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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알려줄거야>│김다민 감독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4. 4. 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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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가 알려줄거야> 씨네토크

2024.3.24.

 

초청 : 김다민 감독

진행 : 김영우 프로그래머 (서울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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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 반갑습니다. 오늘 진행을 맡은 김영우입니다. 영화 재밌게 보셨을까요? 방금 보신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연출하신 감독님 모시고 영화에 대해서 재미있게 대화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수로 모셔볼까요?

 

김다민 : 안녕하세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연출한 김다민입니다.

 

김영우 : 지금 극장에 <: 파트2>가 걸려 있는데 그 영화에 맞서는 한국형 SF 영화로 <막걸리가 알려줄거야>가 사실 많이 밀리지도 않죠? (웃음) 개봉한 지 거의 한 달 정도 됐어요. 극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스코어가 나온 것 같아요. 감독님이 대구부터 출발해서 안동을 거쳐서 바쁘게 강릉까지 오셨어요. 첫 장편 데뷔작이기도 하고 개봉하고 나서 한 달을 돌아보면 어떤 소감이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김다민 : 228일이 개봉이어서 3월 첫째 주까지는 바쁘겠구나 했는데 그것보다 오래 행사들이 계속 잡혀서 여기저기 다니고 있어요. 돌아다니고 관객분들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재밌어요.


김영우 : 강릉은 처음 오신 거죠?

 

김다민 : 신영극장은 처음 와 봅니다. 강릉은 강릉국제영화제 때 한 번 왔었어요.

 

김영우 : 감독님과 개인적인 인연이 없어서 처음 이 영화를 보고 영화 자체도 궁금하지만 사실 감독님의 머릿속도 되게 궁금했어요. 어떻게 하면 이런 발상과 아이디어들을 생각해 내시고, 그걸 또 영화로 표현해 내는지. 처음에는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구상하시다가 SF 단편 소설로 시작하셨던 거죠. 오늘 오신 관객분 중에 모르시는 분도 계실 것 같아서 소개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다민 : 단편 소설이랑 시나리오 공모전 마감 기한이 거의 같았어요. 그래서 동시에 썼어요. 소설이 더 빨리 나왔고요. 2019년도에 썼으니까. 영화는 투자받고 뭐 하는 기간이 생각보다 많이 길었네요. 단편 소설이라도 먼저 써놓으면 내 거니까 뭔가 마침표를 찍고 싶다는 마음이 그때 되게 컸던 것 같아요. 과연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김영우 : 영화의 첫 대사가 단편 소설집의 제목이었던 거죠?

 

김다민 : 아작이라는 SF 출판사가 있는데요. 출판사 사장님께서 소설집 제목을 영어로 뭐게요 대머리가로 정하셨는데 그 대사가 좋으셨나 봐요.

 

김영우 :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개봉 시기와 맞물려 한 달 전에 방영된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의 각본가로 주목을 많이 받으셨고 인터뷰도 되게 많이 하셨어요. 첫 장편 데뷔작을 개봉하고 화제가 되는 드라마 작가로 주목을 받으면 뭔가 좀 비현실적인 느낌들도 있지 않으셨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김다민 :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를 먼저 쓰고 <살인자ㅇ난감>을 쓰게 됐는데요. 글을 써서 돈을 받는다는 게 가장 신기했던 것 같아요. 이제야 영화도 개봉하고 드라마도 공개되고 하니까 2022년이 끝난 것 같아요. 항상 작업 중이어서 계속 2022년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김영우 : 감독님 인터뷰 같은 걸 찾아보면 이력이 독특한 지점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에서 애니메이션 영상연출을 전공하셨지만 대학 진학 때는 영화 전공이 아니라 심리학과 문화인류학을 전공하셨어요. 그리고 상업 영화 스텝으로도 참여하시고 개인 작업도 많이 하셨는데 그런 다양한 경험들 속에서 감독님의 취향이나 방향이 이런 거구나 체감하시는 편이세요? 아니면 그렇게 다양한 시도들을 하면서 각자의 매력들을 느끼시는 편인지 궁금해요.


