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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고네> 리뷰 : 심장의 법을 따르는 소녀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12. 10.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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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고네>

심장의 법을 따르는 소녀

 

동명의 그리스 신화 이야기는 이렇다. 테베의 왕자인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는 왕좌를 두고 다투게 된다. 폴리네이케스는 에테오클레스로 인해 쫓겨나게 되자 아르고스 군대를 이끌고 테베를 공격한다. 이 과정에서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 모두 죽게 되고 형제의 숙부인 크레온이 섭정이 된다.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에게는 장례를 치러주지만, 폴리네이케스는 반역자로 들판에 버려지게 한다. 여동생 안티고네는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를 매장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는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은 이렇다. 2008년 몬트리올에서 경찰이 쏜 총에 한 난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 현장에 있던 희생자의 형제는 추방될 위기에 처하게 되고, 형제의 여동생은 오빠를 구하기 위해 인터뷰에 나선다. 소피 데라스페 감독은 그 뉴스를 보고 고대 그리스 신화인 안티고네를 떠올렸고, 실화와 신화를 접목해 새로운 안티고네를 완성했다. 영화는 알제리 내전으로 인해 가족을 잃고 캐나다 몬트리올에 정착한 한 이민자 가족을 그려낸다.

 

영화는 신화를 기반으로 한 소포클레스 희곡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신의 법(망자의 시신을 마땅히 묻어줘야 함)’인간의 법(반역자를 매장할 수 없음)’ 사이에서 신의 법을 따르는 이의 이야기를 현재의 상황에 맞추어 변주한다. 내전으로 인해 이미 부모를 잃었고, 경찰의 잘못으로 다시 큰오빠를 잃은 상황에서 안티고네(나에마 리치)는 작은오빠마저 잃을 순 없다. 어쩐지 이민자에게 더 가혹한 듯한 사법체계에서 안티고네는 의연하게 언제든 다시 법(인간의 법)을 어길거고, 심장(신의 법)이 시키기 때문이라고 외친다. 오직 그것만이 중요한 것처럼 모든 걸 내던지고 맞선다. 안티고네는 캐나다 영주권을 가지고 사는 사람보다는 알제리 내전을 피해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한 이민자로서의 의식이 훨씬 강한 사람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신화의 안티고네가 그랬던 것처럼 영화 속 안티고네의 투쟁이 빛나는 지점 역시 이것이다. 안티고네는 자신이 행한 일이 캐나다 법에서 유죄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자신이 따르려는 가장 중요한 법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다. 가족을 지키려고 맞서는 모습은 극 초반의 나서지 않는 듯한 안티고네의 모습과 대조적이면서 그에게 더욱 생기를 불어넣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안티고네가 폴리네이케스를 탈옥시키고 얻을 것은 오직 가족의 추방을 막는 것뿐이다. 그 외의 것은 시민권이든 미래의 평탄함이든 아무것도 남을 것이 없다. 미성년자인 이민자 소녀가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시민사회의 일정 지지를 얻었고, 이대로 가벼운 판결을 받으면 좋을 텐데 폴리네이케스가 붙잡혀 상황에 반전이 일어난다.

 

신화 속 안티고네는 크레온에게서 무덤에 갇혀 차차 굶어 죽게 되는 사형을 선고받는다. 그는 굶어 죽기 전에 스스로 목을 매 죽는다. 영화는 공항에서 이송되고 있는 안티고네의 얼굴을 비추며 끝난다. 아마 가족과 함께 다시 알제리로 돌아가는 길일 것이다. 결국 안티고네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알제리로 가야 한다. 영화 <안티고네>는 완전히 한 국가에 속할 수 없는,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 또 다른 법을 따라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감독은 그것이 아마 현대의 이민자들이라고 본 것 같다. 이 안티고네의 얼굴을 보고도 당신은 현재의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 것인가.

 

-송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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