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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선의> 리뷰 : 벼랑 끝에 선 마지막 선의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4. 11. 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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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선의>

벼랑 끝에 선 마지막 선의

 

 ‘출산임신이라는 주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뜨거운 감자이다. 지금도 어느 나라이든 임신을 한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자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분류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추가적인 가치 기준이 있다. 그것은 바로 임신을 한 여성의 나이이다. 눈에 환히 보이지는 않지만 임신하기에 이른 나이, 임신하기에 적당한 나이, 임신하기에 늦은 나이가 있는 것이다. 어느 나라가 안 그렇겠느냐만, 특별히 한국에서는 유독 나이를 기준으로 임신한 여성을 재분류하고 다르게 취급한다. 10대 여성의 임신은 한국 사회에서 나쁘고 피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 사회에서의 임신은 준비된 임산부에게는 축복으로 여겨지지만, 준비되지 못했다고 낙인찍힌 임산부에게는 가혹한 시선만이 기다리고 있다.

 

 5. 봄은 한창이고 새 학기도 활기차게 시작되었지만 은명여자고등학교의 두 여성은 각자의 문제로 고군분투 중이다. 희연(장윤주)은 학생들에게 존경받고 직업의식이 투철한 고등학교 교사이자 같은 직업을 가진 남편에게는 좋은 아내이다. 그녀는 매년 3학년 담임을 맡으며 열심히 일했지만, 몇 년째 난임이라는 개인적인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자진하여 1학년 담임을 맡았다. 그녀는 한약까지 챙겨 먹으며 난임과 씨름 중이지만 아직 좋은 소식은 없다. 반면, 희연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의 학생인 유미(최수인)는 같은 반 친구들과는 다른 고민이 있어 보인다. 그녀는 종종 식은땀을 흘리고 어딘가 아파 보이다가도, 음식 앞에서는 갑자기 왕성한 식욕을 보여주기도 한다. 의도치 않게 자신의 뱃속에 자리 잡은 존재 때문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싸움 중인 것이다. 유미의 배는 조금씩 불러오지만 그녀의 내면은 계속 불안하기만 하다.

 

 희연은 자신이 담임하는 반 학생 유미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된 후, 학교와 동료 교사들로부터 절차대로 이 사건을 처리하라는 주문과 절대로 선을 넘지 말라는 충고를 듣게 된다. 학교의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있는 희연은 담임으로서 학교의 입장을 충실하게 대변하고 교사로서의 체면과 위신을 지키면서 사건을 처리해 나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당사자인 유미의 입장은 다르다. 임신한 학생의 등교를 허용할 수 없다며 자퇴를 종용하는 선생들에게 자신은 이미 임신이라는 벌을 받았는데 왜 학교에서 또 벌을 주려 하냐고 반문하면서 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갈등의 시작이다. 유미는 수술받기를 원하지만 안타깝게도 부탁할 어른이 없다. 결국 유미는 담임선생인 희연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희연은 유미에게 공감하고 도와주기보다는 자신이 처리해야 할 사건의 당사자에 대한 한탄과 불편함만을 드러낼 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사건을 절차대로처리해 나가던 희연은 심정적으로 유미의 마음속 어딘가와 연결된 자신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마음과 처지가 유미와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을 느낄 때 찾아오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희연의 마음에 반전을 일으킨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희연과 유미의 관계는 일반적인 선생과 학생의 관계에서 더 깊고 특별한 사이가 된다.

 

 관객은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임신을 맞닥뜨린 담임교사 희연과 예기치 못한 임신을 하게 된 당사자 유미 양쪽 모두에게 공감하고 당황하게 된다.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 선생님에게는 입장이라는 것이 있고 학생에게는 마음이라는 것이 있다. 선생 희연의 입장이 이해가 가면서도 학생 유미의 마음에는 공감이 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직업의식만을 가지고 이 사건을 바라봤던 희연의 내면에는 변화가 찾아오고, 교사로서의 입장을 넘어 유미의 상황과 마음에 공감하게 된다. 미성년의 임신은 칭찬받을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벌을 받을 일도 아니고, 다만 책임져야 할 일이라는 것. 희연의 입을 통해 전달되는 이 코멘트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이 영화의 소재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유미는 자신이 낳은 아기의 이름을 자신이 지어줘야 한다는 사실도 모르는 허술한 엄마이지만 간절하게 학교로 돌아가길 원한다. 자신은 비록 미성년의 엄마이지만 학교에 다녀야 하는 학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임신과 출산을 조금 이르게 경험한 유미는 이제 다시 입학식에 서 있다. 아름다운 꽃을 들고. 꽃을 든 유미의 얼굴에는 여전한 불안이 머물러 있지만, 적어도 우리는 그 내면에 이전과는 다른 단단한 무언가가 있음을 스크린을 통해 느끼게 된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생각과 입장과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최소한... 그녀의 재시작을 응원하게 될 것이다. 최소한의 선의를 가지고.

 

- 관객리뷰단 최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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