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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집사> 리뷰 : 공존(共存)을 대하는 인간적(人間的) 태도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5. 2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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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집사>

공존(共存)을 대하는 인간적(人間的) 태도

 

영화는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해 온 가치에 대해 곱씹게 한다. 감독은 춘천 효자동을 시작으로 노량진, 성남시, 부산 청사포, 파주 헤이리 등을 넘나들며 각 지역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과 그들의 집사들이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그려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영화에 담겨있는 고양이들은 사는 지역은 물론 모양과 성향도 다르다. 영화는 각양각색인 이들에게 있는 두 가지 공통점을 보여준다.

 

하나는 자기들이 나고 자란 땅에서 터를 잡고 산다는 것이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자신들이 살아온 곳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원래의 주인이 이사를 핑계로 고양이를 버리고 가더라고 고양이는 그 마을 안에서 살아간다. 심지어 인간들에 의해 고양이들이 살던 지역이 재개발을 이유로 파괴되어 버린다. 그렇지만 고양이들은 자신들의 마을을 떠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폐허가 된 마을에는 공사 인부들과 영역을 잃어버린 고양이들만이 남아있다.

 

또 다른 공통점 하나는 고양이들에게는 그들을 지켜주는 집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고양이들과 함께 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고양이 집사들을 비춘다. 이들은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 설사 자신이 직접 키우지 않더라도 고양이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양식을 챙기고, 고양이들이 아픈 곳은 없는지 살핀다. 부산 청사포 마을에서 등장한 한 고양이 집사의 말처럼 그들에게 고양이는 우리의 고양이인 것이다.

 

고양이 집사들의 모습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춘천 효자동에서의 한 컷이다. 레드 바이올린 상점 앞에서 각각 레드조폭이라 불리는 고양이 두 마리가 서성이고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바이올린 집 주인이 가게 문을 열고 중국집 사장님이 오토바이를 끌고 나타난다. 레드는 자연스럽게 문이 열린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조폭이는 중국집 사장님 곁에 머무른다. 화면 속에 담긴 고양이를 보살피는 사람들의 눈빛은 한결같이 따뜻하다. 이들의 눈빛은 고양이들을 보살피는 사람들이 지닌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지기에 충분하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해본 적이 없다. 기본적으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에 대해 무관심한 편이었던 터라, 주변에서 동물들을 보았을 때 귀엽다, 사랑스럽다는 애정의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서사를 이끄는 고양이 레니의 내레이션이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적 상상으로 만들어진 고양이의 생각이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내레이션 속에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담겨 있다. 그러나 그것을 사람이 아닌 고양이의 생각으로 포장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는 공존(共存)에 관하여 인간이 지니고 있어야 할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영화 속 고양이 집사들의 행동을 관찰하면 사람다운 성질이 있는 것을 뜻하는 인간적(人間的)이라는 관형사가 조금은 어렵게 느껴진다. 사람답다는 것이 인간 사회를 이롭게 하는 행동과 성향을 말한다면 그 안에 과연 고양이를 비롯한 인간과 다른 생물이 포함되어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영화 속의 고양이들과 그들의 집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적어도 인간적이라는 것이 인간만을 위하는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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