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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리뷰 : 고요하고 명랑하게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7. 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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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고요하고 명랑하게

 

한창 이런 말을 자주 듣던 때가 있었다. “젊은 게 최고야, 너는 아직 젊으니까, 젊었을 때 최선을 다해야지, 그때가 제일 좋을 때다.” 이런 말들을 듣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말은 지금 이 시기가 지나면 나머지는 다 안 좋은 때라는 건가? 나이는 먹고 늙을 텐데, 늙고 싶지 않다.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하는 거지? 등등 어딘가 석연치 않은 물음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내 머릿속에 떠돌아다녔다.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었지만, 내가 미처 답을 찾기도 전에 나는 이미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젊음만을 좇고 있었다.

 

한때 젊음만을 갈구하고 어떻게 늙어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이때 조급한 마음을 차근차근 달래주던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나이 들어감을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이야기들이었다. 유별나지 않게 담담한 어조로 노년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영화들을 통해 겪어보지 못한 인생을 배웠고, 삶의 유머와 덤덤한 일상들을 통해 위로 받았다. , 나이 들어가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 않구나. 그를 통해 나는 흘러가는 삶을 받아들이고, 나이 들어감에 대해 긍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 그 따뜻한 시선으로 흘러가는 한 사람의 세상을 바라보는 영화가 또 한 편 개봉했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혼자 사는 주인공 모모코(다나카 유코)의 삶을 보여준다. 70대의 모모코를 통해 노년의 삶 속에서 혼자 사는 것에 대한 고찰과 나를 나답게 바라보는 법에 대해 담아낸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자식과의 관계마저 소홀하지만 모모코는 의외로 이를 통해 가족에게서 벗어난다. 가족이란 울타리에서 벗어난 후 홀로 지내는 삶 속에서 오롯이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법을 배운다. 그의 일상은 매일 같이 고요하고 단조롭게 반복된다. 물론 가끔씩 그 속에서 진한 외로움과 고독도 보인다. 하지만 그는 외로움에 애처로워하지 않고 흘러가는 인생처럼 고독과 외로움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다시 한번 진정한 혼자의 자유로움을 느낀다.

 

영화는 극중 모모코에게 고향 사투리로 말을 거는 내면의 3인방을 내세우거나, 모모코의 생각들을 연극적인 연출과 애니메이션을 통해 유쾌하고 명랑한 톤으로 담아내며 극의 재미를 더한다. 또한 과거 속 어린 모모코를 되돌아보고 스스로 다독이는 장면과 신여성을 꿈꾸던 젊은 시절의 모모코(아오이 유우)와 현재의 모모코가 만나는 장면은 깊고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과거를 똑바로 마주하고 보내주는 그의 모습은 온전한 홀로서기의 시작을 알리는 듯하다.

 

남편과 사별한 후 과거의 자신에게 모모코는 선언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힘으로 혼자 살고 싶었던 것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람이라고. 과거의 자신에게 말하는 그의 말에 앞으로의 삶에 대한 단단한 다짐이 느껴진다. 스스로 변화하며 유쾌하게 혼자를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모코의 인생 후반기는 늘 그렇듯 고요하고 명랑하게 흘러갈 것이다. 모모코에겐 언제나 함께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유쾌한 3인방이 있으니!

 

-관객 리뷰단 안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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