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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 투 그리스> 리뷰 : 인생이라는 이름의 희비극(喜悲劇)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7. 22.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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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 투 그리스>

인생이라는 이름의 희비극(喜悲劇)

 

영화 <트립 투 그리스>트립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이다. 감독 마이클 원터버텀은 오디세우스와 같은 결말에 이르는 스티브와 롭을 통해 트립시리즈의 마지막을 완성하고 싶었다.”라고 이 작품의 연출 소감을 밝혔다고 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배우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은 <트립 투 잉글랜드>를 시작으로 <트립 투 이탈리아>, <트립 투 스페인>에 이어 이 작품에서도 실제 자신을 연기한다. <트립 투 그리스>10여 년간 이어온 작품을 매듭짓는다는 의미로 스티브와 롭을 작품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넘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관문처럼 느껴진다.

 

스티브와 롭은 매거진 옵저버의 기획에 따라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를 따라 6일 동안 그리스 여행을 떠난다. 두 사람의 여행 일화는 단조로운 형식으로 구성되어 이어진다. 여행지의 멋진 풍경과 유적지의 고즈넉함을 영상으로 옮겨 담고 여행지의 분위기를 한껏 누리는 스티브와 롭을 비춘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해당 지역의 고급 레스토랑에 마주 앉아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맛보고, 대화를 나눈다. 반복되는 형식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테이블 위에 펼쳐지는 스티브와 롭의 대화가 다양한 변주로 작용하여 극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스티브와 롭의 대화는 말장난과 성대모사가 주를 이룬다. 별 의미 없는 그들의 수다 속에서 인간의 고찰을 마주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그 중 알렉산더 대왕에 대한 스티브의 평가가 가장 인상적이다. 스티브는 알렉산더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한 행위들은 마피아와 다를 게 없다고 말한다. 로마 제국을 건설한 위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역사적 인물을 날카롭게 비평할 수 있는 중년의 관록이 느껴지는 순간, 스티브와 롭은 영화 <대부>에 출연한 말론 블란도를 흉내 내며 누가 더 마피아스러운 알렉산더를 표현하는지 대결한다. 진지하게 성대모사로 헛소리를 늘어놓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대화의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그냥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영화는 하루의 일정을 마치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간 스티브와 롭을 번갈아 화면에 등장시킨다. 이러한 편집은 관객으로 하여금 두 사람의 서로 다른 현재를 비교하도록 유도한다. 혼자 있을 때 스티브는 아들과 통화를 하며 건강이 악화된 아버지를 염려한다. 그와 달리 롭은 가족들과 통화하며 자녀들에게 애정을 표하고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여행의 마지막 일정을 보내는 와중 스티브는 아버지의 부고를 전해 듣고 급히 영국으로 돌아간다. 이타카 항구에 도달한 배 위에서 스티브와 롭은 짧은 포옹을 나누고 헤어진다. 이들의 여행은 이토록 허무하게 끝이 난다.

 

스티브와 롭이 맞이한 이타카 항구에서의 토요일은 매우 상반된 모양으로 그려진다. 아버지의 장례를 위해 떠나는 스티브는 급히 배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항구를 떠난다. 스티브를 배웅한 롭은 그대로 배 위에 있다. 그리고 항구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아내 욜랜다(마르타 바리오)와 인사를 나눈다.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롭과 손 인사를 하는 욜랜다 옆으로 굳은 얼굴을 한 스티브 지나가는 장면은 쓸쓸한 이별을 마주하는 한 남자의 슬픔()과 달콤한 사랑을 누리는 한 남자의 기쁨()이 뒤섞여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여행이 마침표를 찍은 자리에서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음을 느끼게 한다.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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