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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투게더> 리뷰 : 사랑, 그 아름다운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2. 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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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투게더>

사랑, 그 아름다운

 

왜인지, 이유를 알 수 없게 마음을 빼앗아가는 영화이다.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으면 이과수 폭포가 펼쳐지고, Astor Piazzolla‘Tango Apasionado’가 무한반복 된다. 슬픔과 외로움 가득한 아휘(양조위)의 눈빛과 상대를 유혹하다가도 마지막엔 그리움의 눈물이 넘쳐흐르는 두 가지 모습을 가진 보영(장국영)의 눈이 자꾸만 떠오른다. 눈과 귀를 홀려버린 것일까. 그렇다. 줄거리 자체의 의미는 크지 않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색과 조명, 자신만의 색을 반짝거리는 배우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음악으로 충분하다. 그것만으로도 잔상과 잔향을 길게 남기는 매혹적인 영화다.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그리고 둘이 헤어져 지내는 장면은 흑백으로 처리된다. 색이 사라져버린 스크린은 둘의 추억을 빛바랜 기억으로 만들고, 보영과 아휘의 얼굴에서 활기를 없애 쓸쓸함이 더욱 깊어지게 만든다. 종종 슬로우 모션으로 처리된 장면은 등장인물의 심적 고통을 심화시키고 그 강도를 배가시키는 효과를 거둔다. 여기에 핸드헬드 기법까지 더해진 장면은 불안정하고 고통스러운 그들의 심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 뒤 아휘와 보영이 재회하여 택시에 함께 타는 장면에서 불현듯 색이 돌아오며, 아휘의 어깨에 보영이 머리를 기대는 장면은 앞의 흑백 장면과 대비되어 긴 어둠의 터널에서 나와 드디어 따뜻한 빛의 세계로 들어선 듯하다.

 

영화 곳곳에 배치된 그림 같은 장면들은 잊을 수 없는 미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가장 지저분한 뒷골목에서 골랐을 법한 싸구려 모텔은 더럽고 누추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렇게 누추한 장소이기에 오히려 두 젊음을 그 존재만으로도 빛나게 만든다. 어둡고 더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공동취사실에서 허름한 옷을 입고 탱고를 추며 서로를 만지고 느끼며 사랑의 몸짓을 나누는 모습은 기괴하게 매혹적이다. 꼬질꼬질한 속옷으로 뒹구는 배우들도, 이와 벼룩이 가득할 것 같은 붉은 담요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옥상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신, 아휘가 떠나고 빈 테이블에 커튼만 펄럭이는 장면 등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장면은 도저히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미덕은 배우들의 연기이다. 제멋대로 사랑하고 갑자기 떠나기를 반복하는 보영. 그는 쉽게 사랑에 휩싸이지만 구속당하길 원하지 않는다. 상대를 유혹하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채 이별을 슬퍼하고 아휘의 빈자리에 오열하는, 금방이라도 깨질 것만 같은 보영을 장국영이 아니면 그 누가 연기할 수 있을까! 한 사람만 바라보는 아휘. 그는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서도 항상 보영을 받아준다. 그 불안한 눈, 다시 떠날 것을 예감하는 듯 깊은 외로움이 묻어나는 눈, 그럼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그 눈은 양조위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다. 특히, 바에서 장(장첸)의 녹음기를 받아 들고는 눈물이 고이다가 결국 소리 죽여 흐느끼는 아휘의 모습은 너무나 가슴 아프게 아름답다.

 

이것은 젊은 연인의 이야기이다. 여느 연인들이 그러하듯 불같이 사랑하고 사소한 일로 다투다가 다시 안 볼 듯 헤어지고, 그러다 또다시 만나 사랑한다. 의지하지만 의심하고, 염려하다가도 질투하는 흔한 연인들의 모습이다. 스크린을 통해 쏟아지는 이과수 폭포의 장엄한 모습과 세상의 끝이라는 우수아이아가 갖는 특별함, 그리고 이제는 볼 수 없는 장국영과 우수 어린 양조위의 멋진 연기, 반도네온을 앞세운 탱고의 맛에 푹 빠져보는 것만으로도 인생 영화가 될 작품이다. 사랑, 그것은 언제나 아름다운.

 

-관객 리뷰단 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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