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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이스트> 리뷰 : 비록 사랑을 알지 못한다 해도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8. 1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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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이스트>

비록 사랑을 알지 못한다 해도

 

 Egoist(에고이스트), 남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의 이익만을 꾀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로, 이기주의자(利己主義者) 또는 애기자(愛己者)로 번역된다. 제목에서 뿜어 나오는 질감과 영화의 예고편에서 풍겨오는 분위기로부터 진하고 자극적인 정사신들이 난무하는 작품이겠거니 생각하였다. 말초 신경부터 신체의 오감을 자극하여 오로지 성적 유희를 간접적으로나마 만족케 하는 여타의 영화들이 보여주는 장면들처럼 말이다. 극의 초반부에 진입하였을 때, 필자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코스케(스즈키 료헤이)가 지인의 소개로 만나 류타(미야자와 하오)와 서로 호감을 느끼고 얼마 되지 않아 두 남자는 바로 육체적인 사랑을 나눈다. 두 사람이 나누는 정사는 과감하고 적나라하여 그냥 보고만 있을 뿐인데 낯이 붉어지고 헛기침이 나올듯한 놀라움을 느끼게 한다. 코스케와 류타의 정사는 도입부에 세 번이나 연달아 등장하는데, 정사에 진입하는 과정(류타와 코스케가 운동을 마친 후 코스케의 집으로 향하여 사랑을 나눈다)이 모두 유사하다. 비슷한 자극이 반복된 탓에 지루함을 느낄 무렵, 류타가 내뱉는 그만 만나자.’는 대사에 새로운 자극을 부여받는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섣부른 판단으로 흐려진 시야가 류타의 결별 선언을 계기로 초점을 재정비한다. 다시 자리를 잡고 코스케와 류타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니 이 영화는 결국,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다. 소위 잘나가는 패션지 편집자인 코스케는 사회적 지위와 자산을 남부럽지 않게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동성애자라는 소수자성으로 인해 고통받은 유년 시절의 기억이 여전히 그를 괴롭힌다.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어머니마저 일찍 세상을 떠났기에 코스케는 언제나 해묵은 외로움을 짊어지고 있다. 코스케는 류타를 만나면서 내면의 결핍을 채워간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온갖 일들(성매매를 포함한)을 하며 몸이 약한 어머니를 부양해 온 류타는 건실하고 바른 청년이다. 코스케는 처음에는 류타의 외모에 호감을 느끼지만, 점점 류타의 맑은 성품에 매료되어 간다. 더불어 몸이 약한 류타의 어머니(아가와 사와코)와 자신의 어머니를 겹쳐 보며 자신이 어머니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을 류타와 류타의 어머니에게 베풀며 감정적인 만족감을 만끽하는 듯 보인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코스케는 류타에게 돈, 값비싼 음식과 옷과 같은 물질을 제공하고 류타는 그것에 상응하는 (육체적 혹은 정신적인) 애정을 제공하는 수지 타산이 맞는 상보적인 관계이다. 그런데 코스케와 류타의 사랑을 돈으로 주고 파는 속물적인 관계로 치부하기에는 두 사람 사이에 주고받는 눈빛이 너무도 투명하다. 처음 만난 날, 함께 거리를 거닐며 곁눈으로 서로를 슬쩍 쳐다보는 사이에서 퍼져 나오는 풋풋한 호감에서 코스케와 류타는 미소를 숨기지 못한다. 결별의 위기를 딛고 난 후, 잠든 류타를 바라보는 코스케의 눈은 부드럽고 따뜻하다. 자기 눈앞에 존재를 대한 지극한 사랑이 느껴질 뿐, 다른 감정은 떠올리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이라는 게 너무도 방대한 양식을 포용하고 있기에 코스케와 류타의 관계 또한 사랑이라는 관념으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코스케와 류타가 나누는 사랑을 보고 있노라면 초반부 영화의 장면에서 겪은 성적인 충격이 사랑의 전부가 아님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것 같아 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코스케와 류타의 행복한 결말만을 기다리고 있을 무렵, 영화는 류타의 죽음을 마주하게 한다. 류타의 장례식장에서 무너지는 코스케의 뒷모습이 안쓰럽다.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몸 매무새를 다듬지만 사랑하는 류타의 죽음 앞에서 코스케는 쉽사리 일어나지 못한다. 그런 코스케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히는 사람은 바로 류타의 어머니이다. 코스케와 류타의 사이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류타의 어머니를 보며 류타의 맑은 성품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임을 짐작게 한다. 류타가 떠나고 난 후, 코스케는 그를 대신하여 류타의 어머니를 살핀다. 류타와 나눈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코스케는 류타가 남기고 간 짐마저 짊어지려 하는지 아직도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것은 류타를 만나고 코스케는 다시 사랑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류타의 어머니가 유언처럼 코스케에게 남긴 네가 사랑을 알지 못해도 받는 사람이 사랑이라고 느끼면 그게 사랑인 것이다.’라는 대사가 관통하는 삶의 진리를 느끼며 코스케는 구원을 느끼지 않았을까?

 

- 관객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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