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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밤> 리뷰 : 한데 모였던 마음이 떨어지는 밤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7. 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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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밤> 리뷰

한데 모였던 마음이 떨어지는 밤

 

<흩어진 밤>은 부모의 이혼을 앞둔 남매의 심리를 통해 가족의 해체를 그린다. 수민(문승아)과 진호(최준우), 아이들은 속수무책으로 어른들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진 이별의 상황 속에 놓이게 된다. 어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관계를 정리해 나가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함께 살던 집을 정리하고 새로운 집을 알아보는 엄마와 이미 다른 거처를 마련한 아빠.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갈라져서 살면 좋을 지 선택을 통보 한다.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선택하고 만들어 놓은 상황 속에서 결정을 떠넘기고, 아이들에게 무책임한 모습에 표정이 한껏 일그러진다. 그렇다면 남매는 과연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아니,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일단, 처음 영화를 보고 들었던 생각은 건조하다였다. 영화가 담아내는 집의 모습이나 인물 간의 관계에서 그런 지점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부부 사이의 건조함은 이미 웃길 정도로 말할 여지가 없지만 엄마와 수민, 엄마와 진호, 아빠와 수민, 아빠와 진호 같은 경우의 수들, 즉 어른들이 끼어 있는 관계들에서 애정은 존재하지만 건조하고 냉랭한 기운을 많이 느껴졌다. 특히나 여느 남매들과 다르게 다정한 수민과 진호의 관계가 이를 더 부각하기도 했다. 어른이 끼지 않은 아이들끼리의 사이에서 남매는 부모의 이혼으로 느끼는 불안이나 감정을 서로에게 털어놓는다. 하지만 정작 어른들 앞에선 아이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불안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의 반복은 힘든 시련 속 어른들보다 서로를 의지하는 아이들의 연대가 느껴짐과 동시에 어른들과 아이들의 거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특히나 영화는 남매 중 수민의 심리를 세밀하게 포착해나가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수민은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사실이 싫다. 그냥 넷이서 같이 살면 안 되나 하는 마음과 동시에 자신은 누구와 살게 될지에 대한 경우의 수를 그려보기도 한다. 수민은 엄마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해보고, 오빠와 엄마가 함께 공부를 하고 있을 땐 불안한 마음에 그 주변을 서성이기도 한다. 또 엄마의 학원에 찾아가 보기도 하다가, 말없이 아빠의 집에 찾아가 보기도 한다. 그런 수민의 감정을 오롯이 담아내려 애쓰는 카메라는 시종일관 수민과 같은 시선을 바라보며 흔들리는 핸드헬드 촬영을 사용하면서 불안한 아이의 마음을 담아낸다.

 

간간이 웃음이 나는 포인트들도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아빠와 소풍을 가는 날, 헤어지고 곧 남이 되지만 선크림을 나눠 바르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나 아빠의 샌드위치와 음료를 챙겨주는 엄마의 모습, 수민의 생일을 축하하자며 어색한 모습으로 다 함께 외할머니를 찾아가는 현실적인 장면들에서 웃음이 나왔다. 특히나 수민과 진호가 참아왔던 자신들의 분노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내비치고, 간간이 할 말은 다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들을 볼 때는 안도의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눈치를 보고 중압감에 시달리는 상황 속에서 자신들의 분노나 감정을 숨기지 않는 건 매우 중요한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영화를 전반적으로 보다 보면 만듦새나 호흡에 있어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지만 독립영화의 템포에 익숙하다면 금세 몰입되어 아이들의 시선을 찬찬히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가족의 해체를 다루는 영화이지만 <흩어진 밤>은 누군가의 큰 잘못이 아닌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의 평범한 이혼과 그 속에서 어른들에게 무심하게 상처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과장 없이 담담하고 건조하게 조명해 나간다.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각자의 상처는 있고 그 상황 속에서 아이들의 시선으로 상처받는 아이들을 명백히 보여주지만 극 중 확실한 악역이 없다는 점에 눈길이 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른들의 헤어짐으로 찢기는 남매 그리고 아이와 부모의 관계가 아이들에게 지속되는 상처가 아닌 영화가 선택한 연출의 방식처럼 이들에게 지나가는 시간 속 담담한 성장의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른들에 의해 갈라져야 했던 아이들이 함께 사라진 그날 밤처럼, 결국에는 가족의 형태가 어떤 모습이든 아이들이 함께 행복하길 바란다.

 

-관객 리뷰단 (안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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