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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X-월드> 리뷰 : 엄마의 변화를 응원한다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11. 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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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X-월드>

엄마의 변화를 응원한다

 

영화는 할아버지가 집 안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시작된다. 특이한 할아버지, 인내심 많은 엄마, 한때 엄마의 총애였던 영화하는 딸. 이렇게 셋이서 한집에서 살고 있다. 아빠는 돌아가신 지 12년이 지났다. 화면에 보이는 집안은 한눈에도 좁아 보인다. 20여 년 가까이 살아온 탓에 물건들은 이곳저곳에 넘쳐난다. 너무 좁은 집은 서로의 좁은 행동반경만큼 이해를 좁게 만든다. 할아버지는 닫힌 방문 뒤에서 자신의 일상 대부분을 보내고 있었고, 엄마와 딸은 방과 거실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다. 이미 한집에 살고 있지만 따로 사는 거나 진배없어 보인다. 집안 문을 닫지 않고서야 계속 얼굴을 마주쳐야 하니 서로에 대해 잘 알 것 같은데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불편하지만 익숙한 할아버지가 갑자기 따로 살자는 말을 하면서 엄마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너무 익숙해진 생활의 패턴과 관계는 쉬이 깨트리기 힘들다. 딸은 집을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먼 친척 결혼식까지 찾아가는 엄마를 이해하기가 힘들다. 엄마를 이해하기 위한 옛 사진들과 인터뷰들이 재치 넘치는 애니메이션과 함께 삽입된다.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다 결혼한 엄마는 외할머니처럼 가정적인 사람이 되고자 했다. 딸의 시선을 대변하는 카메라 안에 단독으로 찍힌 엄마는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카메라의 시선이 넓어져 친척이나 시댁 가족들 속에 있는 엄마는 사랑받고 활기차다. 딸이 알게 된 건 엄마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다.

 

결국 엄마는 최악의 전세난과 대출의 어려움을 뚫고 독립을 하게 된다. 기쁜 엄마의 웃음과 함께 할아버지를 걱정하는 엄마의 눈물은 변하지 않았다. 충격적이게도 혼자서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던 할아버지는 모녀가 이사한 날 들뜬 채로 집안을 정리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이미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영화가 모녀 사이의 거리를 좁혀가며 변화를 보여주는 것과는 다르게 할아버지는 거리를 두고서야 그 변화를 볼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엄마의 성격을 잘 알기에 독립하라고 먼저 말하지 않았을까. 비록 등 떠밀렸지만 엄마는 나는 왜 여기를 못 벗어나려고 하지?”라는 자문에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고 있다.

 

관계 지향적인 엄마가 독립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딸인 태의의 역할이 중요하다. 성장한 딸은 법무사의 일을 대신해 줄 뿐만 아니라 공인중개사, 엄마의 심리까지 돌봐주고 있다. 영화 내내 감독인 딸의 내레이션으로 진행이 되는 만큼 이 영화 속 시선의 주체는 딸이다. 딸은 엄마와 다른 세대에서 성장했기에 결혼도, 행복도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엄마의 인터뷰를 들으면 그들의 삶에 이전 세대의 영향이 이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딸인 태의의 고집스러움은 할아버지를 닮았고 명랑하고 밝음은 엄마와 같다.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가족은 적당한 거리를 찾는 독립 과정을 거쳐 서로의 변화를 받아들이게 된다.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변화해 가는 지금 이 가족의 변화는 유의미하다. 여성의 독립은 여전히 힘들고 혼자서 하기는 벅차다. 후반부 엄마가 집을 나서기로 결정한 후부터 영화는 속도를 높이며 과연 엄마는 독립할 수 있을까? 라는 흥미를 유발한다. 더불어 집을 구하기 힘든 현실의 문제까지 더해지며 골치 아프지만, 그 답답함을 아는 관객이라면 몰입을 쉽게 할 수 있다. 마침내 집을 구해서 웃는 엄마의 얼굴을 보면 마치 내가 성공한 듯 덩달아 행복해진다. 앞으로의 꿈에 설레하는 엄마의 말을 들으면 진심으로 그 변화를 응원하게 된다.

 

-관객 리뷰단 박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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