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마리 퀴리> 리뷰 : 압축될 수 없는 발견, 삶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12. 9. 21:45

본문

<마리 퀴리>

압축될 수 없는 발견, 삶

 

마리 퀴리는 훗날 사람들이 평가하는 것만큼 살아생전 최고의 대우를 받으면서 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1867년 제정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시절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마리 퀴리는 폴란드인으로서 엄청난 차별을 받으며 성장해야 했다. 고향에서는 여자가 대학에 갈 수 없었기 때문에 가난한 형편에도 프랑스 유학을 택했는데, 프랑스에서 가서는 다시 이민자라고 차별받았다. 뛰어난 업적에도 여자였기 때문에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에조차도 가입할 수가 없었다. 그의 발견은 인류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지만, 실제 삶은 끝없는 차별과의 싸움이었다. 그렇기에 마리 퀴리의 삶은 원소의 발견 하나로 압축될 수 없다.

 

마리 퀴리(로자먼드 파이크)는 여성이었기에 과학 아카데미에 가입할 수 없었지만,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가 됐고, 소르본 대학 최초의 여성 교수가 됐다. 새로운 방사성 물질의 이름을 차별받고 있는 조국의 이름을 따서 폴로늄이라고 지었다. 그중 가장 놀라운 것은 뛰어난 업적을 쌓은 과학자이지만 가치중립을 핑계로 연구실에만 처박혀 있지 않았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X선 촬영 차량을 만들어서 부상병들을 진단했다. 과학의 발전이 전쟁에도 영향을 끼치지만, 마리 퀴리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실천했다. 여성으로서, 과학자로서, 독립하지 못한 조국을 가진 사람으로서 옳은 방향으로 행하려고 했다.

 

영화는 마리 퀴리의 생과 업적을 되살려보면서 그의 발견이 세상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 놓치지 않기로 한 것 같다. 퀴리 부부가 첫 번째 노벨상을 수상할 때 했던 피에르 퀴리(샘 라일리)의 연설은 마치 영화의 주제를 직접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라듐은 범죄자들 손에 들어가면 위험한 물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바로 이 자리에서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자연의 비밀을 캐는 것이 인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그 비밀을 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인류는 성숙한가?”

 

퀴리 부부는 자신들의 발견에 학자로서 기뻐했지만 동시에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염려했다. 영화는 마리 퀴리의 삶을 보여주다가 관객을 가끔 미래의 시간으로 데려다 놓는다. 1945년 히로시마에 원자 폭탄이 떨어졌을 때, 1957년 암 치료에 방사능이 적용되기 시작했을 때, 1961년 네바다에서 핵폭발 쇼가 인기리에 진행됐을 때,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 화재가 일어났을 때. 마리 퀴리의 삶 자체가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의 발견을 우리가 제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인지를 되묻게 한다.

 

-송은지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