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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리뷰 : 인생은 성의 있는 거짓말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8. 2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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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인생은 성의 있는 거짓말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카즈토(오사와 카즈토)를 중심에 두고 있다. 카즈토는 어릴 적 생긴 트라우마로 긴장을 하면 기절을 한다. 특히 성인 남성이 닦달할 때 증상은 심해진다. 오랜 기간 상담을 받아온 것으로 보이지만 카즈토의 증세는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배우 지망생인 카즈토는 이런 증상 때문에 오디션 자리에서 번번이 낙방한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카즈토가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의 문제 상황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덕분에 초반의 몇 장면만으로도 카즈토가 그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할지 기대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생긴다.

 

우울한 현실을 마주해야 할 카즈토는 한 비디오를 시청하는 것으로 자신의 현실로부터 도망친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색바랜 낡은 비디오테이프 속에는 레스큐맨이 있다. 레스큐맨은 하늘색 타이즈와 파란 망토를 입고 있다. 가슴팍에 새겨진 알파벳 ‘R’은 슈퍼맨을 아마도 오마주한 것으로 보인다. 레스큐맨은 염력처럼 보이는 능력으로 적을 가볍게 무찌른다.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을 멋지게 구한다. 저렴하게 제작한 티를 팍팍 풍기는 이 비디오를 카즈토는 심취하여 감상한다. 나약한 카즈토에게 있어 레스큐맨의 강함은 동경의 대상이다.

 

카즈토는 5년 만에 만난 동생 히로키(코노 히로키)의 소개로 스페셜액터스라는 배우 에이전시에서 일하게 된다. 이 회사는 영화, 드라마 현장 파견뿐 아니라 의뢰인들의 고민해결을 위한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연기하는 '스페셜'한 업무가 있다. 카즈토는 내키진 않지만 금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을 시작한다. 카즈토가 일할 때마다 그 옆에는 언제나 히로키가 있다. 히로키는 카즈토와 달리 매사에 의욕적이고 자신감이 넘친다. 카즈토와 히로키가 만나지 않았더라면 카즈토가 스페셜액터스에서 배우로 일하게 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날, 유미(오가와 미유)로부터 사이비 종교 단체 '무스비루'에 현혹된 자신의 언니 리사(쓰가미 리사)를 구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스페셜액터스소속 배우들이 리사를 구하기 위해 결심한 순간, 영화의 오프닝 크레딧이 시작된다. 영화가 시작되고 대략 25분 정도가 지나서야 배우와 감독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여준 것이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겠다는 감독의 의도가 느껴진다. 마블 히어로 영화를 패러디한 영상 속에서 카즈토의 모습은 레스큐맨과 비슷한 느낌을 풍긴다. 그것만으로도 카즈토의 극적인 변신을 기대하게 한다.

 

예상대로 영화는 카즈토가 사이비 종교 무스비루를 처단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가세우스신 탄생 기념행사에 난입한 카즈토는 금방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린다. 가슴 한복판에 피가 묻은 하늘색 신도복 위에 파란 테이블보를 둘러멘 카즈토는 어설프지만 레스큐맨과 닮아있다. 카즈토는 레스큐맨처럼 염력을 사용하여 신도들을 무찌르는 연기를 펼친다. 그리고 교주의 아버지(미츠키 타츠야)에게서 자신과 레스큐맨의 아버지를 겹쳐본다. 카즈토가 교주의 아버지를 쓰러뜨리고 모든 진실이 밝혀진 후 리사를 구출하기 위한 연극은 막을 내린다.

 

사건이 일단락되고 카즈토는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더 이상 카즈토는 긴장으로 인해 기절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한 연기가 자신을 트라우마로부터 구원한 것이다. 영화가 여기서 끝이 났더라면 약간의 감동만을 주었을 것이다. 마지막에 드러난 반전에 한 방이 있다. 영화 속 엉성한 연극은 사실 카즈토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치밀하게 세워진 대작전이다. 이런 영화의 반전에 감동에게 배신감보다는 뭉클함을 느낀다. 인생이란 타인을 위한 성의 있는 거짓말의 연속이라는 것을, 결국 우리는 모두 배우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 아닐까?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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