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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웰> 리뷰 : 보고 싶어요, 할머니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2. 1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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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웰>

보고 싶어요, 할머니

 

영화는 실제 거짓말에 기반한 이야기입니다라는 독특한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흔히 봐왔던 방식이 아니다. 대개는 실제에 기반한 얘기입니다라거나, ‘가상에 기반한 이야기입니다라고 말한다. ‘, 이거 뭐지?’라며 웃고 들어가게 만드는 이런 독특한 방식의 유머가 이 영화 전반에 흐르는 기조이다. 그리고 그 주된 내용은 폐암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할머니(자오 슈젠)에게 그 사실을 숨기면서도 가족의 사랑을 전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영화에 가장 큰 긴장감을 선사하는 것은 주인공 빌리(아콰피나).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성인이 된 빌리는 영어가 중국어보다 편하고 사고방식 역시 서양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할머니의 폐암과 관련해서도 중국인이 전통적으로 불치병을 환자 본인에게 숨기는 것과 달리, 빌리는 본인에게 알려서 삶을 정리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가족들은 빌리가 할머니 댁을 방문하는 것을 막지만, 그럼에도 갑자기 할머니 앞에 나타나서 모든 가족을 경악게 한다. 이 장면에서도 영화 특유의 재기발랄한 전개가 빛을 발하며 긴장을 한껏 고조시키다가 엉뚱한 유머로 넘긴다.

 

시작부터 짐작하게 만든 대로, 시한부의 삶을 살게 된 할머니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이 맞는가 아닌가에 대한 가족 간의 갈등이 이어진다. 두 아들 중 한 명은 미국으로, 다른 한 명은 일본으로 이민을 가서 20년이 넘도록 생활하다 보니, 어떤 면에서는 서양적인 사고방식이, 또 다른 어떤 면에서는 중국식 사고방식이 충돌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도 자연스레 어느 쪽이 맞는 것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영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어느 쪽이 맞고 그른 것인지가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에 도달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가족들의 진심 어린 사랑인 것이다. 할머니는 오랜만에 한데 모인 가족들을 살뜰히 챙기고 먹이며 더없이 행복한 미소를 보여준다. 손주들도 어릴 때부터 떨어져 있었음에도 할머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보여준다. 특히 큰아들(강영파)이 결혼식장에서 자신의 성공은 모두 어머니의 은공이라며 감사와 사과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감독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인물들조차도 모순된 태도를 취하는 장면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거짓말에 가장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빌리는 영화의 첫 장면부터 통화하는 할머니에게 가벼운 거짓말들을 잔뜩 늘어놓는다. 하지만 그것이 멀리 있는 할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에 모두 공감할 수 있다. 빌리의 입장에 가장 가까워 보이는 아버지(트지 마) 역시 가족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흡연 사실을 감췄으며, 돌아가신 할아버지 또한 거짓으로 금연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심지어 할머니 역시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지금의 가족들과 똑같은 태도를 취했다. 영국에서 유학을 한 의사조차도 병을 숨기는 것을 좋은 거짓말이라 하며 옹호하고 나선다. 결국 사랑하는 사람을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주려는 마음 그 자체가 이러한 거짓말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영화는 마지막까지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른다. 가족들을 모두 배웅하고 나서 끝내 울음이 터져버린 할머니의 모습을 차창으로 바라보는 장면에서, 어쩌면 관객은 갑자기 북받치는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눈물을 경험할지 모른다. 그러나 잠시 후에는 작고 귀여운 반전이 기다린다. 이 반전은 영화가 감독의 실화에 기반한 영화이기에 한 편의 소동으로 끝났을 가족들의 모습이 떠올라 절로 웃음이 배어난다. 눈물도 채 멈추기 전에 밀려온 실소는 훈훈한 온기를 가슴에 들인다. 흔한 가족들의 일상적인 작은 에피소드 같은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은 놓지 않는 영화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때는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지고 할머니가 보고 싶어지는 영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라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가족의 온기를 간직한 영화이다. 좋은 음악은 덤!

 

-관객 리뷰단 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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