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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정> 리뷰 : 어머니들을 위한 밥상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10. 17.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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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정>

어머니들을 위한 밥상

 

2014~2016TV 교양 프로그램 <잘 먹고 잘 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에서 방랑 식객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 요리사이자 요리연구가인 임지호. 그가 자연에서 구한 식재료로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오직 그만의 요리를 선사하게 된 데에는 오래된 사연이 있다.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두 명의 어머니에게 미처 차려주지 못한 자신의 요리를 어머니 같은 누군가에게 대접하고 싶은 것이다. TV 프로그램 <인간극장>을 연출한 이력이 있는 박혜령 감독은 임지호 셰프와 10년의 시간을 함께한 김순규 할머니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요리를 통해 음식과 사람을 대하는 철학을 담아낸다.

 

영화의 주된 배경은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한 외딴 마을이다. 임지호 셰프는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으로 떠난 방랑에서 김순규 할머니를 만났다. 작은 집에서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김순규 할머니는 때가 되면 그곳으로 찾아오는 임지호 셰프를 예삐(예쁘다)라고 하고 임지호 셰프는 그 순간을 행복하게 맞는다. 임지호 셰프가 할머니의 집에 찾아가서 하는 것은 별다른 것이 아니다. 차를 타면 멀미가 나기 때문에 한평생을 지리산 자락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는 할머니를 위해 직접 준비한 식재료를 가지고 정성껏 음식을 차리는 것이다.

 

임지호 셰프가 차리는 밥상에는 요리 경연대회에서 볼 법한 화려한 음식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할머니 밭에서 자란 나물을 캐서 올리기도 하고, 돌담에 나 있는 돌옷(돌이끼)을 뜯어다 올리기도 한다.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된장 간장으로 하는 소박한 요리들이다. 하지만 그 정성은 그 어떤 진수성찬과도 비교가 불가하다. 자연에서 직접 구한 재료들과 아궁이를 떼서 정성스레 만드는 과정을 보면 어머니와도 같은 김순규 할머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아름다운 밥상으로 구현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밥으로 통하는 한국적이고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다.

 

임지호 셰프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자연에서 구한 재료,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리는 조리법 같은 것은 사실 이 영화의 부수적인 면이다. 영화는 그가 이런 방식을 채택하기까지의 어떤 구도자적인 면과 요리를 하는 사람으로서의 태도를 보여준다. 그는 낳아준 어머니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길러준 어머니를 통해 마음으로 기르는 법을 배웠다. 또 길에서 만난 어머니를 통해 정을 나누는 법을 배웠다. 임지호 셰프는 자신이 세 어머니를 통해 배운 것을 성실하게 실천하면서 살아간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흘러가는 밥상을 통한 정의 실천이 인상적이다.

 

-송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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