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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록시마 프로젝트> 리뷰 : 그녀는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다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10. 2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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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록시마 프로젝트>

그녀는 완벽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다

 

사라(에바 그린)는 우주비행사 모의 훈련에서 우주선의 결함을 확인하고 빠르게 위기 상황을 대처하고 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사라는 온갖 검진 장비를 몸에 붙이고 누운 자세로 기계에 매달려 런닝머신 위를 빠르게 달린다. 한쪽 팔에 첨단 장비를 착용하고 이리저리 손을 움직이며 장비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그녀에게서 전문가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자신의 꿈에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열정을 다하여 준비하는 인간의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영화는 도입부의 장면을 통하여 도전하는 이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훈련을 마친 사라는 어디론가 서둘러 이동한다. 사라가 도착한 곳에는 그녀의 딸 스텔라(젤리 블랑)가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훈련의 피로를 씻을 새도 없이 딸을 보살펴야 한다. 사라에게서 지구에서 살아가는 여성이 짊어진 삶에 무게를 느껴진다. 그녀는 우주 탐사를 꿈꾸는 예비 우주비행사이자 한 아이의 엄마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두 역할을 함께 해내려는 그녀의 노력이 눈물겹다. 사라는 유럽우주국 프록시마프로젝트의 대원으로 선발된다. 그녀는 자신의 꿈을 위해 스텔라를 별거 중인 남편 토마스(라스 에이딘거)에게 맡기고 러시아로 떠나야 한다.

 

러시아에 도착한 사라 앞에는 거대한 편견이 자리하고 있다. 사라가 여자라는 것,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다. 함께 탐사를 나설 동료 우주비행사 마이크(맷 딜런)의 태도가 사라가 맞서야 할 편견을 대표한다. 또 다른 동료 우주비행사 안톤(알레세이 파테예프)과 함께 사라를 맞이하는 자리에서 마이크는 사라에게 주어진 업무를 줄이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한다. 마이크의 제안에는 우주 탐사 업무는 나약한 여성보다 강인한 남성이 적합하다는 고정관념이 깔려있다. 그렇게 마이크는 사라에게 배려를 가장하여 그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다.

 

사라는 편견을 넘어서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마이크를 비롯한 남자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력가속도 훈련에서 엄청난 크기의 중력을 맨몸으로 버텨낸다. 보란 듯이 훈련을 통과하고 사람들이 없는 화장실에서 속을 게워내는 사라가 애처롭다. 사라는 그렇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서서히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는다. 순조로울 것만 같은 사라의 훈련에 의외의 복병이 등장한다. 바로 스텔라이다. 딸을 향한 그리움에 사라는 점점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고 힘들어한다. 괴로워하는 사라를 보며 그녀가 자신의 꿈을 포기할까 불안해진다.

 

출발 전날, 스텔라와 접견실에서 짧은 만남을 가진 사라는 숙소에서 이리저리 서성인다. 무언가 고민하는 그녀의 실루엣이 매우 위태롭다. 이윽고 사라는 격리시설의 사람들을 따돌리고 스텔라가 머무는 호텔에 잠입한다. 있는 힘껏 딸을 부둥켜안고 있는 사라를 보며 커다란 실망감을 느낀다. 사라가 함께 우주탐사선을 보러 가자던 딸과의 약속을 지키려 자신의 오랜 꿈을 포기했다는 것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영화가 여성의 가치를 어머니의 테두리 안에 가두려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여 여러모로 유감스럽다.

 

그런데 영화의 반전은 이런 불쾌한 감정을 뒤집으면서 드러난다. 사라와 스텔라가 함께 우주탐사선을 보는 장면 다음에 샤워실에서 붉은색 액체로 온몸을 소독하는 듯한 사라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사라는 마이크와 안톤과 함께 탐사선에 몸을 싣는다. 그녀의 위험한 외출을 아무도 몰랐던 것인지 용인해 준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사라의 꿈은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 엄마로만 남을 줄 알았던 사라는 마침내 화성탐사대의 일원으로 우주를 향해 나아간다. 그녀의 우주 탐사가 성공하기를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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