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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리뷰 : 이제 시작하는 이야기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7. 17.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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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이제 시작하는 이야기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트럼프와의 갈등으로 연일 화제에 오르는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와 아무도 보지 않는 오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물간 앵커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 그리고 폭스뉴스의 간판을 꿈꾸는 신입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 영화는 이 세 여성이 폭스뉴스의 회장 로저 에일스’(존 리스고)로 대표되는 미국 최대의 언론 권력에 대항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의 서사를 따라가는 동안 점차 마고 로비가 연기한 케일라 포스피실에게 시선이 집중된다. 마고 로비의 뛰어난 연기력이 캐릭터의 매력을 살린 탓도 있겠지만 영화가 담은 이야기에서 가장 변화하고 성장한 모습을 확연하게 드러내는 인물이 바로 케일라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케일라를 통해 언론 산업에서 여성들이 성별을 이유로 받는 부당한 처우와 여성들이 불합리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저항의 시도를 보여준다.

 

영화는 케일라의 앞에 놓인 두 갈래 길을 인물을 통해 표현한다. 하나는 온갖 시련에도 꿋꿋이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자리를 지켜내는 메긴 켈리로 가는 길이다. 또 하나는 갖은 방법으로 회사의 부당함에 대항하다 결국 좌천되어 버리는 그레천 칼슨이 되는 길이다. 케일라는 성공을 향한 야심이 큰 인물이다. 그녀는 메긴의 길을 가고자 그레천의 팀을 떠나 새로운 팀에 합류한다. 그리고 로저의 비서와 우연을 가장한 만남으로 로저와 면담할 기회를 얻어낸다.

 

케일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로저의 집무실로 들어선다. 그 안에는 케일라를 능욕하려는 생각뿐인 늙은이만 있을 뿐이다. 로저는 시각 매체의 속성을 들먹이며 케일라에게 노출을 강요한다. 케일라는 겁에 질려 제 손으로 치마를 올린다. 영화는 케일라가 로저와 독대하는 장면으로 권력자의 치졸하고 역겨운 욕망을 은근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이 장면을 기점으로 케일라의 표정에서 이전의 생기와 야심이 사라지고 불안과 수치의 감정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로저와의 사건 후 케일라 앞에 또다시 두 갈래의 길이 놓인다. 메긴으로 가는 길 그리고 그레천으로 가는 길. 케일라가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 안에 메긴과 그레천이 차례로 들어온다. 다른 사람들은 내리고 세 사람만 남는다. 그레천과 케일라는 2층에서 내리고 메긴은 엘리베이터에 남아 있다. 엘리베이터에서의 이동은 이후의 서사와 관계없이 케일라의 선택과 케일라를 위시한 세 여성이 영화의 결말에서 각각 보여주는 행동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윽고 그레천이 로저 에일스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다. ‘언론 권력의 제왕으로 불리는 권력을 향해 던진 폭탄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피해자들을 수면으로 끌어올린다. 영화는 피해자들의 증언을 중년의 여성이 된 그들의 사진 위로 흐르는 내레이션으로 담았다. 로저로 대표되는 남성 권력에 굴복당하고 상처 입은 수많은 여성의 이야기가 과거에서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음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영화의 말미 케일라는 이전처럼 몸매가 드러나는 짧은 치마 대신에 평범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한다. 동성애자이자 민주당 성향의 동료 제스 칼(케이트 맥키넌)에 대한 행동으로 케일라의 변화를 드러낸다. 영화 초반 케일라는 제스가 여성와 함께 찍은 사진을 제스의 책상에서 감추게 한다. 로저가 자리에서 물러난 후 케일라는 제스의 서랍에서 그 사진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 이제는 숨길 필요가 없다는 말을 대신하여.

 

그러나 로저가 물러난 자리에 오른 이가 로저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권력의 일원이 공표된다. 제스는 케일라가 꺼내준 액자를 다시 서랍 속으로 집어넣는다. 권력 아래에 숨죽일 수밖에 없는 힘 없는 이들의 설움이 제스의 허둥대는 손에서 느껴진다. 케일라는 사원증을 쓰레기통에 처박고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영화 속에서 가장 통쾌한 장면이다. 영화는 케일라의 당당한 걸음으로 그레천이 암시한 입 막을 수 없는 저항이 이제 막 시작하였음을 말하고 있다.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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