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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자들> 리뷰 : 과거로부터 불어오는 새 물결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4. 9. 2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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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자들>

과거로부터 불어오는 새 물결

 

 보법이 다르다. 움직임이 남다를 정도로 뛰어나다는 극찬의 의미를 지닌 이 신조어가 장 뤽 고다르 감독을 가리키는 가장 신선한 단어가 아닐까. 영화의 주제와 제작 방식에 혁신을 추구하는 새로운 물결 '누벨바그'를 상징하는 감독이자 특유의 즉흥적인 촬영 방식과 비선형적 이야기 전개로 많은 후배 감독에게 영향을 미친, 자신만의 혁신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한 인물이니 말이다. 바로 올해 그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작품 <국외자들>이 개봉 60주년을 맞아 재개봉되었다. 무려 60년 전의 영화가 지금의 관객들에게는 어떤 세계를 선보이는 것일까.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아르튀르(클로드 브라소)와 그의 친구 프란츠(사미 프레이)가 영어 수업에서 오딜(안나 카리나)이란 인물을 꼬드겨 오딜의 이모 부부의 돈을 훔치는 내용이다. 순진한 오딜은 파리 근교에서 이모와 살고 있으며, 그에게 거액의 현금이 있다는 사실을 두 남자에게 모두 말해주었고, 이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오딜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아르튀르와 프란츠는 러닝 타임의 대부분을 오딜을 유혹하고, 가스라이팅하고, 협박하는 데 사용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계획은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킨 대가로 유명한 고다르 감독의 대표작인 <국외자들>은 관객들에게 계속 인물들의 불편한 지점을 보여준다. 아르튀르와 프란츠는 정당한 노동의 값이 아닌 일확천금을 꿈꾸며 도둑질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오딜을 설득한다. 또한 아르튀르는 오딜을 이성적으로 마음에 두면서도 그와의 관계를 애매모호하게 정의하며 답답해하는 오딜을 외면한다. 오딜은 이것이 윤리적으로 잘못된 일임을 알면서도 두 남자의 꼬임에 번번이 넘어가 행동하고, 후회하고, 결국엔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감당하지 못해 도망친다. 이 모든 일들은 '자유'라는 이름 아래 세 인물이 벌인 무책임한 면을 낱낱이 고발한다.

 

 간간이 들려오는, 누가 말하는지도 모를 내레이션은 이 기묘한 인물들의 행동과 심리를 설명해 주면서도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할 무렵 한 번씩 이입을 깬다. 철저히 그들에게서 분리해 보라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내레이션은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를 탄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영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았다. 한 발짝 떨어진 지점에서 바라보는 그들은 멋있는 파리지앵들이 아닌 어리석은 청춘들에 가깝다.

 

 또한 누벨바그의 대표작이라고 불리는 작품답게 지금 봐도 참신한 연출과 장면들이 많다. 누벨바그의 미학 중 하나인 자연스러운 현장감’이 세 사람이 방문하는 카페테리아 장면이나 오딜과 아르튀르가 밤에 거닌 파리 거리와 버스를 탄 장면에서 특히 돋보인다. 특히 카페테리아에서 나온 유명한 침묵의 1시퀀스는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해야 하는 영화란 콘텐츠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었기에(개봉 당시라면 더더욱) 관객으로 하여금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그 외에도 기존의 예술에 대한 반항과 도전의 의미로도 읽을 수 있을 루브르 박물관 달리기씬이나 버스 내에서 오딜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세련된 연출 감각이 일품이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불편한 요소들이 다분했고, 중간중간 루즈한 장면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이 영화가 영화사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영화의 말미에서 잘못과 실수로 얼룩진 파리를 떠나 새로운 안식처로 정한 남미로 향하는 배에 올라탄 프란츠와 오딜에게서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결국 돈을 훔치지 못하고 도망치듯 떠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분명히 얻어가는 게 있다. 그것이 무엇이 됐든 간에 새로운 물결이 되어 영향을 주리란 것 역시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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