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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리뷰 : 당신이 목격자다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7. 2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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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디오: 사라진 4시간>

당신이 목격자다

 

이 영화는 올해로 40주년이 된 5.18 민주화운동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기에는 미심쩍은 의혹을 제시한다. 광주비디오로부터 촉발된 민주화의 과정을 보여주면서도, 명확하게 1980521일 계엄군이 시민들을 향해 집단 발포를 한 순간의 기록이 없음을 지적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면 그 사라진 시간으로 이득을 본 이는 누구인지, 그것을 규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들이 생긴다. 광주비디오라는 기록물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관객에게 목도하게 한 의도는 현재 진행형인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해 목격자가 되어달라는 것이 아닐까.

 

스크린에 광주비디오를 트는 손과 그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비디오를 보는 시청자라고 생각했던 인물들은 사실 그 영상과 관련된 일을 한 이들이다. 처음 보는 얼굴과 알려지지 않은 이름. 광주비디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호명되는 개개인은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민주화의 숨은 주역들이다. 그들은 고립된 광주의 실상을 외신을 통해 알게 되고 그 진실에 분노하며 비디오로 제작한다. 그들은 그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고된 상황 속에서 행동했던 사람들이다. 영화 중반, 스크린 위에 상영관 안에 덩그러니 광주비디오가 틀어진 TV의 모습이 비친다. 그 장면은 마치 처음 광주비디오를 본 그 당시의 사람들이 된 느낌을 준다. 광주비디오를 만든 주역들과 상영회 참가자들이 광주비디오에 대한 영화를 만든 제작진과 그것을 보러온 관객의 모습과 등치된다.

 

자료화면은 좁게, 현재의 인터뷰는 넓게 보여주던 스크린이 유독 눈에 띄게 변하는 순간이 있다. 1985년 국내에 처음으로 들어온 광주비디오에 대한 설명과 함께 광주비디오를 전해 받는 제작진의 모습, 현재의 명동성당 앞 많은 사람들 속에서 과거를 장소의 의미를 설명하는 주역들의 모습, 망월동 묘역에서 자신의 삶이 달라졌다 말하는 다른 광주비디오의 제작자를 보여주는 순간들이다. 좁은 화면에서 서서히 확장되는 이러한 화면의 변화는 몰입해있던 영화로부터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한다. 과거에만 머물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그 순간 확장된 화면 안에 군중의 모습을 함께 담으며 사람들의 무관심과 무지를 환기시킨다.

 

영화는 그날의 진실이 촉발한 민주화의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재구성해 보여준다. 화면 속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을 든 사람들은 진실을 향한 개인들의 열망과 그 힘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다시금 과거의 일이 반복된다는 것을 보여주듯 광장의 촛불은 반복된다. 엔딩에 이르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을 화면에 보여준다. 현재에 5.18 민주화 운동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개인의 힘이 어떤 변혁을 이루었는지를 보여주며, 개개인에게는 인지와 행동에 촉구한다. 더불어 세월호 참사로부터 촉발된 촛불집회로 민주정권이 들어서지만 여전히 5.18 당시 군부에 의해 숨겨졌던 자료와 진실이 현 정권에서도 밝혀지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발포 명령자 규명. 계엄군의 민간인 학살. 헬기 사격에 대한 진실의 조작 및 은폐. 사망자와 행방불명된 민간인 실태. 40년이 넘도록 숨겨왔던 국가 폭력의 진상을 규명하라.

 

-관객 리뷰단 박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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