김다민 : 제 생각에 저는 약간 줏대가 없었던 것 같아요. (웃음) 이래저래 다 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막상 학교를 영화과가 아닌 과에 진학해서 배웠던 것들이 많았지만, 영화 한다고 얘기하고 싶기도 하고, 영화와 관련된 소속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영화 현장으로 빨리 들어가게 된 것 같아요. VFX가 큰 영화를 해보고 싶었어요. 경험하지 않은 분야라서 해보고 싶었거든요. 결국엔 저한테 그런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죠. <악인전>이라는 영화에서 VFX 담당 연출부라서 특수분장이나, 특수효과팀이랑 많이 친해지게 됐어요. 그러고 나서 <웅비와 인간 아닌 친구들>을 찍을 수 있었죠. 괴수 같은 뭔가가 나오잖아요. 작업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 식으로 하나씩 경험해보고 싶었던 것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어요.


김영우 : <웅비와 인간 아닌 친구들>을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웅비라는 초등학생 친구가 우연히 털로 뒤덮인 어떤 괴생명체를 만나요. 영화 후반부에 웅비도 외계에서 온 생명체라는 게 밝혀지고, 웅비와 가족들을 외계로 데리고 가면서 영화가 끝나요. 사실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와 유사한 지점이 있어요. 그런 SF적인 상상력을 보면 감독님이 평소에도 SF에 관심이 많으실 것 같아요.


김다민 : SF 소설 읽는 걸 되게 좋아했어요. <웅비와 인간 아닌 친구들>은 사실 어떤 동물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SF적인 세계관을 하나 만들고 거기에 뭔가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얹으면 되게 다른 느낌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도 재밌더라고요.


김영우 : 요 근래에 한국 영화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너무 비슷비슷한 영화들이 나와서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더라고요. 그런 지점에서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요즘 만나기 어려웠던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어서 더욱 의미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소재들과 그런 독특한 발상들이 감독님 개인 경험에서 나온 것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평생학습관이나 주민센터에서 전통주 만드는 걸 배우셨다고 하더라고요. 페르시아어도 그렇고 평상시에 접하기 힘든 것들이잖아요. 작가로서 감독으로서 영화 속 소재를 찾아내고 발상하는 과정들을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다민 : 일단 이걸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배운 것들은 아니었어요. 원체 지루함을 못 참는 성격이라서 주변에서 할 수 있는 걸 찾아봐요. 멀리는 또 못 나가거든요. 힘이 달려서.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좋아해요. 거기서 전통주 만들기 수업을 들었어요. 페르시아어도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이 개설되어서 들었어요. 그런 경험들을 끄집어내서 시나리오를 쓰는 것 같아요.

 

김영우 : 근래에 봤던 독립영화 중에서 유난히 인상적이었던 게 대사였어요. 대사를 되게 감각적으로 위트 있게 잘 쓴 느낌을 받았어요. 영화 중반에 수학여행 가려고 버스 타는데 어떻게 버스를 타라, 버스를 타면 잠이 들면 좋겠다 이런 대사들도 좋더라고요. 대사 작업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요.

 

김다민 : 사실 영화를 편집하면서 대사를 많이 뺐어요. 말장난 같은 대사들이 좀 더 있었어요. 근데 대사들이 영화 전개 속도를 느리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대사 장면을 하나씩 하나씩 편집했어요. 대사는 글쎄요. 그냥 재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써요. 약간 허무한 웃음 같은 걸 좋아하는 것 같더라고요.

 

김영우 : 특별히 애착하는 대사가 있으신가요?


김다민 : 애착이라기보다는 편집된 대사가 갑자기 생각났어요. 엄마랑 아빠가 페르시아 말하기 대회 끝나고 침대에 누워 있잖아요. 그러면서 너무 잘 됐다고 미주알고주알 얘기를 하는데 뒤에 대화가 더 있었어요. 엄마가 생각해 보니까 우리 유전자가 좋은 것 같다, 둘째를 가져볼까? 그렇게 말하는데 아빠가 등 돌리면서 유전자는 있는데 돈이 없다고 말하는 게 편집됐는데 지금 그게 생각이 났어요.


