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비헤이비어> 리뷰 : 절대 실패하지 않을 혁명

<미스비헤이비어>

절대 실패하지 않을 혁명

 

혁명의 사전적인 뜻-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출처: 표준국어대사전)-에 비추어 보면 이 영화는 혁명에 관한 영화다. <미스비헤이비어>는 관객을 1970년 런던으로 데려가 한 무리의 여성들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던 미인대회의 근간을 허물고, 새로운 가치관을 공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극 초반, 대학 면접관은 샐리 알렉산더(키이라 나이틀리)에게 왜 영국엔 혁명이 없었는지를 묻는다. 샐리는 면접관의 질문을 정정하면서 왜 우리의 혁명은 매번 실패로 끝났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대답한다. 영화는 완전히 성공하지 못했지만 동시에 아직도 실패하지 않은, 진행 중인 혁명을 그린다.

 

영화에는 당대 최고의 홈 엔터테인먼트 쇼인 미스 월드를 둘러싸고 러닝타임이 감당할 수 있는 가장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물군이 등장한다. 미스 월드를 주최하는 여성, 미스 월드에 참가하는 여성, 미스 월드를 반대하는 여성을 포함한 많은 여성들이 세상의 모든 여성이 누려야 할 동등한 대우를 위해 자신의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구시대적이지만 여성 개개인이 주목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피부색으로 차별받지만 승리하는 역사를 만들기 위해, 여성을 상품화하지 않기 위해. 여성으로 살아가는 불리함을 감수하고도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 나가기 위해 애쓴다. 각자 서 있는 곳이 다르더라도 이들의 생각은 크게 상충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영화가 익스트림 클로즈업해 샐리의 눈을 비추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는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남성의 시선이 아닌 여성의 시선으로 봤기 때문에 영화 속 대립적 입장의 인물들은 대등한 시선으로,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며 살필 수 있었다. 왕관을 두고 서로 경쟁해야 하는 제니퍼 호스턴(구구 바샤-로; 미스 그레나다)과 마리오리 요한손(클라라 로사게르; 미스 스웨덴)이 대회 참가자를 보는 획일화된 시선과 달리 각자의 꿈을 얘기하는 장면부터, 여성 참가자가 무대에서 내려간 뒤 반대 시위 시작하는 모습, 제니퍼가 샐리를 연행하는 경찰에게 너무 거칠게 굴지 말라고 하는 장면까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여성의 시선을 통한 연대의 장면이다.

 

미스 월드 반대 시위가 끝난 뒤 시위 주동자들은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승리의 미소를 짓는다. 거기에는 반대 시위를 지지했던 다수의 여성들을 포함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물론이고 샐리가 시위에 나가지 않기를 바랐던 샐리의 가족도 함께 있다. 샐리가 막상 형을 받고 나니 가족들은 오히려 그를 응원하는 태도를 명확히 한다. 샐리의 엄마도 동거인도 미스 월드 반대 시위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세상의 기준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게 될 것을 걱정했던 것일 거다. 하지만 미스 월드 반대 시위를 통해 변화의 조짐을 느꼈고,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세상이 올바로 가는 길목에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됐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배우가 연기한 인물의 모습과 시간이 흐른 후 실존 인물들의 현재 모습을 교차하여 비춘다. 진행 중인 혁명사의 한 페이지를 성공으로 기록할 수 있었던 이들의 얼굴을 정면으로 대면하게 된다. (첫 장면의 샐리 눈 클로즈업을 생각하면 이 영화는 여성의 눈으로 여성을 다시 보기 하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수십 년이 흐른 사이에 샐리 알렉산더, 조 로빈슨, 제니퍼 호스턴은 그들이 당시에 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간 것을 알 수 있다. 속도는 느리지만, 세상은 모두가 평등한 방향으로 계속 변해간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사소한 노력부터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일구어내는 조금 더 큰 성취와 변화를 통해서. <미스비헤이비어>는 여성이 만들어가는, 끝나지 않을 순 있어도 절대 실패하지 않을 혁명에 관한 영화다.

 

*Misbehaviour : 나쁜 행실; 잘못된 행동

 

-송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