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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의 관심사> 리뷰 : 붉은 눈물과 푸른 불꽃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6. 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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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의 관심사>

붉은 눈물과 푸른 불꽃

 

영화는 유리(최지수)를 찾아 이태원을 누비는 두 모녀의 하루를 담고 있다. 유리는 초미(조민수)의 월세를 훔치고 달아난 상태이다. 딸 유리가 가져간 돈을 되찾으려 초미는 또 다른 딸 순덕(김은영)을 오랜만에 찾아간다. 순덕은 초미의 방문이 영 달갑지 않다. 하지만 유리가 순덕의 비상금까지 가져갔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초미와 순덕에게는 유리를 찾아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생긴다. 초미와 순덕은 유리를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함께 하루를 보내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는 초미와 순덕이 입고 있는 의상의 색감을 통해 그녀들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초미는 빨간 인조 가죽 자켓을 입고 있다. 순덕은 이와 대비하여 파란 세미 정장 차림이다. 극명하게 대비된 색처럼 초미와 순덕은 사사건건 부딪친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다르기에 어쩔 수 없이 갈등은 일어난다. 초미와 순덕의 대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혈육이라고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사이가 좋을 수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초미와 순덕은 유리를 찾아 이태원의 이곳저곳을 방문한다. 초미는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먼저 움직인다. 초미의 성급함은 유리를 찾는 여정 중에 자잘한 해프닝을 만든다. 사실 해프닝 자체로는 그다지 큰 재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해프닝을 만든 당사자인 초미가 그것을 수습하기 위해 하는 행동들이 영화에 유쾌한 기운을 더한다. 초미는 곧장 애교 섞인 말투로 자기 잘못을 사과하고 그 와중에 온갖 오지랖을 떨며 사람들을 돕는다. 초미의 행동에 그녀가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사고뭉치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초미와는 대조적으로 순덕은 함부로 성질내지 않는다. 유리를 찾는 와중에도 자기 본업을 내팽개쳐 두지 않는다. 일터에서 갑질을 견뎌야 하는 중에도 순덕은 무턱대고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하지 않는다. 순덕의 분노는 조용하고 잔잔하다. 순덕의 분노는 초미가 내던진 핀잔에 파동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은 한 번에 초미에게 몰아친다. 초미를 쏘아붙일 때 순덕의 말에는 오랜 세월 쌓였던 부모를 향한 서운함이 묻어난다. 경찰서에서 벌어진 이 장면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 이유는 누구보다 목소리가 컸던 초미가 변명 한마디를 못 꺼낸다는 것이다.

 

영화에는 초미의 눈물이 종종 등장한다. 초미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애를 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방울에 붉은빛이 감도는 것 같다. 아쉬운 과거에 사장되지 않고 지금을 살아내는 초미의 강렬한 의지가 그녀의 눈물에서 붉게 드러내 보인다. 순덕은 부모에게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했지만 어린 나이부터 독립하여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살아간다. 그래서 순덕의 노래는 조용하지만 뜨겁게 타오르는 푸른 불꽃과 닮아있다. 순덕이 스스로 정한 블루라는 이름이 그녀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의 말미, 초미는 순덕이 블루로서 서는 무대 앞에 앉아 있다. 흰색 정장을 입고 무대에 오른 블루가 “I don`t need your love”라는 가사를 노래한다. 초미가 완성하지 못한 노래를 순덕이 완성하여 멋지게 부르고 있다. “당신의 사랑이 필요 없다.” 하지만 실은 당신의 사랑이 필요하다.” 말하는 것처럼 들려온다. 초미는 눈물을 글썽인다. 그리고 순덕의 노래를 뒤로한 채 그 자리를 떠난다. 인사 몇 마디 나누지 않고 초미와 순덕은 그렇게 헤어진다.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지만 차마 다가갈 수 없는 그녀들다운 작별이다.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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