김영우 : 부모님 이야기 잠시 나왔으니까 물론 영화가 명확하게 동춘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한국 교육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 주변을 보면 어른들의 나름대로 고단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배치가 되어 있잖아요. 보통 아이가 주인공인 영화에서는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에서는 어른들의 이야기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배치를 솜씨 있게 잘하셨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다양한 캐릭터들도 등장하잖아요. 특히 자연인 삼촌으로 나오는 김희원 배우님. 그런 캐릭터부터 이야기 배치까지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구상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김다민 : 단편 소설에는 삼촌이 없어요. 보통은 배움이나 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부모와 자식 간의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근데 시나리오 작업하면서 부모와는 극단적으로 다른 어떤 세계관도 동춘이가 알아야 마지막 선택이 타당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쪽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가 다르고 되게 다른 삶이지만 그런 것들이 있어야 이야기가 풍성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삼촌을 등장시켰던 것 같아요.

 

김영우 : 자연인 삼촌 그리고 엄마의 개인사 같은 것들은 사실 굉장히 무거운 이야기이고, 어른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공감할 만하지만 동춘이의 시각으로는 좀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잖아요. 그 사이에서 이야기를 배치하거나 균형점을 찾는 것도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김다민 : 네, 맞아요. 근데 어른들 이야기가 물론 있지만  무조건 이 영화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동춘이가 주인공인 이야기라는 게 명확했어요. 가족 상봉의 장면으로 아수라장이 되는 것도 써보긴 써봤는데 그러는 순간에 자꾸 시선이 어른들한테 가더라고요. 근데 정답은 막걸리가 알고 있는 영화니까 어른들이 이 안에서 뭔가 어떤 해결책을 찾고 뭔가를 바꾸는 게 아니라 동춘이가 알아가는 게 중요했어요. 끝까지 동춘이한테 시선이 가게 하려면 이 배치들이 만나되 아수라장이 되지는 않고, 엇갈리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김영우 : 독립영화지만 굉장히 많은 CG가 등장하지 않습니까? 예산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떠셨어요?


김다민 : 제작사 대표님도 그렇고 피디님도 백방으로 CG 업체를 알아봤는데 독립영화 예산에서는 저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터무니없는 금액이어서 쉽지 않았어요. 최종적으로 코코아비전과 하게 됐어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 대부분 우주를 만드는 데 얼마가 들고, 모델링하는 데 얼마가 든다고 대부분 얘기하셨는데 코코아비전 CG 실장님만 유일하게 시나리오를 보고 기포가 중요하겠네요라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되게 현실적인 솔루션을 많이 주셨어요. 우주는 레퍼런스 받으셔서 거의 혼자 만드셨거든요. 팀원들이 안 해주실까 봐. 혼자서 우주를 만드시고, 되게 잘해주셔서 CG가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하고 싶었던 것들이 좀 많았어도 결국엔 좀 덜어내는 작업을 한 것도 있어요.

 

김영우 : 관객분들 질문 받아볼게요. 영화에 관련된 질문이나 영화에 대한 감상평도 좋습니다.

관객 1 : 모스부호와 페르시아어를 어떻게 접목시켰는지 그게 좀 궁금했습니다.

 

김다민 : 제가 전통주 수업 들었을 때 조모임처럼 돌아가면서 집에다가 술을 숙성시켜야 되거든요. 방문 뒤에 두고 숙성을 시킬 때 동춘이처럼 되게 유심히 봤어요. 너무 신기하거든요. 소리가 맨날 달라지고, 모양도 달라지고. 그 소리가 뭔가 통신하는 것처럼 모스부호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페르시아어는 수업을 들으면서 글자를 배우기도 했고, 영화상에서 동춘이가 말이 안 되는 뭔가를 배워야 하고, 일상생활이랑 되게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아서 페르시아어를 선택했어요. 또 페르시아어가 거꾸로 쓰니까 어순이 달라서 번역기에 돌려도 바로 나오지 않는 게 영화와 잘 맞아서 그렇게 연상 작용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김영우 : 한국 영화에 페르시아어가 등장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웃음) 컴퓨터에서 번역기 돌릴 때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되게 독특하죠? 또 질문 있으실까요?

