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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리카투> 리뷰 : 폭발하는 원초적 광기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8. 1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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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리카투>

폭발하는 원초적 광기

 

영화 <잘리카투>은 과함으로부터 비롯된 힘을 지닌다. 고작 물소 한 마리를 잡기 위해 온 마을의 사내들이 총동원된다는 것부터가 지나치다. 거의 모든 장면마다 사내들은 떼거리로 우르르 몰려다닌다. 오합지졸로 모인 사내들의 무분별한 상태는 영화에 넘쳐흐르는 과도함을 외적으로 가장 잘 드러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은 물소 사냥이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그저 미치듯이 달려가는 것에만 몰두한다. 감독 리조 조세 펠리세리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탈을 벗어 던지고 그 아래 숨어있던 짐승을 드러내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감독의 의도대로 90여 분 동안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광기의 서사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극장에서 관람하는 관객은 마치 멱살이 잡혀 끌려가는 듯한 강렬한 인장력을 경험하게 된다.

 

사실 영화의 서사는 매우 단순하다. ‘도망친 물소를 잡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고군분투한다.’ 이 한 문장으로 영화의 줄거리를 표현할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밋밋하게 흘러갈 수도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감각적인 음향과 편집기술로 극에 경사와 굴곡을 만들어지면서 영화의 서사에는 활력이 발생한다. 극의 초반, 마을의 일상을 그린 부분에서 이런 효과가 잘 나타난다. 마을의 풍경은 유사한 장면들이 짧은 쇼트들로 이어 붙여 표현된다. 눈을 감은 사람의 다음 장면에 눈을 뜬 사람이 등장하고, 전등이 켜진 장면 뒤에 컴컴한 장면이 등장한다. 물소를 도축한 장면 뒤로 정육된 고기를 사러 온 사람들의 장면이 나타난다. 이런 장면들이 짧고 긴 호흡으로 반복되어 마을의 하루를 나타낸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효과음도 함께 변화하는데, 이는 빠른 화면 전환과 어우러져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영화는 한밤중의 추격전으로 절정에 이른다. 풀숲과 어둠으로 가려진 시야 너머로 횃불과 등불이 어지럽게 흔들린다. 난사하는 조명 사이로 물소를 잡으려는 사내들이 넘어지고 내달리며 마구잡이로 뒤엉킨다. 그 와중에 쿠타찬(사부몬 압두사마드)과 안토니(안토니 바르게즈)는 서로를 증오하며 난투극을 벌인다. 이들의 움직임에 파워풀한 사운드와 빠른 리듬이 더해서 극의 긴박감을 더한다. 그러다 물소를 포획하는 두 번의 기회가 우물과 진흙탕에서 발생한다. 두 장소는 모두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소를 발견한 사내들이 벗어날 수 없는 곳을 향해 아우성치며 밀려 들어오는 장면에서 공포감으로 압도된다. 그렇게 물소 사냥은 인간과 짐승을 구별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광기가 넘치는 무간지옥(無間地獄)으로 수렴한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은 요한 묵시록의 한 대목으로 장식한다. 천 년 동안의 결박에서 풀려난 사탄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요한 묵시록 201-3)로 시작한 이야기는 신의 잔치에 초대되어 인간의 살로 배를 채우게 될 새들의 이야기(요한 묵시록 1917-18)로 막을 내린다. 영화의 후반부에 물소를 발견한 안토니 위로 사내들이 덮쳐 오르며 하나의 탑을 형성한다. 진흙 범벅이 된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 서로에게 달려드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장면이 전환되고 선사시대의 원시인 무리가 나타난다. 사냥감을 두고 싸우는 모습이 바로 직전의 장면과 매우 흡사하다. 이렇듯 영화는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광기로 분출되는 순간, 태곳적부터 시작된 인간의 본성이 드러남을 느끼게 한다.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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