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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아메드> 리뷰 : 광기를 멈출 수 있을 것인가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8. 2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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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아메드>

광기를 멈출 수 있을 것인가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마음을 전혀 읽을 수 없었던 경우는 처음이었다. 인물의 시선을 맞추지 않는 카메라, 세상과의 교류를 차단하는 듯한 소년의 안경, 소년의 내리깐 시선이 더욱 그렇게 만들었다. 딜레마에 빠진 다르덴 형제의 인물들을 카메라가 끈질기게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인물이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그 선택을 인정해줄 수 있는 부분들이 생겼지만, 이 영화는 그것이 불가능했다. 소년은 딜레마에 빠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메드(이디르 벤 아디)가 유럽 사회의 이슬람교도라는 점에서는 사회적 소수자, 약자로 볼 수 있겠지만, 종교 극단주의의 길을 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지금껏 보아온 다르덴 형제의 인물들과 차별점을 가진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인물의 상황이 다른 비슷한 상황과 교환되지 않는 특수성, 구체성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다르덴 형제 영화에서 보아왔던 대로 시스템의 어느 부실함이 상황을 만들었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극단주의에 빠져들기 원한 본인의 의지가 있다.

 

아메드는 확고한 신념과 믿음을 가지고 자신의 종교적 실천을 이어나간다. 그의 신념에는 이 실천이 자신과 세상을 구하는 길일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메드는 자신을 가르쳐 준 선생님 이네스(메리엄 아카디우)를 살해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자신을 실제 삶을 낫게 하는 방향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방향이다. 아메드는 굳은 의지로 배교자를 죽이려고 하고, 영화는 매 순간 그의 파괴 시도를 중단시키거나 지연시킨다.

 

영화에는 총 세 번의 살해 시도와 실패가 이어진다. 첫 번째, 작은 나이프를 가지고 이네스의 집에 찾아가 칼로 찔러 죽이려고 하지만, 이네스가 무사히 방어에 성공하면서 아메드는 소년원에 가게 된다. 두 번째, 소년원에서 훔친 칫솔을 갈아서 살해 도구로 만들고, 이네스를 만나는 자리까지 왔지만 이네스가 바로 그 자리를 피하면서 살해 시도가 다시 수포로 돌아간다. 그리고 마지막, 소년원에서 탈출하여 이네스를 살해하러 찾아가지만 2층 벽을 타다가 바닥에 떨어지게 되면서 아예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를 맞는다.

 

이 세 번의 시도는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성공에서 멀어진다. 특히 마지막 살해 시도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살해 시도를 아예 불능으로 만들어버린 경우다. 영화가 끝나기 5분 전만 해도 아메드는 이네스를 죽이기 위해 돌진한다. 심지어 그는 직전에 신에게 잘못했고, 이것을 면할 일을 해야 한다. 화분을 고정하던 못을 뽑아 들고, 2층 벽을 타기 시작한다. 그리고 연약한 난간 때문에 바닥에 떨어져 버린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아메드는 신이 아니라 엄마를 찾는다.

 

이네스는 아메드를 발견한다. 얼마 전만 해도 아메드의 얼굴만 봐도 견딜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는 아메드에게 손을 내민다. 그러자 아메드는 절대 잡지 않던 이네스의 손을 잡는다. 영화 내내 그러했던 것처럼 소년이 손을 잡기로 한 이유나 심정은 잘 알 수가 없다. 다만 소년은 떨어지고 나서 이네스의 손을 잡았다. 마치 영화가 아메드에게 이제 이네스의 손을 잡아야 한다고 시킨 것 같다. 지금까지 봐온 다르덴 형제의 영화에서 이 정도로 단호한 태도를 본 적이 있나 싶다. 영화는 극단주의자의 광기를 멈출 수 있겠느냐고 묻는 것이 아니라 멈추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송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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