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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뮤직 :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리뷰 : 성실한 프랑스 영화 음악 작곡가의 이야기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8. 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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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뮤직 :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성실한 프랑스 영화 음악 작곡가의 이야기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영화 음악 작곡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일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는 2003<탄생>,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음악으로 유명해지고, 2014<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수상한 것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90년대부터 꾸준히 영화 음악 작곡을 해온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다큐멘터리는 그가 이 자리에 있기까지 쏟은 시간과 노력을 보여준다.

 

쉬지 않고 엄청난 편수의 영화 음악 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에게 음악 작업을 하는 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작업할 영화를 선정하는 것부터, 음악을 작곡하고, 오케스트라 규모로 편곡하는 것, 녹음을 위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것까지 홀로 직접 진행한다. 자신이 생각한 영화에 가장 정확한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하는 것이다. 이것은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만들 때와 같이 미국 대형 스튜디오 시스템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요 인터뷰이 중의 한 명인 그의 에이전시 담당자는 미국적이지 않은, 유럽 예술가의 면모를 짚어내기도 한다. 현대의 가장 상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업계에서 어떤 프랑스식 장인 정신의 면모를 되짚게 된다.

 

영화는 이 성실한 영화 음악 장인의 위치를 음악가와 영화인 중 어디에 둘 것인지를 고민한다. 음악이 이미 하나의 독립된 장르인데, 그것이 영화 속으로 들어갔을 때 영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인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는 생각보다 단순하게, 기술적으로 접근한다. 자신의 음악은 영화의 이미지를 통해 영감받은 것이며,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감독의 요구에 맞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변화의 요구를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영상의 대사, 현장음 등과 가장 잘 맞는 방향을 찾아 음악 자체가 하나의 서사가 될 수 있도록 만든다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와 오랜 기간 작업해온 친구인 첼리스트의 말이 인상 깊다. 영화를 만드는 일은 큰 공항을 짓는 일과 같고, 자신은 그 안에 작은 가게 하나를 낸 것과 같다고. 아마 공항에 비유한 것은 영화를 만드는 일이 그만큼 규모가 크고, 복잡하고, 세분된 다양한 일들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뜻일 테다. 이 복잡한 공정 속에서 알렉상드르 데스플라라는 영화 음악 작곡가는 번화가 한가운데 자영업을 하는 게 아니라, 공항에서 쓰임새에 알맞은 가게를 열고, 문을 닫게 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공항의 협업자들과 함께. 영화는 그의 이름 앞에 영화인을 붙여준다.

 

영화는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그의 배우자이자 음악적 동지인 솔레이와 함께 자신의 아뜰리에를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해 일을 마치고 나오는 장면으로 마친다. 영화는 마치 장인의 작업실을 구석구석 살펴보는 것 같다. 그의 마지막 인터뷰는 이 일을 하는 데는 체력이 좋아야 하고, 자신은 꿈을 이뤘다는 다소 평범한 대답이다. 그가 영화 초반에 읊었던 조르주 들르뤼, 모리스 자르, 니노 로타 같은 위대한 영화 음악 작곡가들의 이름 뒤에 마땅히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의 이름이 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송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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