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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마로나> 리뷰 : 눈을 마주하면 찾아오는 행복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6. 2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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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마로나>

눈을 마주하면 찾아오는 행복

 

행복은 작은 것, 아무것도 아닌 것

우유 한 접시, 실컷 축인 혀, 낮잠, 뼈다귀를 묻을 곳

행복은 작은 것, 아무것도 아닌 것

-happiness(is a smaill thing) 환상의 마로나 O.S.T.

 

엔딩 크레디트가 오르며 상영관 안에 울려 퍼지는 노래를 듣는 순간 눈물이 쏟아지고 만다. 이것은 개를 좋아하고 그렇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다. 주인공인 개 마로나는 인간에게 버려지고 또 헤어지는 순간에도 자신의 작은 행복 상자 안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 추억을 함께한 인간에게 무한한 사랑을 보낸다. 흔히 반려동물은 인간보다 연약하다 인식되며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영화 속 마로나의 목소리에 이끌려 삶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동물보다 더 연약하고 결점 많은 인간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왜 이렇게까지 부족한 인간을 사랑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아 마로나의 행복 상자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아홉 중 막내로 태어나 아홉이라 불리는 강아지에게 행복은 숫자 9모양을 하고 우유 맛이 난다. 행복은 엄마의 품에 있고, 아홉은 그 따뜻한 품에서 남매들과 온 우주의 신비로 가득 찬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어느 날 아홉은 아빠에게 보내지고 다시 버림받음으로써 사람들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아홉에게 함께 살자고 손을 내민 인간은 살아가는 방식이 모두 다르다. 거리의 곡예사인 마놀은 작은 옥탑방에 살지만 자유롭고 꿈꾸는 삶은 살아간다. 뒤이어 만난 이스트반은 마치 설계도면처럼 자로 잰 듯 규칙적이고 계획적인 삶을 살아가지만 가족에 대한 책임감에 짓눌려있다. 마지막으로 만난 솔랑주는 아주 작은 아이라 호기심이 많고 자신의 것을 가지고 싶어 한다. 각기 다른 그들이지만 개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아홉은 인간은 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지만 개는 인간의 말을 알아들어야 한다는 엄마의 말을 떠올린다. 아무리 아홉이 자신의 이름을 말해도 인간은 알아듣지 못하고 아나, 사라, 마로나라고 마음대로 부른다. 제멋대로인 인간이 답답할 법도 한데 아홉은 인내심을 가지고 그 이름들을 거치며 성장하고 마로나가 된다. 화면은 그 성장과 변화를 애니메이션 효과로 보여준다. 아홉이 날아다니던 놀라움 가득한 책 속의 세상, 아나를 휘감고 곧장 하늘로 치솟으며 상승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 구물구물 움직이는 선과 빛나는 다양한 색들. 던져진 공을 주어오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게 해주었던 사라의 단조로운 일상. 어느새 무릎 높이만큼 자라 복잡한 세상에 무신경해지더라도 자신의 가족과 함께라면 어릴 때처럼 가볍게 날아가는 마로나. 인간과 함께한 마로나의 삶은 그렇게 눈부신 것들로 채워진다.

 

개가 인간을 떠나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 이사, 변심, 가족의 건강, 죽음 등 셀 수 없이 많은 이유를 대고 인간은 개와 헤어짐을 선택한다. 하지만 개는 단순히 내미는 손, 마주치는 눈, 껴안았을 때의 맞닿은 온기 처음 자신에게 내민 마음 하나면 그 선택을 이해한다. 음악은 마로나가 인간에게 느끼는 감정 고조를 대변해서 들려주고, 마로나의 시선에 맞춰 낮게 깔린 화면은 위협적인 순간의 위압감과 눈을 마주친 순간의 이어짐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간은 이해하지 못할 마로나의 감각을 표현의 한계를 잊은 듯한 시각적 효과를 통해 구현한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귀엽다고만 생각했던 개의 모습이 다르게 보인다. 쫑긋한 귀, 자세, 눈망울, 코의 씰룩거림. 모두가 그 아이들이 하는 말이다. 이제 인간은 자세를 낮추어 앉아 온 세상을 찬란하게 바꾸는 마로나의 작은 행복을 마주 보자.

 

-관객 리뷰단 박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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