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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보리> 리뷰 특집 : 행복 디폴트 - 윤희경

SPECIAL 기획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6. 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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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커뮤니티 시네마 : <나는보리> 리뷰

김진유 감독의 <나는보리>521일에 개봉했습니다. 강릉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줄 알기에, 작은 마음을 모아 <나는보리>를 응원하고자,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화 리뷰 활동가들에게 원고를 부탁하였습니다. 영화에 누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애정과 깊이를 가지고 <나는보리>를 보고, 듣고, 썼습니다.


행복 디폴트

/ 윤희경 (영화다반사)

 

모든 것을 갖춘다면 완연한 행복이 가능할 거라 믿었던 때가 있다. 나열된 조건들이 내 것이 아님을 확인한다면 그걸로 불행은 시작되는 것만 같았다. 나의 논리 속 결핍이란 이렇듯 뚜렷하게도 암울한 색을 띠는 것 중 하나였다. 나는 이내 불편이 시작되는 지점을 파고들어 나를 만든 누군가들을 끊임없이 부정하고 원망했다. 결코 행복할 수는 없는 행위였다.

 

내가 지정한 순리대로라면 주인공 보리의 일상은 우울한 나날의 연속이어야 한다. 또 보리에게 가족이란 책망과 결여의 대상이 될 테다. 다르기에 해야 하는 갖은 임무는 짐이 될 것이고, 자장면을 시켜 먹지 못하더라도 가족과 동떨어진 형태를 갖는 것은 두려울 것이다. 아이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보내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대신 가족과의 닮음을 택하고자 한다. 숱한 고민과 상처를 동시에 지녔으니 들리지 않는 것의 불편과 같아지지 않고서는 외로울 수밖에 없는 갈등에 나조차 서러워짐을 느꼈다.

 

보리 일가를 보며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그들이 가진 결핍이 너무도 커 보였다. 극의 초반, 나의 심려가 곧 기우였음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을 통해, 어떤 특징을 띠었든 우리는 같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내가 만들어 내가 갇혀있던 행복의 잣대는 금세 허물어졌다. 섣불리 단정했던 보리의 비애는 가지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순간의 혼란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그러나 보리와 가족이 흔들림을 바라보는 태도는 완전했고, 행복은 충족순이라 여겼던 나는 틀렸다. 지금 당장 자장면을 먹을 수 없다면 별 수 있나, 자장 라면을 끓여 먹으면 되는 것처럼 영화는 남들 다 있는 것 내 손에 몇 개 없다고 감히 내 행복이 좌우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다듬어주었다. 오히려 그것을 유달리 게슴츠레 바라보는 누군가들이 진정으로 문제였다.

 

장애에 대한 사회의 통념에 세상 참 못됐다고 불평하다 그칠 수 있는데, 측은히 바라보는 타인의 눈빛에 지치지도 않고 보리의 발걸음 한 번은 몹시도 당차다. 동생 정우의 후보 선수 낙점에 보리는 항의한다. 공을 잘 차면 공차는 데 선수가 되면 된다. 그게 우선이고 이후 소통은 맞추어나갈 일이다. 장애에 대한 부적절하고 성급한 낙인이며, 당연한 의문이었지만 여전히 도처에 어린 편견은 해결해야 할 타성으로 남은 듯싶다. 아쉬움 가득한 현실이지만 정성으로 보리와 가족들의 행복을 소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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