 

관객 2 : 영화 너무 잘 봤습니다. 소재가 독특해서 좋았던 것 같고요. 영화 보면서 궁금했던 점은 도깨비 같은 두 캐릭터와 막걸리의 유산균과 삼촌이 한 번에 도와주는 게 아니고 왜 맞물리면서 도와줬을까? 궁금해요. 도깨비 같은 캐릭터가 사라지면 막걸리가 도와주고 막걸리의 메시지가 사라지면서 삼촌이 도와주잖아요. 그리고 또 동춘은 왜 막걸리 통 안으로 뛰어들었는지 궁금해요.

 

김다민 : 일단은 엔딩 먼저 말씀드리면 저는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동춘이 되게 신중한 친구란 말이에요. 동전을 던지니까 쨍그렁하는 소리가 안 나잖아요. 동춘이 되게 심사숙고해서 그래, 이게 말이 되지하고 내린 결정이었어요. 페르시아 말하기 대회 기점으로 상상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순간들이 일부 있기는 한데요. 영화가 끝나고 생각했을 때 진짜로 막걸리가 말하는 세계관이 있고, 동춘이는 소명처럼 그걸 받아들였고, 달탐사 우주인처럼 인류를 대표해서 어떤 답을 찾은 거라고 생각하기를 바랐어요. 그리고 로또 4등이라는 건 사실 되게 현실적인 이벤트잖아요. 그걸 목격한 건 동춘이 혼자가 아니라 삼촌도 있으니까. 그런 과정을 통해 막걸리가 답을 알려주는 세계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삼촌이 오르막길 올라갈 때 그 타이밍에서 삼촌이 도와주고 같이 가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오히려 저는 동춘이가 세상에 몰랐던 것들과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니까 어쩌면 동춘이가 지구상에서는 정답을 찾을 수 없다고 느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동춘이가 끝내고 혼자 가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약간의 도움을 조금씩은 받되, 결정적인 도움은 아닌. 동춘이가 동력 삼아서 갈 수 있는 정도의 도움이요. 그리고 털복숭이들은 원래 영어 교재에 있는 캐릭터라는 설정이에요.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동춘이가 쓰러진 순간부터 털복숭이들이 생기잖아요. 동춘이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는 거죠. 질문을 하면 자꾸 학원이 늘어가고, 영문도 모른 채로 영어 말하기 대회에 서 있는데 사람들이 응원하는 게 뭘 위한 응원인지도 모르겠고. 그러다가 쓰러졌을 때 나타난 털복숭이들은 동춘이가 생각해 낸 어떤 솔루션인 거죠. 동춘이가 멍 때리고 있을 때 나타나서 문제도 풀어주는 것처럼. 마지막 이별도 어떻게 보면 페르시아 말하기 대회에서 동춘이가 과몰입해서 스스로 해낸 결과물이기 때문에 털복숭이들이 이제 우리가 할 일이 없겠구나라는 생각 해서 퇴장을 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관객 3 : 눈동자에 사람이 갇힌 것처럼 보이는 장면처럼 영화에서 상징적으로 쓰였는데 관객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장면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촬영하다가 재미난 에피소드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김다민 : 크게 보면 이 영화는 배움과 교육에 대한 이야기이고,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작게는 적응이라는 게 뭔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동춘이 처음 체념하게 되는 순간에 옆자리 친구가 적응은 게임하면서 들키지 않는 거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게 동춘이한테 트리거가 조금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중간에 엄마 눈에 갇혀 있다가 나오려다가 다시 원위치가 되잖아요. 적응이 그런 게 아닐 수도 있는 거죠. 마지막에 결국에 동춘이가 계속 원 안에 있다가 뛰어들어서 제3의 선택을 하는 것처럼 보이면 좋겠고, 테두리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진짜 점프해서 들어간다면 완전히 다른 선택이라고 봤어요. 막걸리도 그런 대사를 하거든요. 적응력 시험이지. 뭔가 돌파한 느낌으로 들키지 않고 게임을 해봤지만 그것도 정답이 아니었던 거죠. 동춘이에게 그런 차이점들이 중간중간에 드러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촬영하면서 재밌었던 에피소드는 많았던 것 같은데. 동춘을 연기한 나은 배우하고 작업하면서 뭔가 재밌는 일이 많이 생겼던 것 같은데요.

