을 소재로 삼으면서 아이들이 노출되었던 범죄와 가정 폭력, 학교 폭력을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생략을 통해서 최소한의 뉘앙스로만 사건들을 설명해 나간다. 특히 가출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상황 속에서 영화는 의도적으로 폭력적인 장면을 생략하거나 카메라의 앵글을 멀찍이 잡는다. 영화는 이 시절을 머무르고 있거나 지나온 이들에 대한 배려의 태도로 생략과 거리감을 선택한 것이다. 설명하고 보여주기보단 주인공 강이의 시점을 따라간다. 내면을 묘사하는 데 더 집중하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잔여물들을 담아낸다.

 

이처럼 영화는 의도된 생략을 통해 원작에는 없던 여백을 크게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관객은 더욱이 시점의 주인공인 강이를 이정표 삼아 흐름을 읽어내야 한다. 아람의 결핍에 대해서, 소영의 마음에 대해서, 강이가 벗어나고 싶어 했던 것에 대해서. 하지만 영화는 앞서 취했던 태도와 마찬가지로 강이가 느끼는 감정이나 행동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특히나 세 친구들 중에서 주인공인 강이가 가출을 한 뚜렷한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없다. 그저 유추할 뿐이다. 간간이 내레이션을 통해 그의 생각을 전달하지만 그마저도 쉽게 읽히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시선은 마치 말수가 적고 속을 알 수 없는 강이와 닮아 있는 것 같다.

 

영화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고 친구들을 바라보고 살피던 강이의 눈과 닮아 있다. 친구들을 살피던 강이처럼 영화는 친구들이 아닌 강이의 감정을 대신 묵묵히 살피고 세밀하게 담아낸다. 상황과 감정만을 이어 놓고 조용히 그 마음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이 지점을 깨닫는 순간 여백을 채우지 않아 모호하게 여겨졌던 영화의 태도가 새삼 다르게 느껴진다. 마치 함께 빈 공간을 들여다보고 개인의 경험을 꺼내 서로 맞닿아 있자는 신호처럼 여겨진다. 개인의 경험이 영화의 여백을 채울 때 비로소 이 영화가 진정 와 닿게 된다. 이내 설명하려 들지 않고 묵묵히 살피던 태도가 오히려 누구보다 그 시절을 이해하고 있다는 위로로 전해진다.

 

-관객 리뷰단 안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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