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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보리> 리뷰 특집 : 시선 너머 펼쳐지는 공존을 바라보다 - 이음

SPECIAL 기획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6. 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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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커뮤니티 시네마 : <나는보리> 리뷰

김진유 감독의 <나는보리>521일에 개봉했습니다. 강릉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줄 알기에, 작은 마음을 모아 <나는보리>를 응원하고자,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화 리뷰 활동가들에게 원고를 부탁하였습니다. 영화에 누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애정과 깊이를 가지고 <나는보리>를 보고, 듣고, 썼습니다.


시선 너머 펼쳐지는 공존을 바라보다

/ 이음 (신영 관객리뷰단)

 

보리(김아송)는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이며 가족들은 농인이다. 가족은 아이가 가장 먼저 만나는 세계다. 행복한 가족들을 바라보며 보리는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다른 사람인 것 같은 생각이 고민스럽다. 보리는 스스로 그어놓은 투명한 선을 넘어가기로 한다. 가족들이 소리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잃는 쪽을 선택한다. 아이의 시선이라면 좀 더 기적 같은 소원을 원해도 되지 않을까?

 

과연 가족들이 소리를 갖게 되는 것이 기적일까? 간절히 바라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이루어지는 것이 기적이다. 하지만 가족들이 기적을 겪지 않고도 즐겁게 살아간다면 누군가에게는 의문일까? 그 의문은 다름을 틀림 또는 불쌍함으로 여기기 때문에 시작된다.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농인 가족도 다른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산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보리의 소원에는 가족을 향한 사랑과 존중이 담겨있다. 동시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지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또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영화로 제작되어 한글자막이 포함되어 있다. 모두가 자유롭게 영화를 즐기게 하고픈 배려다.

 

일상 곳곳 소원을 이루기 위한 통로가 등장한다. 등굣길, 바다, 부적 등 다양하다. 그중 바다가 전달하는 감각이 눈에 띈다. 보리는 세면대에서 간접적으로 들리지 않는 상태를 체험한다. 흐릿한 말소리와 물의 미세한 압력을 느낀다. 깊게 들어갈수록 바다의 압력은 강해진다. 막연히 느꼈던 소리 없는 삶은 세면대가 가진 깊이로는 알 수 없었다. 소리를 잃은 후, 보리는 보이지 않을 뿐 생생한 편견이란 압력을 느끼게 된다. 보리의 혼란스러움이 담긴 질문에 아빠(곽진석)는 들리든 안 들리든 우리는 똑같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정우(이린하)의 수술까지 보리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영화는 극단적으로 감정과 상황을 몰아가지 않는다. 따스하고 덤덤하게 정리해 나간다. 보리는 가족들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알고 있다. 정우는 축구를 사랑한다. 수술 후 정우는 축구 등 격한 운동을 자제해야 한다. 보리는 고모의 태도에서 인공와우 수술이 진정 정우를 행복하게 하는 일인 것이 이상하다. 결국 보리는 가족들 앞에서 오열과 함께 진실을 터놓는다. 들리지 않아도 축구도 공부도 할 수 있다. 정우의 말처럼 사람들이 수화를 배워 대화하면 되지 않는가? 보리는 이제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다. 밝게 웃으며 함께 맛있게 자장면을 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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