 

김영우 : 제가 얘기를 좀 더 보태면 아역 배우들이 연기를 자연스럽게 되게 잘해요. 밤 장면과 야외 장면이 생각보다 많아서 아역 배우들과 작업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거든요. 동춘역을 연기하는 박나은 배우님의 되게 지친 듯한 무기력한 표정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온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웃음) 생각보다 재밌는 일이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김다민 : 저희가 촬영한 동춘이네 집이 저희 대표님 집이에요. 촬영 회차에 맞춰 구할 수 있는 집이 예산으로는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대표님 집을 세팅해서 촬영을 하는데 집이다 보니까 쉬는 시간만 되면 모든 스태프들이 동춘이 포함해서 바닥에 드러누워 있더라고요. 저도 마찬가지지만 그렇게 누워 있는 장면들이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다 같이 엠티 온 것처럼. 근데 이게 재밌는 게 맞나요? (웃음)

 

관객 4 : 우선 영화 너무 잘 봤고요. 저는 동춘이가 영화 내내 한 번도 안 웃다가 마지막에 웃더라고요. 그 장면에서 깊은 울림을 받았는데 감독님이 생각하는 영화의 가장 애정하는 씬이 어떤 씬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김다민 : 몇 가지가 있는데 하나 뽑자면 저희가 가장 마지막 장면으로 찍은 촬영이 동춘이가 양조장 가기 직전에 들판에 드러눕는 장면이거든요. 저는 그 장면에서 동춘이가 진짜 숨통이 트이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여태까지 동춘이 머릿속에 있던 들판은 총천연색에 뽀얗고 친구들이 있고 그랬다면, 진짜 들판은 벌레 소리도 들리고 밤하늘에 별들도 떠있고 그런 게 되게 동춘이에게 큰 변화로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심리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그래서 저는 그 장면을 좋아합니다.

 

김우영 : 혹시 마지막으로 질문 있으실까요?

 

김다민 : GV 다니면 항상 가족 단위로 오시는 관객분들이 계세요. 조금 궁금하더라고요. 어떻게 보셨는지. 감상이 다르시니까. 앞에 가족분들이 계시거든요. 여쭤보고 싶어요.


관객 5 : 영화 재밌게 잘 봤어요. 특히 초등학생들이 이 영화를 봤을 때 감독님께서 혹시 그 아이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혹시 한번 들어볼 수 있을까요.

 

김다민 : 이 영화가 전체관람가이도 하고 아이가 주인공인 영화이고, 아이의 자주적인 선택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영화를 봤는지는 제각각인 것 같아요. 어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처럼 되게 포괄적이더라고요. 아이들도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를 다양하게 보더라고요. 나은 배우가 친구들이랑 같이 집 근처에서 영화를 봤는데 친구들이 마지막에 동춘이는 죽는 거냐고 많이 물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친구들은 이 영화가 진짜 좋아서 네 번째 봤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저도 아이가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었지만 유머의 코드들이 아이들이 보기에 까르르 웃을 수 있는 유머들은 아니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요즘에는 어른들이 보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관객 6 : 제가 오늘 제 딸이랑 딸의 친구와 같이 왔어요. 러닝타임이 91분 정도라서 아이들이 보기에 길다고 느낄까 봐 걱정을 했어요. 근데 너무 재밌게 보더라고요. 저는 영화 제목보다는 포스터를 보니까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 영화인지 알 것 같더라고요. 그런 게 좀 와닿았습니다. 영화 잘 봤습니다.

 

김영우 : 초등학생들도 어떻게 봤는지 궁금한데요. 어떻게 한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관객 7 : 평소에도 영화랑 드라마를 많이 좋아했는데 페르시아어나 모스부호 같은 걸 소재로 하는 영화는 처음이라서 흥미로웠습니다.

