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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언니전지현과 나> 리뷰 : 일랜시아. 머나먼 저편 희망의 미래를 찾아 떠나는 여정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12. 1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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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언니전지현과 나>

일랜시아. 머나먼 저편 희망의 미래를 찾아 떠나는 여정

 

영화 초반 속히 망한 게임이라고 불리는 일랜시아에 대한 자료들이 등장한다. 유튜버의 말, 인터넷 기사들은 그 망한’ ‘재미없는’ ‘쓰레기 같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일랜시아를 비관한다. 하지만 요즘 웬만한 동영상 하나보다 용량 작은 이 오래된 게임에는 아직 남아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님은돌쇠만쌀줘길드(게임에서 형성되는 유저들의 모임)의 마스터이자 이 영화의 감독인 내언니전지현(박윤진)은 왜 아직도 남아서 게임을 하는지 유저들을 만나며 그 답을 찾는다. 이 영화는 단순히 게임 속 유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에 멈추지 않는다. 유저들이 말하는 이야기를 속에는 놀랍도록 게임과 닮은 현실이 있다.

 

영화는 내언니전지현으로 존재하는 게임의 세상과 감독 박윤진으로 존재하는 현실의 세상을 나누어 보여준다. 게임 속 유저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말을 거는 캐릭터를 보여준 뒤 현실에서 그 유저와 만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사이에 끼어드는 오래된 뉴스 화면이다. 뜬금없다 느껴지는 이 배치는 게임과 유저들을 이어주고, 이 두 세계가 분리되어 있지 않음을 이해하게 해주는 다리가 된다. 1997IMF 경제 위기 상황, 2년 뒤 넥슨은 일랜시아를 세상에 내놓는다. 기존 게임들과 다르게 자유도가 높아 자기가 원하는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이 게임에 유입된 유저 대부분이 학생이었다. 일상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했던 그때의 유저들에게는 일랜시아는 숨 쉴 공간이 되어 주었다.

 

영화 중반 또 한 번 등장하는 뉴스는 십 대 청소년들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어 한다고 전한다. 뒤이은 넥슨 개발자의 인터뷰는 게임이 경쟁을 돈으로 팔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관리자도 개발자도 떠난 게임 속에는 무한한 경쟁과 문제만이 남았다. 그 문제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유저들은 자신이 가진 환경적 요건에 따라 관점의 차이를 보인다. 모두가 매크로(반복 작업을 자동화하는 컴퓨터 프로그램)를 돌리는 상황을 어떤 이는 경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다른 이는 그저 보물섬으로 휴식을 떠나고 싶을 뿐이다. 현실에서 유저들은 오랜 경쟁 과정을 거쳐 대학에 진학하고 구직과정을 겪고 가정을 이루며 살아간다. 그들을 닮은 캐릭터들도 게임 속 광산에서 무한정 곡괭이질을 하고 있다.

 

그들은 노력해도 삶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일랜시아를 떠올린다. 그래도 게임만큼은 자신이 한 만큼의 변화와 즐거움이 있었다. 지금은 답이 보이지 않는 현실과 똑같아 무기력해지고 떠나게 된다. 게임 속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 위에 캐릭터들이 모여 있다. 그리고 현실에서 모임을 갖는 유저들의 모습으로 화면이 이어진다. 이전의 차분한 인터뷰들과는 다르게 생동감이 넘치는 그들의 모습은 그 유대가 게임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게임이라는 공통주제가 그들을 한데 모으고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이 게임이 존속되어야 하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일까 이어지는 내언니전지현의 행보는 개인이 할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소소하면서도 벅찬 감동을 준다.

 

22회 정동진 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인 땡그랑동전상을 받은 이 영화는 게임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룸에도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다큐멘터리라는 어쩌면 거리감이 있는 장르와 그만큼 독자적인 영역을 가진 게임이라는 소재가 만나 독특한 재미를 주며 거리감을 확연히 좁힌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미래를 고민하는 유저들이 죽어가던 한 게임을 살리듯 이 영화를 보는 관객도 일상에서 포기하고 있던 아주 작은 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관객 리뷰단 박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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