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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 리뷰 : Just the Two of us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8. 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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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

Just the Two of us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 재밌는 영화 한 편을 보고 왔다. 20년간 비밀스럽게 사랑을 유지해온, 노년에 접어든 두 여인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 <우리, >이다. 노년의 레즈비언 커플 더하기 서스펜스물이라니! 기존의 퀴어 영화 공식을 깨는 것 같아서 참신했다. 대부분의 퀴어 로맨스 영화는 이성애 로맨스 영화와 마찬가지로 주요 비중이 청춘들의 사랑이었고, 그들의 서사와 세밀한 감정묘사 등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에 더 집중한다고 느꼈다. 반면 영화 <우리, >은 드물게 노년의 레즈비언 커플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루며 극을 서스펜스로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반갑고 신선한 작품이었다. 마치 오래도록 기다려온 이야기 같았다.

 

영화의 주인공 니나(바바라 수코바)와 마도(마틴 셰발리에르). 둘은 아파트 복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맞은편에 사는 가까운 이웃처럼 보이지만 20년간 남몰래 사랑을 유지해온 오래된 연인이다. 이들은 계획을 하나 세운다. 마도가 자식들에게 니나와의 관계를 커밍아웃하고 그들이 처음 만난 로마로 돌아가 남은 여생을 함께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족 없이 자신의 성향을 숨기지 않고 살아온 니나와 달리 마도는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한다. 많은 추억과 세월이 엿보이는 마도의 집과 달리 다소 심플한 니나의 집처럼 같고도 다른 그들의 차이나, 죽은 남편의 시계를 알게 모르게 간직하고 있던 마도와 그 시계를 대하는 니나의 태도 등을 통해 영화는 두 사람의 성향과 지금 처한 상황의 다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족들에게 미처 커밍아웃하지 못한 마도는 니나와의 갈등이 생기고, 영화는 그들의 갈등을 돌아가는 세탁기의 소음이나 기름이 튀는 소리 등을 이용해 긴장감 있게 조성시켜 나간다. 니나와의 갈등을 미처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마도는 갑작스럽게 쓰러지게 되고, 이 순간부터 철저하게 둘로 이루어졌던 이들의 세계에 금이 가고 물리적인 외부의 침입이 생기게 된다. 수면 위로 드러내지 않았던 견고한 둘의 관계는 한 사람의 기능이 상실되는 순간 이토록 쉽사리 위기에 빠진다. 니나는 마도의 보호자가 될 수도, 그녀를 옆에서 돌봐줄 수도 없는 타인이 된다.

 

거동이 불편한 마도는 간병인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들이 함께하는 집이라 여겼던 공간이 타인에 의해 문이 닫히는 순간이다. 마도와 니나의 집을 하나로 연결해주던 복도가 한순간에 멀게 느껴진다. 이제는 그들 사이의 거리감과 현실의 벽을 느끼게 할 뿐이다. 이때부터 니나는 마도를 보기 위해 마도의 집에 몰래 들어가거나, 문을 두드리고, 복도를 뛰어다니고, 외시경을 통해 마도의 집을 지켜본다. 자신의 마도를 다시 되찾기 위한 니나의 처절한 사투를 영화는 긴장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서스펜스로 구축해나간다.

 

니나와 마도는 자신들이 진정한 집이라 여겼던 로마로 떠날 돈도 잃고, 건강도 잃는다. 하지만 로마로 가지 못해도 서로가 서로의 곁에서 함께 손을 잡고 춤을 추는 그 순간, 결국 둘이 함께한다면 그곳이 어디든 그들의 집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두 인물에 집중하기 위한 심플한 각본 속 세밀한 감정의 서스펜스를 보여준 이 영화의 새로운 호흡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느껴보면 좋겠다.

 

-관객 리뷰단 안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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