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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 리뷰 :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9. 1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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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

 

음악회에서 듀엣으로 노래하는 딸 루비(에밀리아 존스)의 모습을 보며 청중들의 반응을 살피는 아버지 프랭크(트로이 코처)의 눈이 분주하다. 마치 음소거 버튼을 누른 듯 갑작스러운 정적 속에 프랭크의 시선으로 보이는 짧지 않은 이 장면에 뜻하지 않았던 눈물이 쏟아진다. 프랭크 자신은 들을 수 없는 딸의 노래에 미소를 짓거나 눈물을 훔치는 청중을 통해, 그리고 그 노래가 끝나자 기립박수를 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는 루비의 노래가 가진 힘을 목격한다. 자신이 도와줄 수 없어 마음속으로 늘 걱정했을 루비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그 노래를 들을 수 없음에 얼마나 깊은 슬픔을 느낄지 그 복잡한 심정이 관객의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자식을 둔 부모라면 프랭크에 감정이입이 되어 가슴을 저밀 정도의 아픔을 경험할 수도 있다.

 

영화는 제목이 코다(CODA)인 것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청각장애인 가족과 비장애인 자녀가 가정 안팎의 현실에서 겪을 만한 흔한 어려움들을 다룬다. 때문에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아닐까 선입견을 가졌지만 그것은 영화의 초반부터 완전히 뒤집힌다. 음성언어 대신 수어를 통해 대화를 나누는 이들 가족은 시종일관 유머와 농담으로 유쾌하다. 고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뱃일도 노래를 부르고 서로에게 장난을 치며 즐겁게 해내는 모습은, 그들이 얼마나 단단한 신뢰와 사랑으로 묶여 있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가족을 둘러싸고 있는 이 울타리의 견고함은 그들을 세상 풍파로부터 든든히 지켜줬지만 동시에 그들 자신을 주변 사람들로부터 괴리시키고 서로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으로 만들어왔다. 우연히 알게 된 루비의 재능이 그 꽃을 피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앞에서도 가족은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에서 벗어날 용기를 좀처럼 내지 못한다. 루비 가족의 이 보이지 않는 장벽에 커다란 균열을 내는 것이 바로 그 음악회이다.

 

음악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프랭크는 루비의 노랫소리를 진동으로라도 느끼고 싶은 듯, 노래하는 루비의 목에 손을 얹는다. 딸의 노래를 듣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과 그런 아버지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고픈 딸의 애틋한 마음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어쨌든 루비의 가족은 이것을 계기로 루비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에, 그리고 가족은 비장애인들과 직접 소통하는 홀로서기에 도전하게 된다. 대학 입학을 위한 오디션에서 자신의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가족을 위해 목소리와 손의 언어로 온 마음을 담는 루비의 노래는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속에도 큰 파장으로 다가온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진심을 담아 부르는 노래가 얼마나 아름답고 큰 울림을 주는지 새삼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영화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부모에게서 성장한 아이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지만 비장애인들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가족의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20년 많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영화 <나는보리>가 그랬듯이 다름에서 겪는 개인의 외로움에 대해 생각해보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에 대해 갖는 편견과 배제의 해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 제기와 그 모든 것의 해답이 결국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에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더불어, 비록 장애로 소통에 제한이 있는 가운데에도 서로 상대의 주장을 주의 깊게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루비의 가족과 오히려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비장애인 가족들의 상반되는 모습에서 사람들의 관계라는 것이 언어 이전에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이러한 묵직한 소재들을 너무 심각하거나 가볍지 않게 다루며 재미를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기에 더해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귀에 익은 노래들은 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와 어우러져 관객들의 눈과 귀는 물론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이 초가을에 어울리는 가장 매력적인 가족성장 음악영화가 될 것이다.

 

-관객 리뷰단 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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