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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스와 막심> 리뷰 : 어떤 우정은 사랑 같다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7. 3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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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스와 막심>

어떤 우정은 사랑 같다

 

오랜 시간 함께한 친구가 한순간의 키스로 우정이 흔들린다면 과연 그게 키스 때문일까? 마티아스(/가브리엘 달메이다 프레이타스)가 양손의 엄지와 검지를 모아 만든 카메라를 막심(자비에 돌란)의 눈앞에 대고 클로즈업할 준비가 됐어?”라고 묻는다. 그 순간 막심의 눈에 들어오는 건 주변 시야를 모두 날려 버리는 맷의 손일까 아니면 그 프레임 속 친구들의 모습일까? 이 둘은 애초에 우정이었을까? 도입부의 화면처럼 핸들을 꺾지 않으면 영원히 중앙선 위를 달릴 그 둘의 관계는 흔들릴지언정 변하지 않는다.

 

막심과 맷에게 친구들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그들의 우정은 화면에 꽉 찰 정도로 가깝고 내밀하게 보인다. 끊이지 않는 말들은 그들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며 벅적거린다. 화면은 친구들의 우정을 세상과 구분해서 보여준다. 세상이 떠나가라 소리 지르는 그들의 모습은 엄마가 있는 고요한 옆방과 분절되어 소란하다. 마찬가지로 좁은 차 안에서 흥겹게 노래 부르는 그들의 모습은 조용한 차 밖과 대비되어 아이러닉한 웃음을 자아낸다. 화면은 그들만의 세상을 가득 채워 몰입하게 하면서도 갇힌 듯한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친구들에게서 멀어질수록 주변 공간이 넓어지다 못해 공허해지는 막심을 보며 막막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막심과 맷의 사이가 유별하다고 느끼기에는 다른 친구들과의 대화나 행동을 보면 별다른 차이점을 느낄 수 없다. 쉽게 싸우고는 돌아와 화해를 툭 던지고 너무나도 서로를 잘 알아서 언제든 상처를 줄 수 있는 사이, 그들이 보여주는 우정은 그러하다. 화면은 막심과 맷을 좀 더 특별하게 비춘다. 카메라의 심도를 통해 그들이 함께한 깊이 있는 시간을 표현하고 설거지하는 장면처럼 좁은 프레임에 둘을 넣으며 그 내밀함을 부각한다. 타의에 의해 키스를 한 두 사람이 보이는 감정의 변화를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는 유동적인 물의 심상을 이용해 도드라지게 전달한다. 맷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대변해주는 호수에서 수영할 때 일어나는 물보라, 둘이 누워있던 물침대의 편안하게 감싸주지만 낯선 움직임과 소리.

 

그러다 스위치가 탁 켜진다. 오랫동안 닫혀있던 방에 불이 깜빡이다 켜지며 주위가 선명해진다. 모호하고 불분명한 막심과 맷의 우정 같은 사랑이 딱 한 번 명확해지는 순간이 그때이다. 친구들과 떨어져 다른 방으로 들어간 막스와 그를 찾아 들어간 맷은 키스를 한다. 기다렸다는 듯 그들이 비친 창문에는 비가 일렁이며 흐른다. 드디어 맷을 향한 막심의 오래된 감정이 전해지지만 곧 둘은 서로가 원하는 것이 다름을 깨닫는다. 맷이 떠나 막심만 남겨진 방은 다시 불이 꺼진다. 그 뒤 막심이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나기 전까지 보여주는 둘의 행동은 여전히 우정인지 사랑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하지만 선명해졌던 순간은 사라지지 않고 둘의 우정은 변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에는 질주와 도발 그 자체인 자비에 돌란 감독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감각적인 카메라 연출로 시종일관 달려 나가는 청춘의 흔들림과 혼란을 잘 보여준다. 절로 몸이 들썩이는 음악은 곡의 색이 잘 살면서도 인물의 감정과 소리들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관객의 흥을 돋운다. 비록 여전히 여성과의 관계를 지극히 의존적이면서도 과잉된 감정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선 불편한 면이 없지 않으나 전작들에 비해 전면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이 개성 넘치는 영화를 통해 성 소수자인 감독에게 우정이란 어떤 의미인지 진지하고 따뜻하게 읽을 수 있다.

 

-관객 리뷰단 박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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