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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리뷰 : 평범한 사랑이라는 것은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8. 1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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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평범한 사랑이라는 것은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다. 남녀가 서로를 바라보는 포스터와 제목 역시 영화의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사뭇 다르다. 영화는 넓으면서도 좁고, 다양하면서도 단순한 사랑을 말한다.

 

 고등학생 안도(가미오 후주)는 남자를 좋아한다. 그 또한 남자임에도 안도는 자신과 같은 성별에 호감을 느끼는 동성애자다. 마코토라는 유부남 애인도 있다. 그는 학교에서는 자신의 비밀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마찰력 0의 상태로 다니길 원한다. 동성 소꿉친구인 료헤이와도 일정 거리를 두지만 동시에 남학생들의 무리에서 섞이는 척 애를 쓴다. 그들과 달리 보이지 않길 바라면서 동시에 그들과 다르다는 사실이 안도에게는 큰 스트레스였다. 그런 안도의 일상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서점에서 같은 반 여학생 미우라(야마다 안나)와 부딪치면서부터였다.

 

 게이 만화를 좋아하는 미우라는 안도와 서점에서 부딪치면서 BL(Boys Love) 책을 안도에게 들키고 만다. 과거 자신의 취향으로 인해 배척받았던 미우라는 안도가 비밀을 밝히지 못하도록 아예 BL 장르로 끌어들여 입막음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무뚝뚝한 것 같으면서도 친절하고, 알 수 없는 매력에 끌린 미우라는 안도에게 고백한다. 그리고 안도는 그 고백을 받아들인다. 여자에게 전혀 끌리지 않는 자신이었지만 미우라라면, 어쩌면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안도는 자신의 성적 취향을 인정함과 동시에 끊임없이 불안을 느꼈다. 동성을 좋아하는 자신이 이상하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자식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으며 먼 미래에 가족 없이 홀로 죽음을 맞이할 것을 상상하며 우울해했다. 그런 그에게 미우라의 고백은 기회로 다가왔다. 지금까지의 본인을 부정하고 남들처럼 평범한 사랑을 시도할 기회. 그러나 미우라와 함께 있으면서도 안도는 마코토와 있을 때의 감정과 다르다고 생각했고, 두 사람 모두 포기하지 못한 안도는 결국 마코토와 키스하는 장면을 미우라에게 들키고 만다.

 

 감독 구사노 쇼고는 많은 연출적 표현을 통해 관람객에게 신선함을 선사한다. SNS를 통해 미스터 파렌하이트와 이야기하는 장면을 같은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연출하는 등 현실과 회상을 넘나들며 안도가 감추던 진짜 속마음을 여실히 느끼게 하는 것이다. 특히 미우라와의 첫 관계를 도전하는 장면과 마코토와의 관계 회상 씬을 번갈아 가며 연출한 장면은 제삼자의 시선으로 관람하던 관객을 안도의 일인칭 시점으로 이입하게끔 만든다.

 

 이야기는 안도가 마음 없이 사귄 것에 대해 미우라에게 사과하는 장면을 오노가 엿들으면서 극적으로 치닫는다. 그로 인해 전교생이 안도가 게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한순간에 안도는 남자들만 보면 눈이 돌아가는 동성애자가 되어 있었다. 그동안 암암리에 동성애자를 폄하하고 비난하던 목소리들이 커지면서 안도를 몰아세운다. 결국 참다못한 그는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하나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료헤이와 미우라는 안도가 뛰어내리기 전에도, 후에도 곁을 지키며 안도가 단단히 발을 붙이고 서 있을 수 있게 도왔다. 힐난의 시선으로 보지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지도 않고 다른 친구들처럼 똑같이 대하고, 아끼고, 사랑한다. 심지어 미우라는 미술 대회에서 상을 받다가 교탁을 점령하여 자신이 BL을 좋아하고, 안도를 좋아하는 사실을 전교생에게 당당히 밝힌다. 조금은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 있는 장면이나 남자라서 좋아하는 게 아닌 안도 자체를 좋아한다는 미우라의 두 번째 고백은 보는 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안긴다.

 

 미우라의 고백 사건 이후 안도는 하나씩 정리한다. 마코토와 이별하고 미스터 파렌하이트의 유언대로 그의 무덤에 퀸의 앨범을 놓아주었다. 미우라는 그런 안도의 모습을 지켜보고는 우리도 헤어지자며 그의 손을 놓는다. 하지만 연인으로서의 손을 놓을 뿐, 여전히 BL과 안도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안도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건 남자와 미우라라며 진정한 자신의 마음을 내비친다. 자기 주변에 높이 세워 놓은 벽을 허물고 비로소 미우라 자체와 마주하며 지구에서 좀 더 살아보겠다고 두 발을 땅에 붙인다. 좁은 의미의 사랑이 아닌 넓은 사랑의 영역에 다다른 둘의 모습은 밝아 보인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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