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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안의 야크> 리뷰 : 변화 속의 행복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10. 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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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안의 야크>

변화 속의 행복

 

스크린이 작게 느껴질 만큼 유독 아름답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많다. 넓고 청량한 하늘, 드높은 산맥과 그 위에 덮인 만년설. 그리고 그 풍광 속에서 작지만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장면들은 가슴을 아련하게 울린다. 코로나 19로 이제는 갈 기약조차 하지 못하는 신비의 나라 부탄.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국민행복지수 1위의 나라. 이미 완성형일 것같은 부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극장에서 만나게 된 걸까?

 

도시 팀부에서 선생님으로 일하는 유겐(셰랍 도르지)은 자신의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가수가 되기 위해 호주로 이민을 갈 계획이다. 의욕 없는 유겐은 마지막 임기를 채우기 위해 외딴 벽지인 루나나로 전근을 가게 된다. 번쩍이고 소란한 팀부와 문명의 혜택이 잘 닿지 않는 루나나의 차이는 부탄의 변화한 현재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여행길에 유겐이 쓴 헤드셋과 시끄러운 노래는 현대문명을 상징하고 외부를 차단하는 수단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전기가 없는 여행길에 그것들은 곧 무용지물이 된다.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 들 정도로 루나나로 향하는 길은 길고도 느리게 진행된다. 힘겨운 길을 천천히 따르다 보면 마음이 점점 차분하게 가라앉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다. 루나나로 갈수록 현대의 이기가 무력해지고 유겐은 자연에 순응한 인간의 지혜를 서서히 받아들이게 된다. 유겐을 인도하는 야크 몰이꾼 미첸(유겐 노르부 렌덥)의 도움으로 진창과 추위를 피하고 새들의 노랫소리에 담긴 의미들을 알게 된다.

 

루나나에 도착한 유겐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순박한 아이들과 자신을 존중해주는 마을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는다. 유겐은 루나나와 정부를 있는 하나의 고리이다. 지구온난화라는 변화 속에서 지금은 녹아내린 만년설에 쓸려간 영화 속 다리처럼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벽지의 삶은 잊혀지고 사라져버릴 수 있다. 그 상황조차 순응할 루나나 사람들에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아이들이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가수, 선생님, 공무원을 꿈꾸는 아이들이 있기에 유겐은 미래를 어루만지는 역할로 현재와 미래의 연결고리가 된다.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인터뷰에 만족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감독은 말한다. 놀랍게도 전문 배우가 아닌 가수(유겐,미첸)와 실제 루나나 주민들을 등장함에도 이토록 평온하며 어색해 보이지 않는 건 그들의 현재가 녹아있기 때문일 테다. 유겐이 현재를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루나나의 사람들에게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할 시간을 가졌던 것처럼 영화를 보는 관객 또한 자신이 추구한 행복이 변화함을 느끼게 된다. 교실 속의 야크인 유겐이 루나나를 떠나 어떤 선택을 하든지 가슴 속엔 루나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생이 아니어도 루나나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이상한 믿음이 생긴다.

 

-관객 리뷰단 박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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