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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 리뷰 : 행복의 전이(轉移)에 대하여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4. 6. 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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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토토>

행복의 전이(轉移)에 대하여

 

 일본을 대표하는 TV쇼 진행자인 쿠로야나기 테츠코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담은 <창가의 토토>가 애니메이션 영화로 재탄생되었다. 세상이 궁금한 것으로 넘쳐나는 어린 토토는 어른들의 시선에서 그저 곤란한 아이이다. 수업 시간에 소음(소리가 신기하다며 책상 덮개를 여닫기를 반복함)을 만들어 집중하는 학습 분위기를 흩트리는가 하면 교사의 허락 없이 학교 밖을 지나가는 유랑악단을 멈춰 세우더니 학교 안으로 들어와 연주해 달라고 부탁한다. 예상대로 수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을 만큼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어 한바탕 난리가 난다. 학우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선사하였지만, 질서와 규율이 중요한 덕목인 보통의 학교에서 토토의 호기심은 기행에 지나지 않는다. 담임이 학부모에게 전학을 사정할 만큼 토토는 학급 운영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는 요주의 학생으로 보인다. 골칫덩이로 전락하여 여러 학교를 전전하던 토토는 마침내 토모에 학원앞에 선다. 그리고 영화는 토토와 토모에 학원의 운명적인 만남에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스크린 너머에서 비춰오는 토토가 성장한 토모에 학원에서의 기간은 무한 경쟁과 능력주의에 지쳐 공동체의 가치를 잃어가는 지금의 어린 존재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곤란한 아이였던 토토는 토모에 학원의 교장 코바야시를 만나 좋은 아이가 된다. 앞선 사건으로 드러났던 토토의 엉뚱함과 엄청난 행동력에는 전혀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토토를 바라보는 한 어른의 시선에서 한 끗의 다른 변화가 생긴 것이다. 영화는 교장 코바야시의 시선을 통해 한 아이의 완전한 성장을 지켜나가야 할 교육자의 자세를 제시한다. 사실 코바야시의 가르침은 특별할 게 없다. 다만, 코바야시 선생은 토토를 묵묵히 기다려준다. 토토와의 첫 만남에서 코바야시는 토토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들여 토토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어느 날 학교에서 토토가 화장실에 빠뜨린 지갑을 찾으려고 오물통을 뒤적이고 있을 때, 코바야시는 그런 토토에게 다 찾고 나면 오물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으라는 말만 남기고는 토토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는다. 코바야시의 기다림 덕분에 토토는 가슴 깊은 곳에 숨겨둔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었고, 마음이 내킬 때까지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교육을 뜻하는 영어 에듀케이션(education)의 어원은 (e-)으로 끄집어내다(ducate)’를 의미에서 비롯되었다. 교육이 함축하고 있던 본질을 코바야시의 시선을 통해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어른들의 믿음과 사랑으로 해맑게 자라나는 한편에서 토토는 친구와의 우정을 키워나간다. 특히, 토토의 해맑음과 편견 없는 태도 덕분에 동급생 야스아키의 일상에 큰 변화가 불어 든다. 소아마비를 앓아 부자유한 신체로 인해 야외 활동과 체육 시간마다 독서로 고독한 시간을 견뎌온 야스아키. 코바야시의 제안에도 굳건히 홀로 교실을 지키던 야스아키를 밖으로 끌어낸 건 다름이 아닌 토토였다. 야스아키가 그어둔 보이지 않는 경계를 무시하고 무작정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보는 토토의 대담함이 어찌나 예뻐 보였는지 모르겠다. 수영장에 들어가길 망설이는 야스아키 앞에서 홀라당 옷을 벗어던지며 창피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격려해 주고, 야스아키와 함께 나무를 오르고 싶어서 작은 몸으로 온 힘을 쥐어짜 야스아키를 사다리로 밀어 올리고 나무 위로 끌어당기는 토토를 보면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토토의 순수한 마음 덕분에 야스아키는 최선을 다해 행복할 수 있었다. 비록 병약한 몸을 견디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야 했지만, 야스아키가 누리고 간 행복한 시간들에는 아쉬움이 남을지언정 거짓은 없으리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영화를 보는 동안 토토의 얼굴에서 웃음이 가라앉은 적이 거의 없다. 토모에 학원을 방문하던 첫날부터 화면을 가득 채운 토토의 웃음소리는 정도만 달리할 뿐 영화 밖을 떠나지 않는다. 물론, 눈물로 견뎌내야 하던 슬픔의 순간(갑작스러운 친구와의 이별을 견뎌내야 할 때나 엄혹한 시대 앞에 사랑하던 집과 학교를 떠나야 할 때와 같은)도 있었지만, 토토는 결코 미소를 잃지 않는다. 영화가 담아낸 토토의 미소에는 완연한 행복이 감돈다. 이런 토토의 미소를 지켜준 여러 존재 중에 가장 기억나는 이를 꼽자면 단연코 코바야시와 야스아키일 것이다. 자신이 지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어른의 시선과 가 만나 함께 만든 우리의 가치를 알게 한 친구의 지지가 토토의 행복을 성장시켰다고 본다. 그리고 토토의 행복은 그녀의 주변까지 행복으로 밝힌다. 시대의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더라도 토토와 같은 밝고 건강한 에너지를 지닌 이가 곁에 있다면 희망을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작금의 시대가 토토의 행복에 전염되면 좋으련만.

 

- 관객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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