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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아름 결혼하다> 리뷰 : 내 안의 가부장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8. 26.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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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아름 결혼하다>

내 안의 가부장

 

박강아름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뒤바뀐 성 역할을 통해서 결혼과 가족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여자 아름은 유학을 결심하고, 남편 성만을 데리고 프랑스로 떠난다. 서울에서 아침에는 음식을 만들고 밤에는 글을 쓰던 남자 성만이 아름만을 바라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흔쾌히 그 길에 동행한다. 불어를 할 줄 아는 아름은 자신의 학업을 병행하면서 경제와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성만은 하루 종일 집에서 가사와 육아를 맡는다. 이들의 역할이 정해지고, 바깥일 하는 양반과 집안일 하는 아내의 문법이 자연스럽게 전복된다. 바깥일 하는 아내와 집안일 하는 남편일 때는 과연 뭐가 좀 다를까?

 

아름은 주부우울증에 걸린 성만을 위해 <외길식당> 프로젝트를 함께 해보자고 제안한다. 갑작스러운 프랑스행으로 졸지에 경력이 단절되었던 성만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요리를 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가난한 유학생 부부가 가난한 이들을 위해 열었던 프로젝트는 적자로 마무리되고 아름은 임신을 한다. 아름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는 자신의 몸을 탐구하며 여성의 몸을 기록한다. 보리가 태어나고 아름과 성만으로 이루어졌던 가족의 형태가 바뀐다. 그리고 놀랍게도 출산을 겪은 후의 아름은 가부장적인 면모를 더욱 돋보이기 시작했다.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겪은 여성 아름의 모습과 독불장군같이 구는 가부장적인 아름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엄청난 혼돈을 겪었다. 짐짓 내 안에 규정 지어 놓았던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한 사람을 통해 충돌하는 과정이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랐고, 자신에게도 고추가 있다고 바지를 내렸던 아름처럼, 사실은 우리 모두 다 가부장의 고추를 달고 태어나지 않았을까. 짐짓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이 내면의 혼돈은 어째서일까, 내게 굉장히 유쾌하게 다가왔다. 아름이 출산의 고통을 이용해 성만을 괴롭히는 게 아닐까 고민했다. 아름이 성만과 싸울 때 구석에 쌓인 먼지로 트집 잡는 걸 보고 웃기지 않을 수 없었다. 외지생활에 지친 성만을 카메라로 담고 자신의 다큐를 위해 성만에게 손을 흔들어보라고 말하는 아름을 보며 배가 찢어지게 웃었다.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들면서 웃기는 재능이라니. 이 탁월한 재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리고 무엇보다 카메라 앞에서 누구보다 솔직한 아름을 보고 감탄과 부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 모든 유쾌함을 다 박강아름이라는 사람이 만들어내고 있었다.

 

자전적 다큐멘터리의 최대 승패를 가르는 요인은 감독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카메라에 등장하는 것도 감독 자신이고, 카메라로 자신을 담는 것도 자신이고, 카메라를 들고 무언가를 담아내는 것 역시 모두 다 본인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울먹이면서 친구와 통화하는 장면은 기가 막힌다. 아름은 울면서 카메라의 각도를 조정하고, 의식하는 과정을 모두 보여준다. 카메라가 곧 본인이고 카메라 앞에서 꾸며내지 않는 아름을 보고 프로라고 생각했다. 글 하나를 쓸 때도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며 나에게 솔직하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고민인 요즘. 나는 순식간에 아름의 팬이 되었다. 영화 속 이랑의 노래 가사처럼 박강아름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는 늘 궁금해 할 것 같다.

 

-관객리뷰단 안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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