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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스마트> 리뷰 : 변화를 위한 충돌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2. 1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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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마트>

변화를 위한 충돌

 

영화 <북스마트>가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는 간단한 구조로 짜여있다. 영화는 학창 시절 내내 공부밖에 할 줄 몰랐던 에이미(케이틀린 데버)와 몰리(비니 펠드스타인)가 졸업을 하루 앞두고 일탈을 계획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좁은 시야에 갇혀 있던 두 소녀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변화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서사 구조는 단순하다. 이러한 서사의 단순함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확연히 드러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다. 따라서 영화의 절정의 순간에 벌어지는 몰리와 에이미의 충돌이 두 사람이 앞으로 변화하고 성장할 것임을 예감하게 한다.

 

에이미와 몰리의 상황은 마치 우물 안의 세상을 전부라고 여기는 개구리 두 마리처럼 느껴진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돈독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의 다른 학생들이 일탈을 일삼을 때 그것에 유혹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행을 일삼는 주변의 이들이 어리석다고 여긴다.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대목은 학교 화장실에서의 장면이다. 몰리는 변기에 앉아 벽을 가득 메운 낙서들 가운데 틀린 철자를 고치고 있다. 트리플에이(몰리 고든), 태너(니코 히라카), 테오(에두아르도 프랭코)는 몰리가 화장실에 있는 줄 모르고 몰리의 뒷담화를 한다. 저속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이들의 대화의 끝에 몰리가 등장한다.

 

몰리는 자신을 험담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합격한 명문대를 거론하며 그들보다 자신이 우월함을 드러내고자 한다. 그러나 몰리의 예상과는 달리 이들 역시 명문대에 진학하였음을 알게 된다. 이 장면을 시작으로 몰리의 일상에 파장이 밀려오고 몰리에게 불어닥친 파장은 에이미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자신들이 우물 안에 있음을 알아차린 순간, 에이미와 몰리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의 운동은 우물에서 벗어나려는 게 아니라, 우물 속의 자신들이 더 나은 사람임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기 위함에 있다. 학교의 거의 모든 학생이 모여 있는 닉의 파티에 가려는 이유는 결국 자신을 과시하려는 데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파티가 열리는 닉의 집은 에이미와 몰리에게 변화를 맞이하는 장소로 기능한다. 에이미와 몰리의 처음 의도와는 맞지 않지만 닉의 파티에서 두 사람은 그동안 외면하고 숨겨온 자신들의 다른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변화는 먼저 에이미에게서 일어난다. 에이미는 닉의 집에서 두 번의 탈의(脫衣)를 한다. 처음은 에이미가 그동안 흠모해 온 라이언(빅토리아 루스가)과 함께 수영장에 뛰어드는 때이다. 두 번째는 화장실에서 호프(다이애나 실버스)가 관계를 맺으려고 할 때이다. 탈의의 순간은 에이미가 동성애자인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에이미를 둘러싼 울타리를 벗어날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의 에이미는 언제나 몰리와 함께 생각하고 몰리와 함께 행동해 왔다. ‘우리의 계획이라고 말해온 그것은 사실 몰리의 계획이다. 에이미는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기보다 몰리의 뜻을 따르며 살아온 것이다. 이 때문에 에이미의 각성에 가까운 변화는 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에이미와의 말다툼은 몰리에게 시야를 넓히는 계기로 작용한다. 홀로 집으로 걸어 돌아가는 몰리는 트리플에이의 차를 얻어탄다. 트리플에이를 향한 난잡한 소문을 핑계로 그녀를 무시해온 몰리는 차 안에서 대화의 마지막에 트리플에이를 그녀의 진짜 이름으로 부른다. 몰리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들의 지닌 장점을 인정하기 시작한 순간이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차례대로 나와 얼굴에 물풍선을 맞는 장면이 등장한다. 충돌의 여파로 물풍선이 터지는 순간의 전과 후로 표정이 달라진다. 대부분 물풍선을 맞기 전에는 겁에 질린 듯 눈을 질끈 감고 있다. 그러다 풍선이 터지면서 온 사방에 물이 퍼지면 입을 크게 벌리고 웃기 시작한다. 변화의 과정도 이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변화를 맞이하기 전에서 한껏 몸을 웅크린 채 그것을 거부하지만, 막상 변화하기 시작하면 그 과정을 즐기기 시작한다. 그런데 변화를 위해서는 어떤 충격이 필요하다. 감독은 그것을 영화의 막이 내려가기 직전까지 보여주고 있다. 여러 의미로 단순하지만 강렬한 작품이라고 느낀다.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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