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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 발레단> 리뷰 : 분명하고 요란하고 빛나는 전진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6. 1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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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 발레단>

분명하고 요란하고 빛나는 전진

 

뉴욕시티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뱅자맹 밀피에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한다. 그의 창작극 초연 날. 어두워진 오페라 극장 안, 소음이 사그라지면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몸짓을 시작으로 영화관 안의 관객들은 스크린 속 오페라 극장의 관객과 함께 뱅자맹이 보여주는 세상으로 이끌려 들어간다. 마치 그 순간은 누군가 ! 이제 시작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두근거림을 느끼게 한다.

 

경쟁이 심하고 전통과 규율을 중시하는 폐쇄적인 전통 발레의 세계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는 뱅자맹의 등장은 새로운 도전이자 다음 세대로의 도약이다. 그렇다고 뱅자맹만을 발레에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영웅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영화는 뱅자맹이 구상한 창작극이 여러 사람과 협업하는 가운데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따라간다. 이미 완성된 무대 위 독보적인 작품으로서가 아니라 그 작품을 만드는 순간들에 초점을 맞춘다. 그가 자신의 작품을 독무나 듀엣이 아니라 군무로 구현한 것처럼 말이다.

 

오직 무대 위의 발레만 보았던 관객에게 새로운 이름들이 들어온다. 의상 디자이너, 발레단 노조, 비서, 무용 전문 의사, 작곡가, 지휘자, 오케스트라, 조명디자이너, 무대연출가.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 보여주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땀 흘리는 사람들은 무용수나 예술감독에 비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은 창작극을 구현해가는 뱅자맹과 함께 한 화면에 등장하며 그 얼굴과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창작에 몰두한 뱅자맹을 돕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비서의 모습은 안쓰러움과 존경심을 품게 한다.

 

무용수들은 영화 내내 별말이 없다. 경쟁 속에서도 웃음을 지어 보여야 하고 다치거나 아파도 도태될까 말하지 못하는 무용수들의 현실을 사운드 연출과 그들의 움직임을 통해 보여준다. 발레의 특성상 현장에서 음악이 줄곧 깔리고 영화의 각 신에 개성을 살리는 배경 음악이 사용된다. 그러나 유독 무용수들이 연습하는 장면은 분주한 움직임과 달리 정적이고 비장함을 느끼게 한다. 뱅자맹은 무용수들이 두려움과 규율 속에서 경직되지 않게 스스로를 아끼면서도 도약하고 빛낼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한다. 자신의 몸에 대해 이야기하는 무용수들은 안무가 완성되어 갈수록 화면 속에서 한결 여유로워진 몸짓으로 경쾌하고 힘있게 움직인다.

 

결말을 먼저 보여주고 과거로 돌아가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의 방식은 꽤 효과적이다.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체험하고 마침내 다시 한번 그 끝에 다다랐을 때 미처 보지 못했던 부분까지 발견하는 것은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마지막 다시 시작된 초연 장면은 지난 고통스러웠던 과정을 잊은 듯 무대 위의 아름다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이면의 모습을 잊지 않고 상기시키려는 듯, 이전 연습 장면을 교차편집 한다. 이 편집을 통해 분장과 의상 뒤에 흘린 땀과 흐트러진 머리칼, 상기된 얼굴을 기억하게 한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무대 뒤의 그들에게까지 박수를 보낼 수 있게 한다.

 

-관객 리뷰단 박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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