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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보리> 리뷰 특집 : 다름과 같음 사이에서 - 장병섭

SPECIAL 기획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6. 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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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커뮤니티 시네마 : <나는보리> 리뷰

김진유 감독의 <나는보리>521일에 개봉했습니다. 강릉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줄 알기에, 작은 마음을 모아 <나는보리>를 응원하고자,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화 리뷰 활동가들에게 원고를 부탁하였습니다. 영화에 누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애정과 깊이를 가지고 <나는보리>를 보고, 듣고, 썼습니다.


다름과 같음 사이에서

/ 장병섭 (영화다반사)

 

농인 가족 중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보리는 소리를 잃고 싶어 한다. 수어로 대화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다름을 느끼기 때문이다. 보리의 아빠는 보리에게 안 들리게 태어난 줄 알고 우리랑 같아서 기뻤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보리의 아빠는 농인으로서 겪었던 상처들을 영화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걸어 다니면 무시당했어. 집에 혼자 와서 울었어. . 싫었어.” 그럼에도 보리가 농인으로 태어나기를 바랐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사회의 시스템과 환경들이 청인 위주로 맞춰져서 농인으로서 겪는 불편함보다 다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사회의 시선과 태도 때문이지 않았을까?

 

보리의 가족에게 다름으로 인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대화를 못 한다는 것이다. 아빠는 보리에게 들리게 태어나면 우리랑 대화 못 할까 봐 걱정했다라고 얘기하고, 엄마는 보리가 안 들린다고 했을 때 마음이 슬펐다라고 하면서 시간이 지나니까 괜찮은 이유가 보리의 수화가 많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차이가 불편한 시선과 태도로 곧바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불편한 시선과 태도는 소통의 부재로 생긴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들리지 않는 것보다 대화가 되지 못하는 것을 더 걱정하게 된다.

 

보리는 외할아버지에게 묻는다. “할아버지는 왜 수화를 몰라요?” 외할아버지는 엄마가 화낸 이유를 이모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하지만 보리는 수화를 배운 적 없지만 부모와 직접적으로 소통한다. 보리가 아빠에게 묻는다. “수화. . 몰라. ?” 아빠는 학교를 가지 못해서 수화와 글을 배우지 못했다. 하지만 보리와 아빠를 연결해주는 언어는 홈사인이다. 보리의 가족들이 함께 홈사인을 만드는 과정을 상상해본다. 언어는 세계이자, 삶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청인인 보리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음성언어를 접할 기회가 더 많아지면서,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인 가족과 자신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보리는 가족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소리를 잃고 싶어 한다. 하지만 농인이면서도 각자 다양한 상황에 놓인 가족 구성원들의 면면을 바라보게 된다. 동생 정우는 들을 수 없어서 학교가 재미없다. 농인의 실상을 마주하게 된다. 보리의 시선이 가족에서 외부로 향한다. 이러한 시선을 통해 보리는 다른 모습이어도 가까이에 있을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전환점은 영화 내 수어가 처음에는 단어 형태로 끊어져서 읽히다가 문장 형태로 나오게 되는 시점과 일치한다.

 

보리는 다르기 때문에 같아야 된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모습이어도 가까이서 소통하며 지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것은 보리가 끊임없이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사람이기 때문이기에 가능하다. 따라서 <나는보리>에서 다른 모습의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은 소통, 곧 언어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고, 언어는 삶의 형식이자, 세계이기 때문에 보리가 닫힌 세계에서 안주하지 않고, 다른 세계를 향해 날아가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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