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와인 패밀리> 리뷰 : 당신의 삶에 살루테!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7. 24. 17:57

본문

<와인 패밀리>

당신의 삶에 살루테!

 

단순히 영화의 줄거리만 보면 평범하다 못해 진부하게 느껴진다. 대기업의 수장까지 올라갔지만 소신을 펼칠 수 없었고 평생 일만 하느라 완전히 소모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제서야 곁을 돌아보니 가족관계는 이미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길로 사표를 내고 무작정 고향 마을로 돌아가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오래전 떠나온 고향이지만 순박한 마을 사람들이 따뜻하게 반겨주었고, 어찌하다 보니 모두 잊고 있었던, 그 마을에서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비록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 가족도 곁으로 돌아오고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 펼쳐지더라. 숱한 영화와 소설들, 하다못해 유행가들이 끊임없이 반복해왔던 소재요, 이야기다. 그렇게 식상한 얘기에 과연 이 영화까지 보태야만 하는가? 원작 소설만으로도 족할 이야기를 굳이 영화로 재해석하려는 감독은 정말 계획이 있는 것일까?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을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이 영화는 그 줄거리와는 별개로 위안과 희망을 주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우선,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영화의 배경이 된 이탈리아 아체렌자는 팬데믹 종료 후 방문하고 싶은 마음속 첫 여행지가 될 것이다. 높지는 않지만 언덕 위에 마치 요새처럼 자리 잡은 아체렌자는 등장부터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성처럼 위압적이지 않은 대신 고만고만한 여러 집들이 아기자기 어깨를 맞대고 있는 모습은 푸근하다. 마을에서 내려다보는 주변의 경치도 은은하게 굽어보이는 아름다움이 있다. 해가 쨍쨍한 날에도, 구름이 잔뜩 흐린 날에도, 벌레 울고 달빛 푸른 밤에도 아체렌자는 더없이 아름답기만 하다. 지금 전세계를 가로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코로나 장벽만 종식된다면, 저 아름다운 곳에서 며칠 느긋하게 머물며 와인 한잔하는 날을 상상하지 않을 관객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또 다른 이 영화의 미덕은 복잡하지 않고 쉽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고향을 떠나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고 그 노력에 대한 대가로 사회적 성공을 쟁취했지만, 그것이 타인의 동의를 구할 수 없고 가족의 마음도 얻을 수 없는 일이라면 얼마나 공허한 일인가. 그 평범한 진리를 크게 멋 부리거나 돌려 말하지 않고 소소한 이탈리아식 유머와 함께 그냥보여준다. 가뜩이나 복잡한 세상, 신경 쓸 일이 한가득인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당신도 좀 돌아보세요, 잘 살아왔나요? 잘 살고 있습니까? 정말 그렇게 살아도 되겠어요?’라고 묻는 것 같은 영화이다. 아체렌자와 같은 각자의 마음속에 아련한 고향마을을 내달리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복잡한 모든 것에서 잠시 멈춰 서서, 주위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볼 것을 권하는 듯한 영화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영역이 확대되고 물리적 거리 두기가 심리적 거리 두기로 번지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이 와중에 표면적으로는 디지털적 온라인 중심의 소통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움직임에 비례적으로 사람들은 아날로그적인 오프라인의 관계 맺음에 더욱 목말라하고 있다. 영화는 그런 면에서 공동의 가치가 개인적인 이익 앞에 무기력한 성과 지상주의가 얼마나 더 지속 가능한지 물음을 던지고 많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가진 물질적 가치 이상의 것들에 대해 재고할 것을 권하고 있다. 마르코(조 판톨리아노)의 경영을 원하는 호텔 체인을 찾아가 그가 화려한 재계 복귀를 꾀하는 대신,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와인 공급 협상을 하고 돌아오는 모습이 안도감과 훈훈함을 안겨주는 이유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영화는 늘 다뤄왔던 주제이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들이 공감할 만한 시각으로 말을 걸고 있다. 지금 삶이 무기력하고 지겹다면 그 자리에 멈춰서 찬찬히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주위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둘러보자. 그리고 얼마나 더 살지 모르는 내 삶이 좀 더 풍성해지는 길을 걸어보자. 그 길의 끝에 내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바로 그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마음이 풍요로운 삶을 위해 살루테!

 

-관객 리뷰단 이호준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