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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루프탑> 리뷰 : 루프탑에서 키워낸 청춘들의 사랑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7. 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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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루프탑>

루프탑에서 키워낸 청춘들의 사랑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이 엮어낸 청춘들의 이야기에는 유쾌함과 당당함이 주를 이루고 있다. 카메라는 봉식(정휘)과 하늘(이홍내)이 각자의 연인들과 사랑하고 생존과 취업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어서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영화는 하늘과 봉식이 동성애자임을 숨기지 않고 서사의 전면에 두고 있다. 그런데 기존의 퀴어 장르에서 자주 소재로 사용하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이 작품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영화는 그저 지금 시대에 20대를 보내고 있는 청춘들의 살아가는 방식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러한 영화의 태도는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불편함을 중화시켜 관객이 영화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제목에 사용된 루프탑은 실제로는 봉식이 월세 들어 살고 있는 옥탑방이다. 오래된 셋방 건물의 최상층을 옥탑방이 아닌 루프탑이라 부르는 순간부터 그 공간에는 기존의 저렴하고 생활하기 어렵다는 인식 대신 운치 있고 힙하다는 인식이 자리한다. 명칭이 바뀐 공간을 둘러싼 분위기는 공간에서 생활하는 봉식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닮아있다. 봉식이 가져다 꾸민 것처럼 보이는 햇빛 가림막과 장식용 조명, 그리고 스티로폼 텃밭은 봉식의 생활공간에 생기와 아름다움을 더한다. 봉식의 대사에 나오는 다이소 흙에 심겨 미세먼지를 먹고 자란 채소같은 삶이라도 어여쁘게 가꿔나가기 위한 봉식의 노력을 루프탑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영화의 초반, 봉식은 명품들로 화려한 치장으로 한껏 자신을 꾸민다. 아름답고 짧게살다가 죽기 위함이다. 봉식에게 미래나 장래라는 것을 느낄 수 없다. 민호(곽민규)와의 만남은 이러한 봉식을 변화시킨다. 봉식은 화려한 모습 뒤에 감춘 자신의 연약한 부분을 알아본 민호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진지한 관계가 되는 것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청경채가 꽃을 피우는 순간, 봉식은 민호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청경채는 봉식의 삶을 대면하는 상징물로 사용된다. 아름다운 어감을 지닌 청경채가 을 피워내듯 봉식도 더 이상 겉치장으로 자신을 숨기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나날을 보내기 시작한다.

 

봉식에게 청경채가 있다면 하늘에게는 고양이 아리가 있다. 하늘은 연인 정민(강정우)과의 결별로 봉식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게 된다. 하늘은 금방 정민의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정민의 교통사고로 정민과 진짜 이별할 위기에 처한다. 하늘은 정민이 입원해있는 동안 혼자 있을 아리가 되어 정민의 집을 찾아가지만 아리는 보이지 않는다. 하늘은 처음 만난 정민의 여동생 정연(염문경)과 함께 사라진 아리를 애타게 찾는다. 하늘이 찾고 있는 건 고양이지만 그것이 마치 정민과의 사랑처럼 느껴진다. 어디에도 없던 아리가 정민의 집 안에서 나타난 것도 하늘과 정민의 사랑이 줄곧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을 상징하는 듯 느껴진다.

 

처음 봉식과 하늘에게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봉식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이유로 하늘은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 이유로 그저 시간에 휩쓸려가듯 느껴진다. 이런 봉식과 하늘이 새로운 사랑을 만나고 놓칠 뻔한 사랑을 깨달으면 내일을 준비한다. 영화의 마지막 신에서 정민의 전화를 받은 하늘의 울먹이며 웃는 얼굴에서 미래를 향한 희망을 느낀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체리필터의 낭만 고양이가 울려 퍼진다. 20여 년 전에 발표된 이 노래의 경쾌한 리듬과 낭만을 말하는 노랫말은 봉식과 하늘을 절로 떠오르게 한다. 이렇게 영화는 낭만을 지닌 청춘들을 노래를 통해 응원하면서 위트 있게 막을 내린다.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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