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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콰이어> 리뷰 : 과함은 언제나 모자람보다 못하다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6. 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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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콰이어>

과함은 언제나 모자람보다 못하다

 

<보이콰이어>는 전형적인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반항적인 소년 스텟(가렛 워레잉)이 자신의 잠재력을 알아봐 준 어른들의 애정으로 자기의 능력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어린 주인공이 역경을 이겨내고 한 뼘 자라나는 식의 이야기는 주인공에게 공감하고 그를 응원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런 성장은 식상함을 느끼기 쉽다. 어디에선가 본 듯한 익숙함이 이야기의 진입 장벽을 낮춰주지만 그만큼 지루함도 빨리 느끼게 한다.

 

아쉽게도 영화는 여타 다른 성장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주인공 스텟에게 적당히 고난을 부여하고 이를 극복하는 스텟을 통해 적당한 감동을 준다. 결과적으로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주인공의 성장에 감동했다. 그리고 그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였다. 그래서 스텟의 성장 자체에는 실망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보다는 다른 이야기와 한 끗 차이를 만들고자 장치한 과도한 설정들이 보는 내내 거슬리고 불편하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관객에게 감동을 전하려고 너무 애쓰는 데에 있다. 영화적 상상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스텟이 국립 소년 합창단 입학하는 과정에서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들이 존재한다. 일개 평범한 교장의 요청으로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국립합창단이 주인공의 학교를 방문한다는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게다가 그 목적이 한 소년의 가능성을 시험하고자 함이라니 과도하게 극적이다.

 

그리고 스텟의 보호자를 아버지로 설정하는 과정이 억지스럽다. 교장 스틸(데브라 윙거)이 스텟의 친부 제라드(조시 루카스)에게 그의 가정을 빌미로 스텟의 보호자가 되어 달라 협박하는 장면이 있다. 스텟의 가능성을 가장 처음으로 알아보았다는 이유로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스틸의 언행은 결코 정의롭다고 볼 수 없다. 스텟을 아들로 인정하게 되는 제라드의 심경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보여지나 그것이 결코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스텟의 라이벌 데번(조 웨스트)의 캐릭터가 너무 비호감이다. 합창단의 유일무이한 에이스 데번은 스텟의 무서운 성장세를 지켜보며 위기감을 느낀다. 영화는 데번의 불안감을 그의 비겁함과 치졸함으로 표현한다. 스텟의 악보를 훔친다거나 죽은 스텟의 엄마의 머그샷을 교내에 붙이는 등 데번은 비열함의 끝을 달리는 소년으로 그려진다. 재능있는 두 소년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은 끝내 보여주지 않았는지 참으로 아쉽다.

 

그런데도 영화는 감동을 준다. 스텟의 성장은 분명 뭉클함을 느끼게 한다. 무대 위에서의 스텟의 청아한 노래, 합창단을 떠나는 스텟의 뒷모습은 아름답고 애틋하게 기억된다. 다만, 보다 큰 감동을 선사하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되려 영화의 매력을 반감시켜버렸다는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경력이 아닌 인생을 가르쳐야 한다는 영화 속 카르벨레(더스틴 호프만)의 대사처럼 이 영화도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그 안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에 조금 더 애썼다면 지금보다는 더 진한 감동을 전했으리라 확신하는 바이다.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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