 

관객 8 : 영화 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 영화 초반부터 동춘이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서 어른들이 대답을 안 해주잖아요. 근데 막걸리도 동춘이 궁금해하는 걸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설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김다민 : 저는 마지막에는 다 알려줬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전에는 적응력 시험이었던 거죠. 동춘이가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게임으로 치면 레벨을 올리기 위한 관문 같은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동춘이가 조금씩 뭔가를 알아가는 과정들도 있잖아요. 예를 들면 이래서 어른들이 질문하는 걸 싫어했구나라고 동춘이가 느끼는 것처럼요.

 

김영우 : 아까 감독님이 처음부터 엔딩을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고 쓰셨다고 말씀하셨지만 영화의 엔딩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더라고요. 동춘이가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서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점에서는 해피엔딩일 수도 있겠지만, 남겨진 가족들에게는 어떻게 보면 슬픈 결말일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동춘이가 어디로 간 거냐?부터 리투아니아랑은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거냐? 다양한 질문들이 온라인에 올라오더라고요. 마지막 결론을 어떻게 할 것인가? 굉장히 고민이 많이 되셨을 것 같아요. 어떤 생각들을 하면서 엔딩을 만드셨는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김다민 : 영화 속 등장인물 중에서 계속 질문을 놓지 않는 건 동춘이뿐이거든요. 처음에 엄마가 등장하고 요양원에서 TV로 삼촌이 처음 등장하잖아요. 그때 둘의 대사가 조금 겹치는데 지금이 딱 좋다, 좋은 상태다라고 뭔가 얘기를 해요. 저는 영화 속 어른들이 지금 이게 정답이다라고 하는 순간에서 시작을 해서 완전히 모르겠다는 지점으로 끝나야 된다고 생각했고, 반대로 동춘은 모르겠다에서 시작해서 완전히 알게 되는 순간으로 끝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지금의 엔딩이 나온 것 같아요.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에는 비극이긴 한데요. 생이별일 수 있으니까. 근데 어떻게 보면 부모님이 모르겠다는 지점에 왔기 때문에 알아가려고 하는 동력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약간 무책임할 수도 있지만 막걸리가 알게 될 거야라는 말하는 대사처럼 어른들도 알게 될 거야로 마무리되지 않았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김영우 : 제가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중간에 궁금했던 게 삼촌은 갑자기 찾아오시는 분 들하고 어떤 의식을 하는 건가요?

 

김다민 : (웃음) 사이비 종교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요즘 현대인들 명상 많이 하시잖아요. 명상 중에 유명한 몇 가지가 있는데 그게 오쇼 명상이었어요. 그분이 만든 어떤 영상들이 있어요. 뭔가 구마의식 같아 보이기도 하는데 어쨌든 막 털어내고 춤추는 영상을 따왔어요. 실제로 촬영 현장에 오쇼 명상센터의 센터장님이 오셔가지고 같이 추셨어요. 배우분들도 처음에는 약간 쭈뼛쭈뼛하시더니라 센터장님 하는 걸 보고 약간 경쟁하듯이 했던 기억이 있어요.

 

김영우 : 실제 명상 프로그램이군요.

 

김다민 : 미국에서도 많이 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많이 하는 명상 중에 하나라고 알고 있고, 저희 엄마가 사실 그 명상을 되게 오래 하셨습니다. 센터장님이 엄마 친구분이셔서 촬영 현장에 와서 도움을 주셨어요. 어쨌든 사이비는 아닙니다. (웃음) 강요하지는 않으니까요.


김영우 : 지난 몇 년 동안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준비했던 결과물들이 대중들에게 공개가 되어서 감독님에게는 의미 있는 한 해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요즘도 작업을 하고 계시는 거죠? 감독님 근황 듣고 마무리 인사 들으면서 오늘 씨네토크 마무리 할까 합니다.

 

김다민 : 제가 사실 작년부터 준비했던 작품이 있었는데 손을 못 대고 있습니다. (웃음) 개봉과 관련된 행사가 마무리가 되면 다시 방에 틀어박혀서 작업을 시작하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오늘 사실 관객분들이 많이 안 계실 거라고 생각하고 왔어요. 열 분 정도 계셔도 많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너무 많이 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따뜻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말에 시간 내서 극장에 찾아와 주시고, 끝까지 자리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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