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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후드> 리뷰 : 지금 이 순간 네가 원하는 것을 해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11. 1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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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후드>

지금 이 순간 네가 원하는 것을 해

 

영화는 시작부터 강렬한 음악과 격렬하게 미식축구를 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느린 화면으로 보여준다. 그러한 효과는 움직임을 극대화해 보여주며 감정을 고조시킨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들이 모두 여자선수들이라는 발견을 하게 된다. 익스트림 스포츠는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깨어진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던 여자미식축구의 모습은 그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로 함께 보는 이를 흥분시키고 몰입하게 한다. 사위가 어두운 경기장, 온전히 자신들만의 세상을 점령하고 함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소리 지르고 몸을 움직이고 싶어진다.

 

인트로 장면이 전환되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소란스러운 여학생들의 귀가 장면으로 이어진다. 뭉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여자들은 이상하게도 남자들이 있는 곳에 다다르자 조용해진다. 무리에서 나온 주인공 마리엠(카리자 투레)은 바쁜 엄마 대신 집안일을 하고 동생들을 챙긴다. 다정한 자매의 모습은 순식간에 폭력적인 오빠의 존재로 얼어붙는다. 마리엠에게 집안은 안정을 주는 공간이 아니다. 오직 위안을 주는 건 힘든 순간에 같이 손잡아 주는 동생뿐이다. 학교에서도 진학 문제로 마찰을 빚으며 뛰쳐나온 마리엠은 운명적인 만남을 맞이하게 된다.

 

진학 상담을 하다 뛰쳐나온 마리엠을 레이디(아사 실라)가 자신의 무리에 끌어들인다.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부당한 일에 나서서 싸우고 공공장소에서 소란스러운 그들이지만 너무나도 자유분방하고 거침이 없다. 처음에 경계하며 어울리지 못하던 마리엠은 그들과 함께 파리를 다니며 서서히 닮아 간다. 마리엠은 평소 같이 설거지를 하다 발견한 주머니칼을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카메라는 그 순간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영화는 여기까지 한 단락을 이루며 검은 화면으로 전환된다. 위협적인 주머니칼이 화면에 등장함에도 이상하게 불안하지 않다. 배경에 깔리는 음악이 마리엠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듯 희망차고 밝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영화는 단락들을 이루고 단락 끝의 검은 화면이 긴 여운을 준다. 그 단락과 여운은 마리엠의 선택과 결과들을 관객에게 추측하게 만든다. 새로운 단락은 시작하며 변화된 마리엠의 모습을 보여준다. 문을 열고 나온 모습은 이전과 다른 겉모습을 하고 소란스럽게 친구와 어울린다. 줄곧 화면 안에 담아두고 그녀의 변화를 보여주던 카메라가 엔딩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마리엠을 화면 밖으로 놓아준다. 이전의 단락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정말로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였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전 단락들에서 보여준 선택에서 그녀가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살 거라는 것을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인트로의 영상처럼 마리엠은 여성들 사이에서 몸을 부딪치고 받아들이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간다. 단호한 구획들이 나누어져 그 순간의 마리엠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보여주며 그 순간에 집중하게 한다. 마리엠의 짧은 단편들을 바라보며 관객은 익숙히 알고 있던 성장의 의미를 곱씹을 수 있다. 전작인 <워터 릴리스>(2007) <톰보이>(2011)에서 보여주던 느낌과는 다르게 에너지들이 생동하며 뿜어져 나온다. 거리에서 캐스팅된 배우들은 자연스러운 일상의 몸짓과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연기로 화면을 압도한다. 전작들과 다르게 전면으로 튀어나오는 음악은 영화에 생명력을 더한다. 특히나 리한나의 노래 다이아몬드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은 십 대 특유의 발랄한 매력을 보여주는 한편, 인물들과 함께 그 순간을 즐기게 한다.

 

-관객 리뷰단 박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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