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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보리> 리뷰 :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5. 3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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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보리>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

 

11살 보리(김아송)는 소리를 잃고 싶다. 농인과 청인의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는 것은 11살 아이에게는 힘겨운 일이었을 거다. 보리는 농인인 가족을 청인의 사회와 잇는 가교역할까지 해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비장애인의 기준으로 제도화되어 있다. 아직 어린 보리가 성인이 되어서 살아갈 때의 유리함을 생각해보면 보리의 선택은 의외의 것이다. 사회는 비장애인의 기준으로 형성이 되어있지만, 보리는 농인인 가족의 세계를 선택했다. 보리는 사고로 소리를 잃은 척을 하고 농인으로 사는 삶을 체험한다.

 

보리는 소리를 잃은 척하면서 내적으로 가족과의 깊은 유대감을 얻는다. 동시에 농인을 대하는 세상의 불합리함을 체감한다. 이것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축구 말고는 학교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동생 정우(이린하)가 겪어왔던 것이다. 보리는 이전에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던 다른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변한 건 인데 세상이 바뀐다. 학교 친구들의 태도, 시장 옷 가게 직원의 차별 그리고 정우의 수술에 관한 현격한 정보 전달 차이는 가족의 유대감이 가장 중요했던 보리에게 딜레마를 던진다.

 

보리는 가족을 따라가는 자신의 선택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 계속해서 질문한다. 보리의 아빠(곽진석)는 영화 속에서 두 차례나 보리에게 들리든 들리지 않든 괜찮고, 너는 나의 사랑하는 예쁜 딸이라고 얘기해준다. 들리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의 차이가 행복의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또한, 청력의 차이로 행복의 크기를 재단해서도 안 된다. 인공와우 수술을 포기하고 좋아하는 축구를 계속하는 정우의 선택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러하다. 보리는 두 가지 문화를 접하면서 생기는 딜레마에 대해 자신만의 답을 찾는다.

 

<나는보리>는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인의 세계를 개선 가능하거나 동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타 미디어의 편향적인 시선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영화다. 영화의 밝고 따뜻한 톤을 돌아보면 보리의 행복에는 다정한 가족, 절친한 친구, 주말에 먹는 맛있는 짜장면, 엄마 아빠가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점이 더 강력한 영향을 끼쳤을 것 같다. 애초에 청력 기능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세상은 청인과 농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보리는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우리가 사랑하는 가족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게 된다.

 

-송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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